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할 수 없는 목표와 어쩔 수 없는 개발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플레이 한 팰월드의 캐릭터 생성 부분은 이전에 여러 차례 경험한 고통스러운 개발 과정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제는 안 그럴 겁니다.

실패할 수 없는 목표와 어쩔 수 없는 개발

이제 백수 생활의 끝이 다가왔습니다. 해고된 다음 잠깐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이력서를 열심히 쓴 다음 공격적으로 면접을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리퍼 체크를 받으며 어릴 때 했던 실수가 제 평생에 걸쳐 얼마나 큰 댓가로 다가오는지 세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구직을 진행하며 나를 얼마에 팔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도 있었는데 한 회사에서는 희망 연봉을 기입해 회신할 때 동시에 왜 그 금액을 받아야 하는지 이유를 함께 적으라고 했는데 이 때 지난 수 년 동안의 급여와 인상 이유, 업계 전체에 걸친 이벤트 따위를 함께 검토해 볼 계기가 되어 재미있었습니다. 어떤 면접은 순수하게 면접에서 상대와 이야기하는 경험 자체가 즐거웠고 또 이번 경험을 통해 지금까지의 경력을 유년기의 끝으로 정의하고 이제부터 시작할 경력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지 생각해 보게 만든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이번 백수 생활을 하며 그동안 거의 회사에 의존해 규칙적인 생활을 해 온 입장에서 회사가 사라지면 생활이 완전히 망가지지 않을지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늘 그랬던 것처럼 출근할 곳이 확정되면 최대한 빨리 출근하려고 했습니다. 바로 이전 회사에서도 2주 후에 출근해도 되는데 1주가 지나니 심심해서 출근일을 1주 당겨 출근하기도 했습니다. 회사에 다니는 동안에는 하루라도 더 쉴 날을 눈에 불을 켜고 찾으며 연휴가 끼어 있으면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었지만 그런 회사가 없어지면 규칙적으로 행동할 동기를 찾지 못하고 흐트러져 자고 싶은 만큼 자고 또 먹고 싶은 만큼 먹고 의미 없이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아무 때나 자며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번에는 매주 금요일에 뉴스레터를 보내는 일정을 맞추기 위해 매주 토요일 오후에 한 번에 긴 시간을 들여 글을 쓰고 매주 수요일 즈음에는 다음 뉴스레터의 커버스토리를 쓰면서 기본적으로 주간 생활 패턴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또 그 동안 밀린 게임을 플레이 하며 4D 마인스위퍼 같은 어처구니 없는 게임을 플레이 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미뤄 온 어쎄신크리드 신화 3부작을 마무리하는데 시간을 많이 들였는데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평생에 기억할만한 경험으로 잘 마무리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자는 시간과 깨어나는 시간이 각각 약 3시간씩 뒤로 밀린 것을 제외하면 생활이 크게 망가지지는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