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안하기, 생각만 하기

빌게이츠도 아니면서 빌게이츠처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봤습니다.

생각 안하기, 생각만 하기

지난 주 화장실 창문의 유용함 끄트머리에서 최근 몇 주 동안 작성한 글을 읽다가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전형적인 앞뒤가 맞지 않는 글, 주술호응을 아슬아슬하게 맞추는 수준의 거의 생각을 덤프 하는데 그치는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실 뉴스레터를 처음 시작하면서 물량에 초점을 맞추고 생각 자체를 덤프 하는데 집중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반 년 정도 했으니 슬슬 제대로 글을 쓰는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글을 쓰려면 생각을 해야 하고 또 머리에 여러 가지 경험을 입력해야 하는데 일이 바빠지고 또 쓰기에 집중하다 보면 생각과 경험 입력에 소홀해져 순식간에 내용이 없는 글처럼 보이는 긴 텍스트를 만들어낼 위험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딱 그런 상태가 된 것 같습니다.

석 달 전 생각의 멱살에서 한 가지 생각에 깊이 몰입하기 어려운 특징 때문에 생각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 손을 활용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경험의 입력과 생각 중 전자는 어쨌든 일상을 살아 가면서 축적해야 하니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지만 후자는 시간을 내 생각만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생각을 하려면 또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한데 종종 타이핑 하며 생각을 이어가다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단지 생각을 했을 뿐 어떤 의미 있는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이럴 때 너무 생각만 하는 상태를 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기도 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내 전혀 다른 두 가지 목표를 수행하기로 했습니다. ‘생각 안하기’, 그리고 ‘생각만 하기’.

거창해 보이지만 실은 잠깐 회사와 집으로부터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장소에 가서 혼자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액티비티를 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루 정도는 편안한 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랩탑 화면을 쳐다보며 손가락을 바삐 움직여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이어가 적당한 결론에 다다르는 것이 전부입니다. 실은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멍때리는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원래 그렇게 태어나서 그런 거겠지만 생각하는 상태를 멈출 줄을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명상이라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덤인데 가만 앉아 눈을 감으면 졸리고 그렇지 않으면 멈추지 않는 온갖 생각을 짤막하게 계속할 뿐이어서 여러 생각이 뇌를 시분할 하는 것 마냥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해 몸이 편안한 상태에서는 결코 아무 생각도 안 하는 상태를 만들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때 빌게이츠는 연중 적당한 때를 골라 외부와 연락을 끊고 숲속에 처박혀 미리 선택한 책을 읽고 생각하는데 시간을 쓴다고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을 계속해서 방해 받지 않고 읽을 수 있다는 것도 부럽지만 그런 시간과 장소를 만들 수 있다는 점 역시 부러웠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며 자신의 다음 의사결정을 좀 더 의미있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부러웠습니다. 빌게이츠는 아니지만 그런 시간의 필요를 느끼는 중이었고 이번에는 한번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빌게이츠처럼 많은 시간을 들일 수는 없겠지만 휴가를 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회사로부터 멀리 떨어진 다음 생각을 안 하기도 하고 또 생각만 하기도 하는 행동을 시도해 보기로 합니다.

대관령에 처음 간 건 2016년이었는데 작은 자전거를 산 다음 한참 열심히 타려고 노력하던 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동네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그때 살던 성남시는 그럴듯한 오르막이라곤 남북(남산, 북악) 밖에 없는 서울에 비해 서울 방향인 북쪽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방향에 꽤 그럴 듯한 오르막이 있어 작은 자전거로 오르막을 올라가는 재미를 알게 됩니다. 성남시는 대략 동쪽에는 광주시로 넘어가는 갈마치, 솔치, 이배재가 있고 서쪽에는 꽤 편안하고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하오고개, 여우고개가 있으며 남쪽으로는 용인시와 연결되는 말구리고개, 두밀고개가 있어 그날 컨디션에 따라, 취향에 따라 골라서 오를 수 있어 항상 서울 사람들 모임에 오른다는 남북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호회에 대관령 라이딩 모임이 생겼는데 나름 동네 오르막을 좀 올라 저 유명한 대관령도 진득하게 오르면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 모임 세부사항을 읽어보니 ‘남북 무정차 가능하면 됨’이란 조건이 붙어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남북을 가본 적이 없었지만 남북을 한번 가보고 대관령 모임에 갈지 말지 결정하기로 합니다.

