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에 무심한 결과
프로젝트 전체에 걸친 서열 정리 시도에 무심하게 행동한 결과 조직에 상처를 남긴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조직 간의 관계 정립, 위계질서 확립, 의사소통, 교육 같은 여러 가지 역할을 중간 관리자 한 명에게 의존하고 있을 때 이 조직이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막상 끝까지 써 보니 개인적인 죄책감이 더해져 횡설수설 하고 있는데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생각을 정리해 이후에는 좀 더 다듬어진 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회사의 견제 장치 부재가 낳은 비극에서 조직에 속한 개인 입장에서 인사평가를 통해 위를 향한 견제와 아래를 향한 견제 양쪽 모두를 할 수 있는 수단이 주어지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연말의 한 모임에서 그 자리에 모인 분들이 요즘 각자의 자리에서 겪은 문제들, 그리고 이전에 겪던 문제들을 이야기하면서 나온 주제 중 하나입니다. 이전에 어느 조직에서 중간 관리자로 일할 때 저 자신은 그리 어려움을 겪으며 일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조직에 속한 분들 역시 자기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며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10년의 밤에 언급했던 프로젝트가 앞으로 몇 년 안에 출시될 수 없으리라는 느낌을 여기서도 받았고 또 결국 권고사직으로 끝날 잘못된 선택을 해 프로젝트를 떠나면서 이 조직은 다음 반 년 사이에 구성원들이 모두 떠나고 말았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들 각각이 인생의 시간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데 사용하는 직업은 개인의 삶을 유지하고 또 자아를 획득하는 방법과 동일하게 여길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현대에 가까워질 수록 과거에 비해 개인은 일생을 살면서 더 여러 가지 직업, 여러 가지 일, 여러 가지 조직에 속해 생계를 유지할 거라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여러 미래학자들로부터 예견 되어 왔습니다. 지금도 소위 플랫폼을 통해 현실적으로는 고용되었지만 서류상으로는 고용되지 않은 모호한 형태로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이 많고 이런 상태는 신자본주의 체제의 지원 속에 앞으로 더 널리 퍼질 겁니다. 과거에 평생고용 개념이 있을 때 이직이라는 개념은 훨씬 희박했습니다. 마치 중세 시대에 한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이 그 지역을 평생 벗어날 수 없던 것처럼 한 회사에 고용되면 평생에 걸쳐 회사를 떠나지 않았고 이 개념이 당연했습니다. 그 회사 안에서 다른 여러 가지 일을 할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같은 회사에 고용되어 있다는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현대에는 이전 시대에 비해 훨씬 여러 주체에 고용되어 일하고 또 이직이 더 자주 일어납니다. 서구권에서는 이직이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사용된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이미 평생 고용 개념이 사라지고 프로젝트를 드랍할 때 구성원을 해고하곤 하면서도 여전히 이직 기록에 곱지 않은 시선이 오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이직은 그 개인 입장에서 여전히 큰 인생의 이벤트이며 이 결정을 하기 위해 각자는 분명 오랜 시간 깊이 고민한 끝에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그런 결정을 내리고 나서 다음 반 년 안에 조직에 속했던 분들 거의 대부분이 같은 선택을 했다는 사실은 제가 조직에서 뭔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 않았는지 돌아봐야만 하는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이전에 다른 회사에 속했던 분이 그 회사로 돌아간다는 말씀을 듣고 그 쪽에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을 테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어서 다른 분도 이전 회사로 돌아갔고 또 다른 분은 가까운 분이 창업한 회사로 옮겨 갔습니다. 이 모든 일이 그리 길지 않은 단위 기간 안에 일어났음은 우연일 수도 있지만 그 마치 그 시작을 제가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당시 저는 프로젝트를 맨 처음 시작할 때부터 팀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 이전에 다른 회사의 다른 프로젝트 라이브를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좋은 기회를 얻어 여러 사람이 한 번에 이동하는데 따라 가게 됐습니다. 