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조금 덜 못하는 방법
말하던 중 갑자기 단어나 문장이 기억나지 않아 당황한 적이 있나요? 저도 그렇습니다. 조금이라도 완화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 나지 않지만 말하려는 단어를 한번에 기억해내기 어려울 때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한참 이야기하다가 이야기에 필요한 단어를 말해야 하는데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말을 멈춰야 했습니다. 웃긴 점은 이 단어의 의미, 단어를 설명하기 위한 다른 방법, 단어의 특징이나 스펠의 일부를 모두 말할 수 있었지만 정작 단어 자체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이런 경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지만 개선할 방법을 알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나이 들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여전히 빠르고 명확하게 의사소통하는데 종종 어려움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를 완화할 방법을 찾기는 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하다가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아… 단어가 생각나질 않는데… 잠깐만’ 하며 단어를 생각해내곤 했는데 이러다가 단어가 생각나면 다행이었지만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대화를 중단 시키기까지 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대화를 종료하는 상황으로 연결되곤 해서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 단어를 기억해 내기 위해 대화를 중단 시키지 않게 됩니다. 이제 이야기 하는 도중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면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이와 비슷한 다른 단어를 사용하거나 맥락을 재빨리 바꿔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표정과 몸짓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알린 다음 위에서 설명한 그 단어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빠르게 설명해 다른 사람들이 제가 말하기를 원하는 단어를 말하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분들이 주변에 늘어나면서 서로 이야기 하다가 단어가 기억 나지 않을 때 비슷한 방법을 사용해 다른 사람이 재빨리 그 단어를 말해 다른 사람의 기억을 활용해 대화를 원활하게 이어가는 지경에 다다릅니다. 한 사람의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자 이 상태에서도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다른 사람의 기억을 빌려다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분명 아는 맥락인데 정확히 이를 표현하는 단어 만을 기억해내기 어려운 상황은 이게 단순히 노화 때문인지 아니면 현대에 글자 대신 영상을 너무 많이 봐서 생기는 현상인지 혹은 실제로 어떤 치료 가능한 질환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 근거도 없지만 뇌 속에 여러 뉴런이 대규모 언어 모델이 구성한 단어 사이의 신경망처럼 다차원 백터 모양으로 연결 되어 있는데 어떤 한 단어로부터 뻗어나간 뉴런이 그들 아이에도 연결되었지만 어쩌다 보니 이들을 서로 연결 시킨 중심에 있던 어떤 단어를 향한 연결이 느슨해져 이 단어를 둘러싼 나머지 뉴런을 통해 이 단어를 설명할 수도 있고 스펠의 일부를 말할 수도 있지만 정작 그 단어 자체에는 신호가 잘 닿지 않는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또 생각의 멱살에 설명한 대로 개인적인 사고의 특성 상 생각을 유지하기 위해 언어로 구성한 생각을 손가락과 키보드를 통해 그대로 텍스트로 만드는 방식 때문에 정확한 단어를 바로바로 생각해 내야 하는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 대신 타이핑을 통한 의사소통에 더 익숙해져 이와 관련된 뉴런 사이의 연결 관계 또는 대규모 언어 모델의 단어 간 다차원 백터는 강화됐지만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에 필요한 연결 관계는 약화되었기 때문일 거라고 가정해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겪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한 모든 생각과 가정은 의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을 뿐 아니라 멋대로 대규모 언어모델의 신경망 구조의 단어 사이의 다차원 백터 구조를 뇌를 구성한 뉴런 사이의 연결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나는 일을 즐기며 일할 수 있을까? 뒷부분에 설명한 모임에서 이야기하다가 애초에 단어 사이의 다차원 백터와 뉴런 사이의 연결 관계가 딱히 다를 것도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런 식으로 제 머릿속 상태를 표현해도 딱히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여전히 의학적 근거는 전혀 없지만 저나 주변 사람들이 종종 겪는 대화 중 정확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이유는 단어를 중심으로 주변의 뉴런 사이에 연결이 강화되었지만 어떤 이유로 정작 이들의 연결을 만들어낸 단어 자체와 그 주변의 연결이 약해지며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 주변의 뉴런이 기억한 생각나지 않는 단어에 대한 힌트를 빠르게 설명해 다른 누군가가 정확한 단어를 말하면 다시 이들 사이의 연결이 복구 되어 적어도 그 대화 도중에는 더 이상 같은 단어를 생각해내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대화가 끝난 다음에도 방금 잠깐 복구 된 뉴런 사이의 연결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 같지는 않기는 합니다.