주중에 남북 도는 미니벨로 모임에 나갔는데 다들 익숙한 듯 도로 옆을 달렸지만 성남에서 한적하고 안전한 오르막만 달리다가 바닥에 자전거 그림이 그려져 있을 뿐 그냥 똑같이 자동차들이 다니는 무지막지한 길을 달리는 건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바로 옆에 자동차가 스쳐 지나가는데 다들 별 일 아닌 듯 그저 갈 길을 갔고 저 역시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했지만 사실 꽤 쫄았습니다. 성남에서 골라 올라가는 재미가 있는 한적하고 다양한 오르막을 오르는데 익숙해져 있다가 일단 남산까지 가는 길도 그렇고 북악으로 가는 길도 커다란 길을 좌회전 해야 하는 등 무지막지한 서울 스타일 도심 라이딩을 하니 체력 이전에 정신력이 소모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남북 둘 다 딱히 그 명성에 비해 특별한 오르막은 아니어서 중간에 자전거에서 내려 성남 사람 망신 시키지는 않았고 공지사항에 따르면 대강 이 정도면 대관령 모임에 참가할 수 있다고 했으니 주말에 강릉에서 만나기로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대관령 라이딩 참가자를 모집하기 위해 남북을 조건으로 건 것은 고도의 낚시질이었다는 사실을요.

모임날 자전거와 함께 강릉에 도착했을 때 지난 남북 모임 때 오늘 대관령에 오기로 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오지 않았고 주최자를 포함해 예정된 인원의 절반만 도착했다는 걸 발견하고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최자님의 안내에 따라 대관령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도 성남에서 오르막을 올라 다닐 때는 한적한 도로에서 차를 별로 만나지 않아 편안했는데 강릉시내는 서울 만큼은 아니었지만 자동차들이 제법 있어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나머지 참가자 분들은 공도 라이딩에 굉장히 익숙한 것 같았습니다.

이 날의 일정은 대관령을 올라 횡계 시내에서 점심을 먹으며 쉰 다음 안반데기에 올라가는 거였는데 7월 초의 한낮에 오르는 대관령은 오르막이 긴 것은 둘째 치고 그야말로 펄펄 끓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성남에서 주변에 있는 같은 오르막을 여러 바퀴 돌며 진득하게 오르막을 오르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렇게 무더운 환경에서 진득하게 오르막을 오르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결국 일행들보다 거의 한 시간 늦게 대관령 정상에 올랐는데 먼저 올라간 분들은 이미 대관령 정상에 있는 편의점에서 물을 사 들고 기다리고 있었고 오르막에 다리가 털리기 이전에 더위에 머릿속이 탈탈 털려 아무 생각도 안 났습니다.

이윽고 횡계 시내에서 식사를 하고 이어 안반데기에 올라갔는데 해발 고도가 제법 높은 횡계 시내는 강릉에 비해 훨씬 선선했지만 이미 올라오며 열사 상태가 되어 안반데기는 무슨 정신으로 올라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튼 거의 빈사 상태로 안반데기에 올라가 안반데기 간판 아래 드러누웠으며 거긴 몇 시간 전에 지나온 대관령 오르막에 비해 말도 안되게 서늘해 이대로 있으면 감기에 걸릴 것 같아 잠깐 사진 찍은 다음 밝목령으로 내려와 다시 강릉에 도착해 집에 돌아옵니다. 이 날 그렇게 무더운 날씨에 자전거를 타다가 열사 상태에 빠지면 해열제를 먹어 상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또 작은 자전거로 안반데기 같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를 때 일시적으로 통증을 줄이려면 진통제를 먹으면 상황을 완화하고 일시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긴 오르막을 오르고 있으면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안 난 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은 오르막이 길어 봐야 2-3 킬로미터 수준이었기 때문에 오르는 동안 아무 생각이 안 난다는 사실을 잘 몰랐는데 오르막이 십 수 킬로미터에 이르자 아무 생각이 안 나는 상태가 길어져 이 상태를 알 수 있게 됐습니다. 개고생했지만 이 날 드디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명상 말고도 생각을 안 할 방법이 있음을 배웠습니다.

