블록체인이 필요한 스타벅스 리워드 예상

스타벅스가 NFT 형태의 리워드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직접 사용해보기 전에 어떤 형태일지 예상해 봅시다.

블록체인이 필요한 스타벅스 리워드 예상

분명 이전에 신뢰 대상을 만들지 않는데 집중한 이상한 결과라는 어그로를 끌지 않기 위해 모호하게 만든 제목의 글을 통해 이 세계에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아무리 생각해도 쓸모가 없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블록체인은 그 스스로가 만들어낸 토큰에 한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신뢰를 증명할 수 있지만 블록체인 바깥의 실제 세계의 무엇과 연결되거나 그 반대로 연결될 때는 블록체인 스스로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어 오라클 문제에 부딪치고 이를 결코 기술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블록체인에 기록된 NFT를 대여하는 시스템을 만든 디센트럴랜드 오프체인 랜드렌탈 사례에서는 애초에 렌탈 개념을 블록체인을 통해 만들어낼 수 없음을 깨닫고 오직 디지털 서명에만 의존한 렌탈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블록체인 상에서 실질적인 소유권 증명을 위해 NFT를 디센트랄랜드 파운데이션을 신뢰해 이들의 지갑으로 넘겨야 하는 근본적인 오라클 문제로 인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작년(2023년) 연말에 사람들과 모여 저녁을 먹고 잠깐 이야기나 할까 하고 이동한 스타벅스에서 여러 사람이 한 사람에게 프리퀀시를 밀어 주는 모습을 본 다음 블록체인이 불필요한 스타벅스 프리퀀시 사례를 살펴봤는데 어차피 오라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블록체인으로부터 생성되지 않은 디지털 데이터를 안전하게 주고 받는 과정에 블록체인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실제 세계의 사례로부터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스타벅스 프리퀀시가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있다면 스타벅스 앱을 통하지 않고 서로 지갑 앱과 블록체인을 통해 프리퀀시를 교환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스타벅스 프리퀀시는 이를 발급한 스타벅스라는 오라클을 신뢰하지 않으면 안되며 이 순간 블록체인은 쓸모 없어집니다. 스타벅스가 직접 운영하는 프리퀀시 시스템과 앱은 다루기도 어렵고 운영하기도 비싼 블록체인 기술 없이 그냥 스타벅스를 신뢰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구축해 이를 활용하게 만드는 편이 여러 모로 단순하고 더 낮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례를 겪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타벅스, 내일부터 개인 컵 쓰는 고객에게 NFT 준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스타벅스 NFT 에코 프로젝트’라는 것인데 간단히 개인 컵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스타벅스 NFT를 증정하겠다는 것입니다. 바로 직전에 실제 세계와 연결을 위해 오라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블록체인은 쓸모 없으며 이를 대변하는 사례가 스타벅스 프리퀀시라고 말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스타벅스 스스로가 NFT를 만들어 증정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사 내용 만으로는 뭘 어떻게 주겠다는 것인지 거의 나타나 있지 않았습니다. 가령 NFT를 어느 블록체인을 통해 주겠다는 것인지, 스타벅스 고객들에게 지갑을 어떻게 만들어 주겠다는 것인지, 또 그 지갑에 NFT는 어떻게 전달하겠다는 것인지, 이 과정에서 발생할 지도 모르는 가스비 - 블록체인 이용 수수료 - 는 누가 부담하겠다는 것인지 등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 만약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NFT를 생성한다면 스타벅스는 이더리움 가스비를 지출하다가 망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만약 가스비를 절약한다면 흔히 유틸리티 체인이라고 부르는 낮은 가스비에 기반해 디지털 쓰레기를 마구 기록하는데 사용하는 듣보 체인에 기록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살펴보니 신세계아이앤씨, 스파로스 NFT로 스타벅스에 블록체인 기술 지원이라는 기사가 있었는데 여기서는 신세계 계열사에서 개발한 스파로스 NFT라는 제품 이름이 언급 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사가 개발한 서비스를 NFTaaS - NTF as a Service - 라고 홍보하며 NFT를 발급하고 싶은 주체가 이 제품을 활용해 쉽게 이를 발급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어 보입니다. 