당시 회사에서 이들 중 일부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기회 자체가 워낙 괜찮아 개개인의 발전을 위해 예정된 사람들 모두가 이동합니다. 초기 인원으로 시작한 다음 팀 빌딩을 하면서 여러 경로에서 사람들을 데려왔는데 조직이 서서히 커짐에 따라 모르는 분들이 늘어났습니다. 이전에는 다들 이전 프로젝트 하나 또는 둘 이상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딱히 이들 사이에 위계를 확립하거나 조직 간에 특별히 관계를 정립하거나 컨텍포인트를 일원화하거나 의사소통을 전담하는 주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마치 어제까지는 A 프로젝트를 하다가 오늘부터 같은 인원이 B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원이 늘어나자 여러 가지 일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경험 중 하나는 여러 사람이 저를 대상으로 위계질서를 정립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입니다. 종종 조직 사회의 몇몇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군대 사례를 들기는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한국 사람 치고는 드물게 군 경험이 없습니다. 그래서 군 경험이 있는 분들이 단기간 안에 폐쇄된 사회의 가장 낮은 위치에서 가장 높은 위치까지 시간이 흐름에 따른 지위 상승을 경험하는 과정을 겪지 않았고 서로의 위치 차이에 따른 강한 위계질서를 확립할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했고 그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제 관점에서는 대강 각자의 나이가 저와 비슷하거나 아주 많거나 아주 적다는 사실을 아는 수준으로 사람들을 파악할 뿐이었고 이 사실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존댓말을 쓰고 또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는 자세를 유지하면 사람들의 나이 차이나 서열 같은 요소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봤습니다. 정확히는 그냥 아무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지연, 흡연 카르텔로부터 쉽게 소외되었는데 어느 한 쪽에 속해 다른 쪽의 적이 되기보다는 마치 RTS 게임 맵에 있는 민간인처럼 그냥 무시되는 사람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위계질서를 확립하려고 시도하던 분들은 저에게 다가와 자기 소개를 주고 받은 다음 반드시 나이를 물었는데 처음에는 이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냥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의 나이를 좀 더 궁금해 하는 정도로 생각했고 또 어디서나 나이 순서로 사람들을 줄 세워 놓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런 부류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 프로젝트에서 저에게 그런 질문을 시도한 분들 모두가 우연히 저보다 나이가 적었고 그 분들은 뭔가 잘 알겠다고 말하면서도 뭔가 실망한 것 같은 눈치를 보이며 자리를 떠났고 그 다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서야 이런 행동이 부서장들 사이에 나이를 통한 서열을 정리하려는 의도를 가진 시도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우연히 제가 그분들 보다 나이가 조금이라도 많지 않았다면 아마 그 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끝나지는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그런 사실을 알게 됐지만 이 사실이 제 이전까지의 행동과 그 다음의 행동에 변화를 주지 않았고 그냥 아무 일도 없던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조직 간 서열은 부서장 뿐 아니라 부서에 속한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한번은 다른 부서에서 진행하는 브리핑 회의에 들어갔는데 대강 둘러보니 이전에 제가 속한 부서에서 진행하는 브리핑에 참가하는 인원과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회의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완전 딴판이었는데 원래 한 사람이 브리핑도 하고 회의 진행을 메모하기도 하고 또 질의응답도 하는 일이 상당히 어려운 것은 맞습니다. 그래서 주니어님들이 브리핑을 진행하는 경우 진행만 스스로 하시게 하고 회의록은 저 또는 다른 사람이 쓰게 하며 질의응답은 일단 스스로 시작하지만 권한 상 답변하기 어렵거나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어야만 답할 수 있거나 소위 유도리있게 넘어가야 할 때는 제가 중간에 개입하곤 했습니다.
