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사항이 불분명한 프로젝트의 일생
어떤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훨씬 더 긴 기간 동안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개발하지만 여간해서 출시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멋진 디렉터님들이 행사에 나타나 하시는 말씀을 들어 보면 모든 프로젝트에는 항상 명확한 비전이 있고 모두가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비전은 종종 고객들의 요구사항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또 다른 이벤트에서 이 사실을 인정하고 다시 고객들의 요구에 맞는 방향으로 프로젝트의 요구사항을 변경해 개발해 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모든 프로젝트에는 항상 명확한 목표가 있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요구사항이 있으며 프로젝트에 속한 모두가 그 요구사항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종종 맞을 때도 있지만 다른 더 많은 경우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연 인원 수 백 명의 생계를 유지하는 엄청난 개발비를 투입한 프로젝트가 명확한 목표와 이에 기반한 요구사항 없이 어쩔 수 없는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경우는 생각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이런 무서운 상태를 알고 있는 것일까요? 회사는 과연 수 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런 위험한 자선사업을 감행하고 있는 것일까요?
온라인 게임이 한창 나타나기 시작하던 시대에는 여러 회사들이 게임 이름 뒤에 ‘_온라인’을 붙인 비슷비슷한 게임을 개발해 공개하곤 했습니다. 처음 잠깐 동안은 이런 게임이 나타나는 상황이 그리 이상하지 않았지만 게임 각각은 고객들의 시간을 강하게 요구하는 MMO 장르였던 관계로 그런 비슷한 게임 수 십 개가 시장에 동시에 나타나자 순식간에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고객들은 방금 소개한 접미사가 붙어 있는 게임에 이전만큼 그리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또 주로 고객들을 주 대상으로 삼는 매체들도 이런 현상을 비판하며 얻은 조회수를 통해 광고 수익을 얻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객들의 피로감과 이 피로감에 기반한 비즈니스가 유효한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이 회사를 지탱하는 여러 스폰서들에게까지 전달되는데는 훨씬 긴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우리들 스스로도 뻔한 접미사가 붙은 온라인 게임의 등장에 감흥이 없던 상황에서도 뻔한 MMO 게임을 개발할 자리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 비슷한 게임을 여러 번, 서로 다른 사람들과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개발하는 과정을 견딜 정신력만 있다면 향후 수 년 동안에 걸친 직업적 안정성을 얻을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