이 기사 역시 기술적인 디테일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으며 개발사에서도 이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략 짐작하건데 이 제품은 앞에서 생각한 기성 유명 블록체인에 NFT를 발행해 높은 가스비를 필요로 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또 앞에서 잠깐 언급한 직접 제어할 수 있는 듣보 체인을 스스로 만든 다음 이를 기반으로 NFT를 발급하겠다는 의도 같습니다. 이미 유틸리티 체인으로 사용되어 온갖 쓰레기 앱들이 쏟아내는 똥으로 가득한 폴리곤 블록체인이 요구하는 매우 낮은 가스비를 지출하는 대신 아예 듣보라 하더라도 블록체인을 직접 운영하며 이를 직접 통제하고 여기에 NFT를 발급, 조회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발행 및 발급 프로세스를 단축했다는 표현으로 미루어 기존에 독립적인 회원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 여러 다른 서비스를 위해 여기에 쉽게 연동할 수 있는 일종의 온램프 서비스 역시 함께 제공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온램프 서비스는 무의미 할 수도 있다에서 이야기한 대로 온램프 서비스는 고객이 어떤 방법으로든 블록체인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지만 고객이 이 서비스가 블록체인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이 사실이 자신에게 어떤 장점으로 작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고객은 여전히 자신의 이메일과 패스워드에 기반해 서비스를 시용할 뿐이며 여기에 지갑 주소와 여기에 들어 있는 NFT 목록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이 기능이 블록체인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지는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이 사용 경험의 기술적 기반이 블록체인이건 블록체인이 아니건 운동 기록 플랫폼인 스트라바에서 볼 수 있는 디지털 트로피 혹은 현대에 여느 게임에서나 만날 수 있는 업적 시스템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심지어 스트라바의 경우 업적 달성에 오프라인에서 실제 행동을 요구하데 이는 스타벅스가 NFT를 증정하기 위해 요구하는 실제 세계에서 개인 컵 사용이라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과도 완전히 동일합니다. 이 과정에서 온램프 형식의 서비스에 기반한 NFT 발급 및 부여 서비스는 앞에서 지적한 대로 스타벅스라는 오라클을 신뢰해야 하며 이번에는 심지어 이 듣보 블록체인과 서비스를 개발한 개발사마저도 함께 신뢰해야 하는 오라클 문제 관점에서는 극도로 취약한 서비스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신세계그룹 뉴스룸에서는 신세계아이앤씨, 리테일 산업 특화된 ‘스파로스 NFT’ 출시라는 보도자료가 있었는데 이 글에 기반해 추측해 보면 이 듣보 체인, 또 이 체인에 기반한 NFT 발급 서비스, 그리고 기성 회원 시스템에 연동하기 위한 NFTaaS라고 말하는 일종의 온램프 서비스는 계열사인 스타벅스의 NFT 발행에 사용될 뿐 아니라 미래에는 NFT를 발행하기를 원하지만 이를 수행할 기술적 배경이 부족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주체들이 이를 사용할 것을 예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언뜻 서비스를 운영하며 고객들의 리텐션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업적 모양으로 만들고 업적 달성 결과에 디지털 보상을 부여하려고 할 때 이 기능에 대한 턴키 모양의 패키지를 한 방에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아무도 신뢰하지 않고 오직 컴퓨터의 계산량, 그리고 블록체인을 통해 발행된 토큰의 보유량, 혹은 어떤 수학적인 블랙박스를 올바르게 계산했다는 증명 만을 신뢰하기 위해 만들어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지만 이를 단일 회사가 운용하며 단일 회사가 통제하는 상황에서 이 회사를 오라클로써 신뢰해야 하는 이상 블록체인은 불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서비스에 블록체인이 완전히 불필요하다고 해서 이 서비스가 해결하려는 문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의 여러 게임에는 업적 시스템이 있습니다. 게임 상에서 어떤 목표를 달성하면 이 목표를 달성했음을 게임이 인정하고 기록해 자기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이 업적을 달성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이는 자기 자신의 리텐션을 관리하는 역할로 동작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 보여지는 일종의 명예 보상 역할도 합니다. 스트라바는 업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운동 기록 플랫폼으로써 이런 업적 기능이 있습니다. 스트라바 스스로가 제시하는 목표를 달성하면 디지털 트로피를 받을 수 있고 스트라바에서 누군가의 프로필을 조회하면 이 사람이 그동안 획득한 트로피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운동 쪽에서는 고객들에게 목표를 달성하는 이벤트를 하고 싶을 때 사실상 이 분야의 표준인 스트라바의 트로피 시스템을 사용하곤 하는데 특히 자전거 쪽에서는 여러 자전거 관련 회사가 이벤트를 할 때 스트라바에 트로피를 만들고 목표를 달성하면 스트라바 트로피 케이스에 이를 표시합니다. 