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커스터마이징은 다른 부분에 비해 어색했을까
기능이 변경되었다면 그 이름과 위치 역시 변경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평가를 받게 됩니다.
지난 테스트(첫 홀더 테스트를 마쳤습니다 (1), 첫 홀더 테스트를 마쳤습니다 (2))를 거치며 여러 채널로 의견을 받았는데 그 중 하나는 커스터마이징 기능이 어색해 보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게임은 NFT 홀더에게는 NFT에 보이는 바로 그 캐릭터를 통해 플레이 할 수 있었고 인게임에서 다른 캐릭터를 생성해 여러 가지 의상을 입혀볼 수 있었습니다. 맨 처음 커스터마이징이라는 이름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이 기능은 이 프로젝트가 처한 특수한 상황 때문에 기능 범위를 결정하기 어려웠습니다. 덕분에 개발되어 나온 결과는 다른 게임에서 커스터마이징이라고 부르는 체형이나 얼굴 모양을 바꿀 수 있는 기능 대신 고정된 체형에 의상을 바꿔 볼 수 있는 기능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커스터마이징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고객들이 예상한 것과 달라 보이는 기능이었고 어색하다는 의견을 들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커스터마이징 기능이 왜 그 이름에 의해 예상할 수 있는 전통적인 모양 대신 의상을 바꾸는 기능으로 축소 혹은 변형되었는지를 설명하려면 이 프로젝트가 처한 약간 특수한 상황을 설명해야 합니다. 여느 MMO 게임이었다면 처음부터 체형을 변경하고 얼굴 모양을 변경하는 기능을 개발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었을 겁니다. 게임을 시작할 때 캐릭터를 만들 때 수행하는 커스터마이징은 캐릭터의 신체 자체를 조절하는 기능이고 이 때 입어볼 수 있는 의상은 샘플로 인게임에서는 같은 의상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행동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런데 처음 우리가 체형과 얼굴을 바꿀 수 있도록 개발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을 때 우리와 같은 업계에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보니 함부로 체형을 바꿀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전통적인 업계에서는 게임이 완성되기 전에 게임 일부를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결정을 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게임이 완성되지 않았지만 마케팅 목적으로 어쩔 수 없이 공개해야 한다면 제한된 인원에게 플레이 권한을 부여하고 플레이 기간이 끝나면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는 식으로 공개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업계에서는 정확한 이유를 추측하기 쉽지 않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직 충분히 개발되기도 전인 게임 일부를 고객들에게 미리 판매하고 미래에 대한 약속을 남발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이전에 게임을 만들던 업계에서는 고객과 함부로 약속하지 않아요에 설명한 것처럼 고객들께 지킬 수 없는 약속을 실수로라도 하지 않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데 이 업계에서는 그런 약속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함부로 하는 것 같아 보여 당황스러웠습니다.
고객들에게 완성되지 않은 게임의 일부를 미리 판매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던 형식은 미래의 인게임 가상 부동산을 판매하는 ‘랜드’, 그리고 인게임 접속 권한을 캐릭터 모양으로 판매하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이제는 마치 스팀에서 게임을 구입하듯 게임 사용 권한 자체를 NFT 모양으로 사고 팔기도 하면서 전통적인 업계에 비해 좀 더 유연한 게임 구입 경험을 갖추게 됐지만 그 이전에는 게임의 일부를 NFT 모양으로 직접 구입해야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인게임 가상 부동산이 실제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게임이 완성되어야 하고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바탕 위에 꽤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는 기능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고객들, 그리고 랜드를 판매했던 여러 개발팀들이 깨닫게 됩니다. 개발팀들은 그들 스스로 ‘랜드’가 올바르게 동작하는 게임을 구축할 수 없음을 깨닫고 조용히 개발을 포기해 온갖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며 게임을 아직 만들기도 전에 인게임 가상 부동산을 판매하는 행동이나 구매하는 행동은 우리들 스스로가 납득할 수 없어 당연히 이런 일은 하지 않기로 합니다. 미래에 게임이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추고 앞서 설명한 꽤 높은 기술적 준비가 된 다음에는 이를 바탕으로 시도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아직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되고 또 해 봤자 의미도 없는 행동 처럼 보였습니다. 인게임 가상 부동산은 구매자 관점에서는 꽤 높은 가격에 팔렸지만 우리들은 생각보다 잘 하고 있다에서 설명한 대로 흔한 수준의 게임을 개발하려 해도 생각보다 훨씬 높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랜드를 판매해서는 개발비용을 전혀 확보할 수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업계의 다른 플레이어들이 캐릭터를 사전 판매하는 행동은 따르기로 했는데 이 역시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말이 안 되는 행동이지만 이 업계에서는 꽤 널리 행하고 있었고 적어도 인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는 랜드에 비해 훨씬 낮은 기술력으로, 또 훨씬 초반에 개발할 수 있어 고객들에게 결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 버릴 가능성이 훨씬 낮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웬만하면 하고 싶지 않았지만 우리들이 이전과 다른 업계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이상 이 업계의 플레이어들이 당연하게 하는 행동의 일부를 따르지 않기도 쉽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들이 이전처럼 게임이 완성되기 전에 아무 것도 팔지 않는다면 이 새로운 업계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평가하는 고객들과 투자자들 관점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프로젝트처럼 보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랜드는 우리들 관점에서 정말로 말이 안 되지만 캐릭터는 말이 되도록 해 보기로 합니다.
