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견제 장치 부재가 낳은 비극

일정 규모 이상으로 조직이 커지면 조직에 속한 개인이 조직 구성 상 모든 방향으로 작은 견제를 할 방법이 주어져야 합니다. 견제 받지 않은 구성원은 결국 조직을 파괴합니다.

회사의 견제 장치 부재가 낳은 비극

투자사의 의도와 우리의 의도 이야기를 나눈 그 해고자들 모임에서는 마지막으로 일한 그 회사의 그 프로젝트가 요즘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최신 정보를 공유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일단 해고된 다음에는 정이 떨어져 제 마음을 바로잡고 또 구직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구직 과정에서 이전에 만나본 적 없는 분들을 만나고 또 다양한 질문에 답하며 처음에는 이 과정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왔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번에는 또 어떤 새로운 질문을 얻게 될까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런 자세를 가지는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이 분명하기에 정신력을 너무 많이 소모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적당한 자리를 결정하고 구직 과정을 마무리 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다만 아직 까지는 그 한계로부터 아직 충분히 멀리 있습니다.

업계에 한참 남아 게임을 만들며 성공한 경험보다는 실패한 경험이 더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성공하는 방법은 잘 모르지만 실패할 수 있는 상황의 냄새를 더 잘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냄새가 항상 옳은 판단을 돕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지난 10년의 밤에 소개한 사례처럼 그 당시에는 어떻게 해도 출시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 프로젝트도 회사와 프로젝트 구성원들이 불굴의 의지로 밀어 붙이면 제가 포기한 다음 10년이 흐른 후에라도 게임을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례를 보고 과연 10년 전에 제가 프로젝트를 떠나기로 한 판단이 옳았는지 한동안 고민해 봤는데 결국 이는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 나름의 여러 경험을 했을 테고 각각의 경험에 따라 10년 뒤에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을 겁니다. 그 사람은 그 나름의 경험을 통해 상황을 판단하게 됐을 테고 지금 이 순간의 저와 그 판단 기준은 아마 완전히 다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