가령 저는 지금도 습관적으로 ‘조지 클루니’라는 이름을 대화 도중에 바로 떠올리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 문제는 상당히 오래 됐는데 가령 네스프레소 이야기를 하다가 한동안 네스프레소 광고 모델이었던 조지 클루니라는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해 이야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머리 속에서는 공항에 커다랗게 걸린 조지 클루니가 커피 잔을 들고 있는 네스프레소 광고 이미지, 조지 클루니가 나온 영화 속 여러 장면들, 인상 깊은 장면, 이전에 위키피디아에서 검색할 때 본 그 사람 사진, 근황, 사회 활동 따위가 주르륵 연결되어 떠올랐지만 정작 그 이름 만은 도저히 기억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한번은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인터넷의 도움을 받지 않은 채 끝까지 머릿속에 떠오른 이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내고 말겠다는 자세로 몇 시간 동안 도전해본 적도 있는데 결국 실패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건 이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표현입니다. 지금 그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도 저 자신이고 그 이름이 기억날 때까지 그 이름 주변에 흩어져 서로 연결된 뉴런 사이에 전기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보자는 결정을 한 것도 저 자신이어서 어느 쪽이 이기거나 지면 동시에 저 자신이 이기거나 진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이름을 끝내 기억해 내지 못했고 구글에 ‘네스프레소 모델’ 까지 치고 스페이스를 누르자 바로 나타난 이름을 보고서야 너무나 어이가 없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다른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가정에는 뇌에서 말하고 듣는 회로와 읽고 쓰는 회로가 서로 비슷한 영역을 점유하고 있을 것 같은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도 있습니다. 가령 저는 책을 읽기도 하지만 종종 전자책을 TTS로 듣기도 하고 또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어떤 주제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듣기도 합니다. 이렇게 얻은 자투리 상식을 말하거나 글을 쓸 때 자연스럽게 꺼내 사용하며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방법으로 입력하든 ‘알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책을 ‘읽어’ 얻은 지식과 책을 ‘들어’ 얻은 지식을 생각해낼 때 이 지식과 연관된 다른 지식을 이어서 생각해낼 때 서로 맥락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령 ‘읽은’ 내용은 말하며 인용할 때 더 편하게 느껴졌고 ‘들은’ 내용은 글을 쓰며 인용할 때 더 편하게 느껴졌는데 어쩌면 이건 단순히 개인적인 느낌일 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 입력 없이 동시에 들으며 읽거나 말하며 쓰는 행동을 동시에 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이들을 처리하는 회로가 비슷한 곳에 있고 또 서로 다른 입력 방법에 따라 이를 기억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겠다는 가정을 하고 있습니다.
자. 이유가 무엇이든 이야기하다가, 또는 글을 쓰다가 분명히 알고 있는 어떤 단어를 생각해내지 못해 그 주변에 단어를 설명하는 여러 방법에 대한 기억을 빙빙 돌며 시간을 낭비하거나 대화를 중단 시키는 것은 분명한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거나 적어도 완화할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원하는 상태는 적어도 대화 도중에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대화를 멈추는 상황을 최소화 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정확히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 좀 모호한 면도 있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이런 사례가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어 이 현상에 제 이전의 어떤 행동들이 영향을 끼쳤는지 가정해 보고 이들 중 적어도 어느 하나 이상은 문제를 완화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주장해 보겠습니다.