이 업계의 전통은 미래의 게임 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 외형을 NFT 모양으로 사전 판매하는 것이었는데 여전히 전통적인 MMO 게임 관점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요구사항이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MMO 게임에서 캐릭터 외형은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캐릭터를 만들 때 체형이나 얼굴형을 설정하더라도 인게임에서 제한적으로나마 이를 수정할 수 있었으며 여러 경로를 통해 입수한 다양한 의상을 통해 외형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업계의 다른 플레이어들이 판매한 캐릭터 NFT를 살펴보니 한 번 블록체인 상에 기록되면 수정이 아주 어려운 NFT의 특성을 그대로 따라 게임 캐릭터이기는 하되 외형을 수정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게임 만드는 사람 관점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비용을 지불하고 게임 사용 권한을 획득했는데 그 결과가 고정된 외형이라면 고객들이 이를 납득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 전통적인 게임의 규칙 대로 외형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나름의 문제가 있었는데 고객들이 구입한 NFT에 기록된 외형과 인게임에서 변경한 외형 사이의 관계를 정립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업계로 이동한 다음 초기에는 인게임에서 캐릭터 외형을 변경하면 이를 블록체인 상의 NFT에 직접 반영하도록 만든 프로젝트들이 있었는데 일단 블록체인 상에서 NFT를 수정할 수 있도록 컨트랙트를 구축하는 일 자체의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았고 당시 고객들이 NFT에 기대한 바와 달라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 같습니다. 특히 고객들은 NFT가 한 번 기록되고 나면 속성이 변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었는데 인게임 상의 플레이에 따라 플레이의 기반이 되는 NFT의 속성이 변경된다는 사실은 새로운 기능이라기 보다는 NFT에 기대한 특징을 배신하는 행동처럼 해석됐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결과를 지켜본 우리들은 NFT를 통해 판매한 캐릭터는 블록체인 상에서 함부로 바뀌면 안된다는 사실을 배웠고 동시에 전통적인 게임의 커스터마이징 기능과 함부로 바뀌면 안되는 캐릭터 사이를 연결하는 요구사항을 정립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합니다. 사실 일단 개발을 시작하며 이 의사결정은 뒤로 미룰 여지가 있었습니다. 일단 고정된 캐릭터를 NFT 형태로 판매하고 이 캐릭터들이 인게임에서 외형을 변경할 수 있는지 여부는 나중에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블록체인 상에 외형 변경사항을 직접 기록하지 않는 이상 우리들이 어떤 잘못된 결정을 하더라도 인게임에서 일어난 일은 우리들이 직접 수습할 수 있어 이 의사결정 자체를 하지 않을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NFT 모양으로 캐릭터를 만들며 기존 인게임 캐릭터를 만드는데 비해 NFT 모양으로 판매할 캐릭터는 훨씬 훨씬 훠어어어얼씬 높은 품질 기준을 갖춰야 함을 깨닫습니다. 사실 같은 업계의 다른 플레이어들이 캐릭터 NFT를 높은 품질로 제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NFT에 포함할 캐릭터 생성 시스템을 인게임과 별도로 개발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정도 품질을 맞추기 위해 인게임과 완전히 독립된 기반에서 캐릭터를 만들고 때때로 수작업을 불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인게임에서 똑같이 동작할 캐릭터를 그렇게 높은 품질로 만들어 고정된 이미지와 회전하는 영상으로 구현할 수 없어 보였습니다. 우리도 NFT 제작 기반과 인게임 기반을 별도로 개발해 높은 품질을 달성할 수도 있었지만 내키지 않았습니다. 높은 품질의 캐릭터를 판매했다면 그 캐릭터가 그대로 게임에 나와 움직여야 말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인게임에서도 같은 캐릭터가 움직이고 여러 캐릭터에 걸쳐 같은 규격으로 제작된 의상을 서로 돌려 입기 위해서는 체형과 얼굴형을 변경할 수 없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일단 체형에 맞춰 의상을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었고 이는 여러 게임에서 실제로 하는 방식이지만 이렇게 만든 캐릭터와 캐릭터가 입을 의상을 합쳐 놓으면 업계의 다른 플레이어들이 판매하는 엄청나게 높은 품질의 에셋을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거기에 드는 비용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예 시도하지 않기로 합니다. 대신 체형을 고정하면 의상을 실시간으로 수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높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얼굴도 비슷한 이유 때문에 고칠 수 없게 만들기로 했는데 얼굴을 구성한 여러 뼈 위치를 수정함에 따라 그 뼈 위에 올라가는 안경, 마스크 같은 장식의 품질이 떨어졌는데 얼굴 역시 고정하고 그 위에 올라가는 장식의 품질을 올리는 선택을 합니다.
