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의는 왜 망했을까
간만에 망한 회의를 경험했고 이번엔 왜 망했다고 느꼈는지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회의는 비쌉니다. 회의를 한 시간 동안 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대략 생각해봅시다. 먼저 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회의실이 필요한데 강남역 사거리에 있는 그럴듯한 오피스빌딩 한 층을 한 달 동안 임차하는데 보증금을 무시하고 대략 5천만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대략 열 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고 커다란 테이블 하나가 들어가는 회의실은 약 11평 정도라고 합니다. 오피스빌딩 한 층 크기가 약 200평이라고 가정하면 이 회의실 한 칸은 전체 공간의 약 5.5%를 차지합니다. 이 회의실 한 칸의 하루 당 부동산 비용은 약 9만 2천원, 그리고 한 시간 당 부동산 비용은 약 4천원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강남역 근처 오피스 빌딩에서 10명이 들어갈 회의실 한 칸을 한 시간 동안 사용하면 최소 4천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회의실만 있어서는 회의를 할 수가 없으니 이제 회의실에 사람들을 들여 보낼 차례입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기반 기업은 신입사원 연봉이 5천만원 정도부터 시작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이전 나를 얼마에 팔 것인가에서 제 연봉을 까겠다고 어그로를 끈 다음 맨 첫 회사에서 일을 시작할 때 받은 연봉을 깠는데 그에 비하면 굉장한 첫 연봉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단순 비교로는 아주 높은 첫 연봉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리 충분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이 금액이 국내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기반 기업의 이야기일 뿐이어서 한편으론 슬프기도 합니다. 바로 위에서 알아본 시간 당 4천원 짜리 회의실에 들여 보낼 한 사람의 연봉은 이 5천만원으로 가정하겠습니다. 세전 5천만원은 월급으로 환산하면 세전 416만원 정도이고 이를 휴일을 포함한 월 30일, 그리고 하루 8시간으로 계산하면 세전 시급 약 1만 7천원 정도가 됩니다. 그러니까 한 사람이 회의실에 한 시간 동안 앉아 있으면 1만 7천원이 소요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