먼저 같은 글을 두 가지 방법으로 입력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전자책을 직접 읽거나 TTS를 통해 듣는다고 했는데 읽을 수 있을 때는 읽지만 인도어 라이딩을 할 때는 주로 책을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먼저 책을 눈으로 읽은 다음 같은 부분을 나중에 운동하며 TTS를 통해 들어 두 가지 방법으로 입력하면 상대적으로 책의 내용, 내용을 설명하기에 적당한 단어를 좀 더 잘 기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맥락의 이야기를 하다가 책 내용을 인용하려고 할 때 더 쉽게 인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같은 책을 두 번 이상 읽는 것과는 약간 다른데 같은 내용을 여러 번 접하더라도 한 가지 방법 만으로 입력한 내용은 종종 내용이나 이를 요약하는 단어를 떠올리는데 문제를 겪었지만 서로 다른 두 가지 방법으로 각각 입력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이런 상황을 덜 겪어 온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말할 내용을 미리 생각해 보면 큰 도움이 됩니다. 생각의 멱살에서 한 가지 생각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손가락과 키보드를 사용한다고 소개했는데 이 습관 혹은 의존성에 따라 생각할 때마다 글이 만들어졌고 이들 중 일부를 블로그에 소개하면서 뉴스레터가 만들어집니다. 뉴스레터 20주 리뷰에서 매주 글 여러 개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했는데 이 과정이 점차 누적되면서 저 자신에게 필요한 개인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글 뿐 아니라 뉴스레터를 통해 공개할 글을 작성하는 과정 역시 각각의 주제에 대해 글을 작성하며 미리 생각해볼 기회가 됐습니다. 그래서 한번 뉴스레터를 통해 글을 작성했던 주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같은 혹은 비슷한 주제로 대화할 때 단어나 내용을 기억해 내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고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미리 생각하며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뉘앙스로 글을 작성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설명하기 위해 그때그때 내용 전체를 생각해보는 대신 이미 이전에 생각해 글로 작성했던 내용을 기억해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의 난이도 역시 크게 감소해 훨씬 편합니다. 아마도 직접 생각해낸 다음 바로 말하는데 비해 이전에 했던 생각을 기억해내 말하는 쪽이 머리를 덜 쓰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가정을 해봤습니다. 최근 구직 과정에서 면접을 본 다음 면접에서 나온 주요 질문들을 글로 정리해 뒀습니다. 이들 중에는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는데 정리해 둔 질문과 답변이 늘어나니 나중에 다른 면접에서 같은 질문을 받을 때 즉석에서 순발력에 기반해 생각한 다음 답변할 때에 비해 훨씬 더 자신 있고 안정적인 자세로 이전에 별도로 생각한 다음 글로 정리해 뒀던 내용을 기억해 낸 다음 말할 수 있어 크게 도움이 됩니다.
또한 말을 조금 천천히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는 개인적으로 뇌의 동작 클럭과 입의 동작 클럭이 맞지 않은 문제를 완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계속해서 뇌의 뉴런 사이 연결 관계를 대규모 언어 모델에서 단어 사이에 형성된 다차원 백터에 비유하던 것처럼 뇌를 일종의 전통적인 컴퓨터나 신경망 모델로 동작하는 기계로 해석하는 관점의 결과인데 적어도 저는 뇌가 몸의 나머지 부분에 비해 좀 더 느린 클럭으로 동작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뇌는 입에 비해 훨씬 느린 클럭으로 동작해 말을 빨리 하면 뇌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말을 더듬거나 필요한 순간에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고 보고 있습니다. 생각의 멱살에서 생각할 때 이를 타이핑 하면서 생각을 유지한다고 했는데 이 때 장점은 손가락의 클럭 속도와 뇌의 클럭 속도가 꽤 비슷해 생각의 동작 속도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손가락을 통해 머리와 손가락 사이에 생각을 동기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글 2벌식 기준으로 대략 분당 750타 전후의 속도를 내면 생각과 손가락이 거의 같은 속도로 동작합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생각을 좀 더 느리게 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대신 같은 동작을 손글씨로 대체합니다. 손글씨는 타이핑에 비해 어처구니 없이 느린데 이 속도에 맞춰 생각하면 뇌는 훨씬 더 느린 클럭에 기반해 생각할 수 있고 천천히 생각하고 싶은 요구사항을 쉽게 충족할 수 있습니다. 같은 요령으로 말을 천천히 하면 뇌의 더 느린 동작 속도를 보완할 수 있어 뇌가 입을 따라가지 못해 단어를 생각해 내지 못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잘 모르겠지만 저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말하는 도중 말할 정확한 단어를 필요한 순간에 기억해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저만의 문제라고 생각해 훨씬 심각하게 여겼지만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는 모두가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면 상황을 완화할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개인적으로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이 방법들은 의학적으로 아무런 근거도 없고 또 함부로 뇌와 컴퓨터의 동작을 비슷하게 여기는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가정에 기반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문제를 완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비슷한 문제를 겪으신다면 이런 생각과 접근을 통해 문제를 완화한 사례가 있다는 정도로 인식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