이 시점에 이미 전통적인 ‘커스터마이징’ 기능은 사라졌지만 기능을 개발하던 관성으로 여전히 의상을 교체하는 기능만 남은 상태를 계속해서 커스터마이징이라고 불렀습니다. 사실 이 시점에 커스터마이징은 이제 없고 의상 교체 기능만 남았음을 선언하고 개발명을 변경해야 했지만 그 때는 그런 행동이 나중에 그렇게 중요해질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커스터마이징 없는 커스터마이징은 의상 교체 기능만 남아 개발됐고 여전히 개발팀 내에서도 의상만 교체할 수 있는 기능을 커스터마이징이라고 부르는데 딱히 이상함을 느끼는 사람은 저 자신을 포함해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기능이 변경되었음에도 이름을 그대로 유지한 덕분에 기능 변경에 따라 게임 상에서 기능의 위치가 바뀌어야 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갔고 이게 기능에 대한 평가를 이상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입니다.
예상보다 더 높은 비용을 소모하기는 했지만 체형과 얼굴형을 고정 시킨 덕분에 캐릭터 NFT에 나간 그 외형과 품질이 거의 그대로 인게임에 나올 수 있게 됩니다. 이전에는 NFT를 판매하고 나서 실제 빌드를 개발할 때까지 긴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는 프로젝트가 많았던 것 같고 그 사이에 실제 빌드를 개발하는데 실패하는 프로젝트도 있었던 것 같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캐릭터 NFT 생성 기반과 인게임 캐릭터 생성 기반을 공유했기 때문에 NFT 판매와 빌드 체험 사이에 긴 기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개발 도중의 난리통인 빌드를 정리해 짧은 기간 동안이라도 서비스 하기 위한 최소한의 모양으로 정리하기 위한 기간은 필요했지만 NFT 제작과 서로 다른 기반으로 빌드 자체를 바닥부터 개발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NFT 판매 후 머지 않은 시점에 빌드를 공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개되는 빌드에는 여전히 커스터마이징 메뉴가 캐릭터를 생성하는 플로우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두 가지 문제를 일으켰는데 먼저 캐릭터 NFT를 구입해 들어온 고객들이 인게임에서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의상을 바꿔볼 수 있었지만 NFT에 기반한 캐릭터는 그럴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블록체인에 기록하지 않는 한 NFT에 기반한 캐릭터라도 기술적으로는 의상을 바꾸는데 아무 제약이 없었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NFT에 적용한 의상 대부분의 아이콘 에셋을 제작해 두지 않아 어쩔 수 없이 NFT 기반 캐릭터가 커스터마이징 메뉴에 접근할 수 없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또 다른 게임에서는 대부분 인게임에서 의상을 획득해 착용하는데 비해 의상을 착용하는 메뉴가 아웃게임에, 그것도 커스터마이징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누구라도 MMO 게임에 커스터마이징이라는 메뉴 이름을 보면 머릿속에 체형과 얼굴형을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생각할 거빈다. 하지만 눌러 들어가 보면 의상을 변경하는 기능일 뿐이었기 때문에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여러 경로로부터 커스터마이징 기능이 이상하다는 의견을 받았는데 표현 방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커스터마이징이 아닌 기능이 커스터마이징이라는 이름으로 엉뚱한 위치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원인과 현상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다 보니 다소 황당한 형태의 의견을 받기도 했는데 ‘커스터마이징 메뉴 구성이 현대적이지 않은 문제를 수정해야 한다’는 말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메뉴의 시각적인 형태를 수정하려는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한동안 입씨름을 벌이게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마일스톤 기간 동안 커스터마이징은 더이상 커스터마이징이 아닌 현실을 반영해 아웃게임에서 제거함과 동시에 그 이름 자체를 없애고 인게임에서도 이전처럼 다양한 의상을 착용해볼 수 있는 기능 대신 인게임 상의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획득한 의상을 일단 인벤토리에 소지한 다음 이를 착용하는 기능으로 조정하게 되었습니다.
결론. 처음 커스터마이징 기능으로 개발을 시작했지만 중간에 업계 관행, 시장 상황, 다른 플레이어들의 시행착오에 기반해 체형과 얼굴형을 고정하고 캐릭터 NFT와 인게임 캐릭터를 같은 기반에서 제작해 NFT 품질을 유지하고 같은 품질의 캐릭터가 인게임에 나타날 수 있게 했습니다. 그 댓가로 커스터마이징의 핵심 기능인 얼굴형과 체형을 조정하는 기능이 생략 됐지만 그에 맞춰 기능 이름을 수정하고 팀에 선언하며 기능에 맞는 위치로 옮기지 않은 채 개발해 기능 이름과 실제 기능, 그리고 기능 위치가 고객들의 예상과 다른 상태로 개발되어 굳이 받을 필요 없었던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