한편 이 날 이후 나름 자신감이 생겨 코로나 이전에는 매해 대관령 힐클라임 대회에 나갔는데 처음 대회에 나갈 때는 미니벨로 부문이 있어 나름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지만 미니벨로로 참가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어 어느 해 부터인가 미니벨로 부문이 사라지며 영원히 상위권에 오를 수 없게 됐습니다. 대관령 힐클라임 대회에서 출발하자마자 미친듯 달려 나가는 분들은 대략 정상까지 40분 정도에 도착하는데 어느 해에는 너무 빨리 도착한 나머지 정상까지 관람객들을 실어나르는 셔틀버스보다 빨리 도착해 기록은 달성했지만 아직 정상에 아무도 없을 때 1위가 결정된 적도 있다고 합니다. 한편 미니벨로로 달성한 기록은 대략 30분 정도 더 걸린 1시간 10분 정도였습니다.

올라가는 동안 체력이 비슷한 분들 사이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며 미니벨로가 때때로 오르막에 유리하다는 점을 알게 됐고 또 큰 자전거를 가져온 분들이 낑낑대는 사이에 작은 자전거로 이리 저리 오가며 앞으로 사람들을 앞서 나가는 건 무척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코로나가 시작되며 더 이상 대관령 힐클라임 대회에 참가하지 않게 됐지만 그렇게 대관령은 마치 빌게이츠가 생각하러 책을 싸 들고 외딴 집에 틀어박히듯 마음을 비우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는 어떤 장소에 등극합니다.

그래서 이번 생각 안하기, 그리고 생각만 하기 계획은 생각을 비우고 싶을 때 찾아가는 대관령을 중심으로 대관령 정상 부근에 숙박하며 동네를 돌아다니고 또 동네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 오랜 시간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강릉에서 대관령을 오르면 대관령 정상은 평창군 횡계리인데 이전 시대에는 여기서 밥만 먹고 바로 안반데기에 오르며 그냥 스쳐 지나가는 곳이었지만 지난 동계올림픽 이후에는 횡계에 꽤 괜찮은 숙박시설도 들어서고 밥 먹을 곳도 이전에 비해 늘어났으며 그 동네에 오랫동안 있던 유명한 가게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그래서 횡계에 숙박을 잡고 대관령을 오르고 또 횡계 시내에 적당한 카페에서 생각을 하는 시간을 서로 다른 날 가지기로 했습니다. 이 모든 날은 평일이어야 했는데 비수기 평일 숙박요금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저렴했기 때문인데요, 올해 남아 도는 휴가를 이번 평일에 태워도 연말까지 아직 든든하게 휴가가 남아 있어 문제 없었습니다.

일단 횡계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은 다음 바로 대관령으로 향합니다. 강릉 방향에서 오면 일단 대관령을 올라가야 대관령 정상에 다다를 수 있지만 횡계에서는 몇 킬로미터만 가면 바로 대관령 정상이어서 아직 팔팔한 컨디션으로 대관령 비석 앞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한 시간 넘게 올라온 다음 도착할 수 있는 곳이지만 이번에는 고작 몇 분 만에 도착해 날로 먹는 기분도 들고 또 사진 찍었으니 그냥 숙소로 갈까 싶은 생각이 안 든 것은 아니지만 그러면 평일에 휴가를 내 여기까지 온 이유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 같아 숙소로 갈 욕구를 꾹 참고 긴 대관령 내리막을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무한히 계속되는 내리막은 초보자들이 갈만한 이화령 같은 곳에 비해 커브가 계속되어 신나게 속도를 내기는 위험한 편입니다. 앞서 소개한 안반데기에 올라갔다가 닭목령을 찍고 강릉으로 내려오는 길 역시 가파른 내리막에 커브가 계속되어 나중에는 다리가 아니라 브레이크를 잡는 손을 쉬기 위해 중간에 멈춰야 할 정도인데 대관령 역시 이화령 금촌 방향 내리막처럼 신나게 달릴 만한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강릉까지 내려갔다가 회전교차로를 돌아 다시 대관령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대회에 나갈 때는 같은 미니벨로라도 짐을 아무것도 안 달고 올랐는데 그 생각만 하고 며칠 치 짐을 자전거 앞에 단 채로 올르기 시작해 보니 이거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잖아도 미니벨로로는 올라가는데 오래 걸리는데 앞에 몇 킬로그램에 달하는 커다란 짐을 달고 있어 페달을 밟는 느낌이 다른 때와 많이 다릅니다. 이러다 못 올라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좀 오르다 보니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오랫동안 천천히 올라가면 오히려 좋겠다 싶었는데 그건 그 순간에 든 생각일 뿐이었습니다.