아마 이 과정에서 스트라바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다른 분야에서 이렇게 업적 달성을 통한 디지털 트로피를 부여하고 싶은 요구가 없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여러 분야의 서비스 각각이 직접 디지털 트로피 기능을 구축하면 이를 볼 수 있는 대상이 서비스 시용자들로 한정되어 디지털 트로피가 주는 명예 속성이 옅어지며 이를 각각 구축하기 위한 비용도 높을 겁니다. 만약 여러 서비스에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트로피 플랫폼이 있다면 트로피를 정의하고 발급하기도 훨씬 편할 테고 트로피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표준 방식을 통해 트로피를 받을 테니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 훨씬 더 좋을 겁니다. 운동 분야에서는 스타라바가 이런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이런 서비스를 마주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게임에서는 게임 각각마다 업적 시스템을 만들고 서로 다른 게임 사이에 연동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게임 쪽에서는 콘솔 서비스 프로바이더가 운영하는 통합 업적 시스템이 있고 스팀에서 운영하는 업적 시스템도 있습니다. 그런데 운동, 게임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즉 현대에 여러 서비스가 쉽게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트로피 플랫폼은 확실히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신세계 계열사에서 개발한 듣보 체인에 기반한 NFT 서비스와 또 다른 신세계 계열사인 스타벅스에서 이를 사용한 NFT 증정 이벤트를 한다는 것으로 미루어 이 결정에는 블록체인과 NFT가 필요함을 느꼈기 때문에 이런 모양을 선택한다기 보다는 계열사 중에 이런 서비스를 개발한 회사가 있었고 마침 이를 사용하기에 만만해 보이는 곳이 스타벅스인 약간 어른들의 결정에 기반한 사정이 있었을 겁니다. 분명 어떤 행동에 따른 보상을 디지털 트로피 모양으로 주는 것은 좋은 생각입니다. 또 이런 디지털 트로피를 관리해 주는 여러 서비스에 걸친 통합 환경을 구축하는 것 역시 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블록체인이나 NFT 기술을 사용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블록체인은 뭔가를 신뢰하지 않기 위한 기술이지만 실제로는 블록체인 그 스스로 만들어낸 데이터 이외에는 실제 세계의 그 무엇과도 구속력 있는 연결을 만들어내지 못했으며 이 과정마다 지저분한 오라클 문제를 양산했을 뿐이며 어떤 수학적 블랙박스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서비스는 적절하지만 기술적 기반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아직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서비스를 예상해 봐야 이 역시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하지만 미리 서비스 형태를 예상해 보면 스타벅스 회원 시스템을 통해 로그인 하면 회원 각각마다 이미 생성된 지갑이 연결 되어 있을 겁니다. 지갑 주소를 직접 노출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앱 인터페이스 상에서는 개인컵 사용을 통해 획득한 디지털 트로피를 표시하는 화면이 있을 테고 이는 이들이 기반한 기술과는 별 관계 없는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을 겁니다. 만약 이 듣보 체인에 기반한 제품이 NFT의 몇몇 기능을 충실히 지원한다면 별도 지갑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NFT를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스타벅스가 발행할 예정인 NFT는 어떤 행동에 대한 명예 보상으로 이를 다른 사람과 주고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미래에 기존 프리퀀시 처럼 주고 받아 보상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용도로 확장된다면 이유가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으로는 불투명합니다.

결론. 스타벅스가 개인 컵 사용 보상으로 난데없이 NFT를 발행하기로 한 이유는 같은 신세계 계열사 제품을 사용해야만 하는 어떤 어른들의 이유에 기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러 서비스에 걸친 디지털 트로피를 부여하는 통합 플랫폼이 있으면 의미 있을 것 같지만 이 서비스에 걸친 온갖 해결 불가능한 오라클 문제를 고려할 때 이 서비스는 블록체인에 기반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게다가 한 회사가 직접 통제하는 블록체인은 신뢰를 확보할 아무런 근거도 없습니다. 단지 이제 한물 간 쓸모 없는 기술에 기반해 이제서야 제품을 만들어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