헌데 이번에는 주요 참가자들이 거의 브리핑 하는 분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별로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질문을 날 선 자세로 해 브리핑을 진행하던 분을 몰아 세우기를 반복합니다. 특히 이 분의 권한 범위에서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쏟아내 이거 개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게 만들었는데 함부로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가만 있었지만 습관처럼 손가락을 움직여 회의록을 만들었습니다. 브리핑을 진행하던 분은 무덥게 달궈진 회의실에서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다음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예상 대로 회의록을 쓸 정신이 있지도 않아 보입니다. 회의록 위치를 건네고 저도 빠져나오며 잠시 그대로 앉아 추스릴 수 있도록 회의실 문을 닫았습니다.
제 관점에서 이건 희한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전에 비슷한 회의를 제가 할 때는 겪어본 적 없는 상황이었고 또 저와 같은 조직에 속한 분들이 겪었다고 말씀해 주신 적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된 회의였지만 같은 사람임에도 이들은 제 경험과 비교해 훨씬 날카로웠고 훨씬 공격적입니다. 또 아무리 봐도 의도적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주제와 무관한 질문, 또 권한 범위 상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쏟아냈습니다. 그냥 갑자기 주제와 관련도 적고 또 이 임무를 수행하는데 딱히 필요하지도 않은 정보를 공격적인 태도로 즉시 답해 달라고 말하고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관점에서 그런 행동은 오히려 진행자를 고립시켜 원하는 필요한 답변을 들을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데 개발 경험 많은 분들이 이런 간단한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우연히 일어난 상황이 아니라 항상 일어나던 상황이었던 겁니다.
반면 제가 속한 조직과 구성원들은 이런 일을 적어도 제가 아는 한 거의 겪지 않았는데 협업 부서와 뭔가 말이 잘 안 통하는 상황에 도움 요청을 받으면 상황 설명을 들은 다음 출동해 적어도 제 관점에서는 매끄럽게 양쪽의 의사를 교환하게 만든 다음 각자가 이어서 진행할 일을 명확히 하고 또 그 일이 모여 결국 뭘 만들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재인식 시키고 끝내곤 했습니다. 브리핑 회의는 한동안 제가 진행하고 주니어님들이 구경하게 한 다음 더 작은 주제에 대해서는 주니어님들께 진행을 넘긴 다음 진행에 따라 회의록을 작성하고 마치기 전에 작성한 회의록을 열어 각자의 할일을 재확인 시키거나 곤란한 질문에 답하기만 하면 나름 부드럽게 진행됐고 또 참석자들도 항상 그렇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 왔습니다. 또 제가 포함된 조직에서 나가는 제안은 제 선에서 걸러질 정도로 완전히 잘못됐거나 목적에 부합하지 않거나 현재 우리 상태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상대를 이해 시킬 수 없는 수준이 아닌 이상 개발을 진행 시키는데 무리가 별로 없었고 덕분에 적어도 조직 단위에서는 무난히 중간은 가는 실적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전에 완전히 달랐던 다른 부서에 대한 회의 경험 이후 사람들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기 시작하자 그동안은 바로 근처에서도 일어나고 있던 여러 상황들을 그제서야 파악하게 됩니다. 저는 초반의 서열 정리에서 벗어난 덕분에, 그리고 저도 잘 모르는 그 이후의 여러 이벤트에 의해 서열이 그리 낮지 않은 상태로 고정된 것 같고 또 제가 담당한 조직 역시 제 서열을 받아 적어도 서로 존중하는 자세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불필요한 공격적인 자세,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언어 습관 따위가 사무실 공기에 아무렇게나 흐르고 있었고 회의실 안에서와 달리 그 소리가 전달되는 공간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중간관리자 중 낮은 쪽에 속하는 단위 조직장 수준에서 완화하기 쉽지 않은데 자기 자신 역시 그 서열 관계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서열에 따라 일어나는 공격적인 자세, 존중하지 않는 언어 따위를 문제 삼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중간에 웃으며 끼어들어 이 상황을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문제라고 멋대로 정의하고 양쪽의 말을 서로 전달한 다음 다른 의사소통 상황처럼 서로가 이어서 해야 할 일을 정의하고 상황을 끝내 버리는 정도가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젝트는 어떻게 굴러는 갔고 빠르지도 않고 또 충분히 효율적이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결과를 내기는 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항상 공격적인 사람을 상대해야만 했고 스스로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을 습관적으로 들으며 유능하지는 않은 사람으로 포지셔닝 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 경험을 집중적으로 하시던 분은 하루하루 얼굴빛이 어두워졌고 어느 날 야근 후 나가는 길에 잠깐 방향이 같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늘 정리해 주신 문서 완전 깔끔하고 좋았다는 이야기에 어둠 속에 슬쩍 지나간 눈빛이 흔들린 것도 같았습니다. 