올라가는 내내 아무 생각도 안 들었고 또 그 시간이 꽤 길어져 머릿속 경험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앞에 커다란 짐을 달고 오르막을 올랐더니 다시 커다란 풍력발전기가 있는 대관령 정상에 다시 올라 보니 없어 보이게 다리가 후들거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회나 모임이 아니어서 저 혼자 뿐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습니다. 대회 때처럼 올라가는데 집중하느라 다른 사람이 찍어준 사진 외에는 아무 사진도 없었던 다른 때에 비해 이번에는 올라가다 멈춰 쉬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지나가던 하드코어모드 운전연습 차량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온전히 아무 생각도 안 하는데 사용한 다음 다른 날에는 생각만 하기로 하고 대관령이나 안반데기, 그 외에도 이 근처에서 올라갈 수 있는 다른 오르막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시내에 맛있다고 알려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합니다. 랩탑을 어깨에 매고 출발했는데 아주 조금만 달릴 거라 자전거 옷이나 태양을 피할 아무 준비도 없이 출발한 바람에 날씨가 너무 좋아 멜라닌이 없는 사람의 여름나기에 소개한 문제가 일어날 것 같아 긴 옷을 내려 손등을 덮고 손가락만 내민 채로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졸지에 조그만 자전거를 타고 큰 옷을 입은 채 소매를 당겨 손등을 가리고 다니는 이상한 사람이 됩니다.

지난번에 와 본 맛있고 넓고 조용한 카페에 자리를 잡고 오전부터 맛있는 커피를 옆에 두고 손가락으로 랩탑 키보드를 두드리며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는 순간이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어 사진도 찍고 인스타그램은 아니었지만 카카오톡 단톡방 여기저기에 공유했습니다. 한편 평일이어서 그런지 그렇잖아도 한산한 동네는 더더욱 한산했고 어디든 자리가 비어 있어 느긋하게 돌아다니기도 좋았고 먹고 싶은 것은 뭐든 줄 서지 않고 먹을 수 있어 좋았을 뿐 아니라 맛있는 카페 역시 한산해서 주변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 입장에서 랩탑 키보드의 도움을 받아 하루 종일 생각하기 좋았습니다.

돌아오는 날 조금 일찍 나와 또 이 동네에서 가장 좋아하는 맛있는 카페에 들려 또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며 잠깐 비가 흩뿌리는 바깥을 쳐다보며 이걸 다 맞으며 돌아갈 생각을 하기도 하고 또 결국 유리창 안에서 보기만 하던 빗속으로 나가 비를 맞으며 터미널까지 달려야 했습니다. 회사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몇 시간을 달려 다시 서울에 돌아와 이번에는 자전거를 타는 대신 지하철 맨 앞 칸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열차를 기다리다가 이렇게 시간을 좀 내서 아무 생각도 안하고 또 종일 생각만 하는 시간을 연달아서 가져보는 시도가 적어도 실패하지는 않았다고 판정하기로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빌게이츠 급으로 많은 시간을 들이고 또 그 시간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남아 도는 휴가를 평일에 몰빵해 시간을 낸 다음 오랜 시간 동안 오르막을 오르며 머릿속을 비우고 또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생각을 계속하는 기회를 가끔 가져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남은 휴가와 비용을 감안하면 올해는 연말 성수기 전까지 이런 자리를 한번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심심하게 대관령만 넣지 말고 주변에 있는 삽당령, 백복령을 포함해서 달려도 재미있을 것 같으니 눈 오기 전에 한번 더 가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평소 잘 안 하던 좀 더 넓은 관점의 생각을 실컷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주에도 다른 다섯 가지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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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이 부족한 사람의 할 일 관리 앱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요구사항을 정리할 겸 제 사례를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합니다.

생각하러 다녀왔지만 다른 주제들은 글을 미리 써 둔 덕분에 그 효과가 미칠 글은 몇 주 뒤부터 나갈 것 같습니다. 효과가 있을지 어떨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번 같은 휴가를 가끔 가지며 생각에 집중하는 게 의미 있다고 밝혀진다면 앞으로도 종종 해보려고 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또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