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NFT의 가치를 유지하는 두 가지 방법

현재 게이밍 NFT로 판매되는 것들을 살펴보면 고객에게 이익을 주는 대신 스스로의 수명을 파괴하도록 설계된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안됩니다.

게이밍 NFT의 가치를 유지하는 두 가지 방법

이 블로그의 이전 글을 살펴보신 분들은 제가 서기 2023년 가을 현재 완전히 한물 간 것처럼 보이는 키워드에 기반한 분야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짐작하실 겁니다. 이 일을 하려고 이전 직장을 그만 두고 넘어올 때가 이 분야의 가장 뜨거운 시기를 막 지나 슬슬 이 분야가 소리만 무성하고 이론만 들끓을 뿐 제대로 된 제품을 출시하는 플레이어가 거의 없고 또 제품을 출시했다고 주장하는 곳들 역시 독립적으로 동작하는 제품 보다는 ‘다른 완결된 제품과 연동되어’ 동작하는 제품들이라는 사실을 슬슬 눈치 채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는 그렇게 이 분야에 한바탕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이직 했고 그 이후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며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시대를 장식하던 키워드에는 무척 자극적인 것들이 많았는데 가령 새로운 분산 원장 기반의 가상화폐 전달 기술이 기존 금융 시스템과 양립할 거라는 예상, 게임을 플레이 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개념, 또 한 게임에서 사용하던 캐릭터를 다른 게임에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주장 같은 것들입니다. 이제 이전부터 익숙하게 해 오던 게임 만드는 일을 그런 새로운 분야에 둘러싸인 채 진행해 오면서 이런 자극적인 말들이 사실은 처음 들을 때처럼 그렇게 자극적이지도 않고 또 실현 불가능하지도 않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사실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습니다. 또 전통적인 게임이 왜 경제시스템의 일부를 게임 외부에 개방하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는지, 이로 인해 게임 입장에서 얻을 것과 잃을 것은 무엇인지 나름의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한편 오늘은 최근에 우리들과 비슷한 시도를 하는 다른 플레이어가 출시한 게임의 별로 성공적이지 않은 사례를 살펴보고 이들이 왜 성공에 가깝지 않은 결과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미래가 그리 밝지 않을 수밖에 없는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 가지 불편한 이유로 게임 이름을 밝히지 않을 작정이고 게임 이름을 확인하려는 시도에도 일절 응답하지 않을 작정이지만 블록체인이 연동된 게임의 출시를 금지하는 플랫폼에 출시했고 동시에 블록체인 연동을 허용하는 플랫폼에도 게임을 출시했다는 정보 정도면 어떤 게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애초에 이 분야에서 제품을 출시하는데 성공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다른 플레이어에 비해 적어도 못 한 것은 아니지만 출시 이외에는 별로 성공한 것이 없어 보여 남 일 같지 않은 느낌을 받습니다.

이 제품은 여느 블록체인을 연동해 게임 경제의 일부를 게임 외부에 연동하려던 시도 중 하나인데 여느 블록체인 연동 프로젝트가 그래온 것처럼 초반에 잠재 고객들을 대상으로 피칭을 하고 게임 캐릭터 NFT를 판매합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게임의 NFT 판매는 위험성이 아주 높은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 작은 돈을 쉽게 융통하게 만드는 한 가지 방법으로 의미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들은 생각보다 잘 하고 있다에서 설명한 것처럼 NFT를 팔아 만든 푼돈으로는 개발비를 전혀 충당할 수 없어 초반 블록체인 연동 게임 프로젝트들이 무슨 생각으로 NFT를 판매했는지 지금도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개발 전 판매한 NFT는 게임에 접근할 권한과 함께 NFT 등급에 따라 미래에 출시될 게임으로부터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얻게 될 더 많은 이익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희귀도가 높은 NFT는 더 높은 가격, 더 많은 이익을 보장하고 있었습니다.

고객과 함부로 약속하지 않아요에서 이런 보장 혹은 약속의 위험성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게임은 개발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여러 가지 이유로 형태가 바뀔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캐릭터가 성장하는 형태로 설계했지만 게임을 만들다 보니 시장 상황이 바뀌고 또 게임 자체가 처음 설계했던 방향과 달라져 캐릭터 대신 아이템을 성장 시키는 형태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아직 게임이 충분히 개발되기 전에 함부로 고객들과 게임의 형태에 대해 약속하면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래에 게임을 망가뜨리는 이상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거나 경험치 보너스를 약속했지만 게임에는 경험치 개념이 없는 등의 이상한 문제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개발 중인 게임, 또 라이브 중인 게임 모두 고객들과 함부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미래를 놓고 약속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들이 무책임해서가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도 약속한 미래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품이 충분히 개발되기 전에 NFT부터 판매하는 플레이어들이 주로 NFT를 구매한 댓가로 제시하는 항목들을 살펴보면 한때는 주로 미래에 출시될 게임 상의 부동산을 판매하는 ‘랜드’, 그리고 미래에 출시될 게임에 접속할 권한을 부여하는 ‘캐릭터’가 대부분이었는데 양쪽 모두 분명 미래의 게임에 적어도 ‘없지는 않을’ 것들이지만 이들의 기능을 미리 정의해 판매하기는 위험한 것들입니다. 서기 2023년 가을 현재 더 이상 게임 없이 ‘랜드’를 판매하는 프로젝트는 없거나 거의 없지만 한때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게임 상의 부동산이 고가에 거래되는 괴상한 현상이 있었습니다. 이는 게임 상의 부동산을 게임 밖에서 사고 팔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디센트럴랜드 같은 사례에서 게임 이 이었고 이 게임의 랜드가 매력적인 가격대를 형성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디센트럴랜드 사례가 처음은 아닌데 실폐 사례도 사례로 치자면 오클라호마 랜드 러쉬를 언급하며 킥스타터 투자를 독려하던 슈라우드 오브 아바타 사례도 있었습니다. 과거에 이미 성숙한 게임의 인게임 부동산 가치가 올라갔던 역사를 근거로 처음부터 부동산의 가치 상승 가능성을 언급했었는데 막상 게임 자체가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디센트럴랜드 역시 인게임 상의 부동산을 NFT 모양으로 게임 밖에서 거래할 수 있었는데 그나마 디센트럴랜드는 외부에서 만든 건물 모양이나 규칙을 인게임 상의 랜드에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부동산에 아무런 의미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슈라우드 오브 아바타 사례처럼 게임이 성숙하는 단계에 도달하기도 전에 부동산을 먼저 판매했고 여느 게임 개발이 그렇듯 개발 동력이 약해지는 시점을 겪었으며 이 시점을 돌파하는데 실패해 개발 동력을 잃어버렸고 인게임 부동산 역시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인게임 부동산을 사전에 획득해 게임 경제가 성숙해질 시점을 기다려 시세 차익을 노리거나 게임 상에서 의미 있는 비즈니스를 수행해 게임머니를 획득하려던 계획은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달성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