그런 상황에도 대강 제가 속한 조직은 그런 문제를 훨씬 덜 겪으며 나아가고 있었고 프로젝트 전체 구성원 관점에서는 미안하지만 저는 제가 우연히 획득한 작은 서열 상의 이점을 무심하게 활용해 구성원들이 겪을 수도 있는 겪을 필요 없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또 일어날 기미가 보이면 즉시 출동해 제가 맨 앞에 서서 그런 짓거리를 우리 중 하나에게 하려 한다면 일단 저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각인 시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제가 한 가장 큰 실수는 저를 통해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조직의 서열을 조직 구성원들 모두 혹은 적어도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전파하지 않은 것입니다. 애초에 그런 서열에 관심이 없었고 서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로부터 소외되었지만 어쨌든 무시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 사람이라는 판단 하에 간신히 유지되던 서열을 이에 무관심한 사람이 조직 안에 전파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마치 내가 없을 때에 대한 대비와도 비슷한데 이 시점에 저는 이런 행동의 필요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제가 존재하는 동안에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제가 사라지자 즉시 심각한 문제가 일어납니다.
저는 다음 직장에서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느라 신경을 끄고 있던 사이에 조직 구성원 대부분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각자 만나 커피를 마실 때는 대강 웃으며 이야기하던 그 다음 상황들이 모두가 모여 가볍게 맥주 한 잔 정도를 마신 상태가 되자 그 사이에 일어난 이상한 일들이 입 밖으로 기어 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그리 생소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제가 무심하게 자리에 앉아 일하는 사이에 그 공간을 매운 공기로 전파되던 그런 상황들입니다. 새로 조직을 맡으신 분은 다행히 서열 상 위치가 낮지는 않았지만 업무 관점에서는 썩 훌륭한 카리스마를 갖추시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표면 상으로는 조직에 속한 개인이 직접 공격 받지는 않은 것 같지만 조직장의 의사에 반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쉽게 일어나 담당자 개개인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모양입니다. 이전에 경험한 업무 과정과 새로운 업무 과정은 너무 달랐고 이 상황의 의미를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든 당장의 성과에 영향을 받고 또 마음을 다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런 상황에서 이직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사실 그렇게 우연히 만들어진 서열을 조직 내부로 전파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은 그런 상황에 무심한 듯 굴었지만 사실 그 상황을 활용하고 있던 입장에 더 가깝습니다. 이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마땅한 방법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었더라면 프로젝트를 떠날 결정을 할 때 일어날 일을 좀 더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있었을 겁니다. 분명 서열에 따른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자세가 업무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무심한 척 이용하기만 하고 이 상황에서 제가 사라질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무심한 것이 아니라 무책임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제 시간이 흘러 조직에 속했던 개개인들이 각자의 다음 자리에서 일하며 이전에 겪었던 일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저 자신은 제가 상황을 좀 더 파악하고 있었더라면 그런 무책임한 행동을 하려고 할 때 좀 더 고민하게 됐지 않았을까 싶은 후회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