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토돈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소셜그래프 뿐이다

마스토돈을 사용하기 시작한지 2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고민 끝에 개인 도메인 이름을 사용하는 서버 대신 kono.pub 서버로 이전하기로 했습니다.

마스토돈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소셜그래프 뿐이다

2024년 초가을 현재 마스토돈으로 옮긴 지 약 2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트위터가 인수되고 난 다음에는 거의 농담에 가깝게 ‘Make Elon’s twitter Great Again’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분명 새로운 소유주는 아무말 하는 환경에 여러 변화를 일으킬 것 같았지만 그 변화가 뭐 제 아무말 의지를 얼마나 꺾을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트위터의 새로운 소유주를 너무 얕봤던 완전히 잘못된 예상이었고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습니다. 사실은 뭔가 바뀌었다기 보다는 뭔가 조금씩 망가져 가는 과정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마치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자신이 하는 일에 필요한 지능이 부족한 분들이 높은 자리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어제 내린 의사결정과 오늘 내린 의사결정이 서로 다른 맥락을 가리키면서도 이들 각각이 달성되지 않으면 우리들의 인사평가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직업 안정성을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알기에 분명 이상한 의사결정에 의한 요구사항이라도 문제 제기 없이 그저 만드는 과정에서 게임이 망가지는 모습과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아주 짧은 생각과 그에 따른 의사결정, 이에 기반한 요구사항과 요구사항이 일으키는 전체 시스템에 대한 검토 없이 일단 실행하고 보는 상황입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개발 도중에 일어난다면 회사에 속한 우리들만 고통 받으면 되지만 같은 상황이 라이브 상황에서 일어나면 고객들도 함께 고통 받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라이브 서비스에 고객들이 하는 결정과 같이 그 서비스를 떠나기로 결정합니다.

트위터를 접었다고 해서 계정을 없애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말이나 하던 계정에 남아 있는 글이라고 해 봐야 별 것 없었지만 그 별 것 없는 글이라도 어떤 글은 그저 감정의 배설을 위한 글이었을 뿐이었지만 또 다른 글은 그 글을 출발점으로 삼아 블로그 글로 만들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트위터 같은 이른바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는 글 뿐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을 팔로우하고 또 어떤 사람들이 나를 팔로우하는지를 나타낸 소셜그래프 역시 중요했는데 이는 내가 하는 말이 어떤 사람들의 타임라인에 도달하고 또 어떤 사람들의 글이 내 타임라인에 도달하는지를 나타내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소셜그래프 중 특히 내가 어떤 사람들을 팔로잉 하고 있는지와 트위터의 특성 상 내가 어떤 사람들을 블록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내가 팔로잉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글 뿐 아니라 그들이 관심 있어 리포스트 하거나 인용하는 글 역시 내 타임라인에 나타나는데 적당한 사람들을 팔로잉 하고 있으면 인터넷에 넘쳐나는 데이터를 적당히 살펴볼 수 있는 수준으로 필터링 해 보기 좋은 모양으로 타임라인에 나타나게 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당연히 저와 생각이 너무 많이 달라 감정적인 소모를 일으키거나 저와 비슷한 너무 공격적인 분들을 적당히 통제하기 위한 블록한 사람 목록도 중요한데 어떤 사람들은 필터의 일부로 활용할 여지가 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이유로 감정적인 소모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기 위해 감정적인 소모를 감수해 봤지만 의미가 없지는 않았으나 결국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런 정보들은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이상 의미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굳이 삭제할 필요도 없어 보였기에 그냥 그대로 둡니다.

제가 트위터를 그만 두고 다른 비슷한 서비스로 옮길 생각으로 이것 저것 살펴볼 때 가장 눈에 들어온 서비스는 액티비티펍 프로토콜 호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인 마스토돈이었는데 비슷한 몇몇 소프트웨어가 있었지만 마스토돈은 그들 중 어느 정도 리퍼런스에 가까운 모양으로 동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스토돈은 그 당시 액티비티펍을 지원하는 여러 소프트웨어 중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점 역시 이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반면 특정 지역, 가령 동아시아 지역에 널리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도 없지 않았는데 특정 지역이나 특정 문화를 지나치게 반영한 서비스는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 리퍼런스 서비스와 너무 많이 틀어지거나 그런 서비스 특유의 사용자 바이어스가 일어나 트위터에 기대한 만큼의 정보 전달과 필터링 역할을 해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아무말 인프라로 마스토돈을 선택했는데 마스토돈을 사용하기 시작할 때 제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액티비티펍 프로토콜 호환 네트워크에서 제 아이덴티티를 무엇으로 설정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서비스에서든 제 아이덴티티는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했는데 가령 이메일이 그랬습니다. 한 번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메일은 미래에 도통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밈들은 어린 분이 그 시점까지 가진 정보만으로 평생 사용하게 될 이메일 계정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현대에 이메일은 이전에 비해 그 위상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스토돈 같은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를 포함해 온갖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나 또 다른 온갖 채팅 서비스를 통해 이전 만큼 이메일을 통한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할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메일은 여전히 이런 서비스에 가입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이메일은 이제 서비스에 가입하더라도 노출되지 않는 정보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덴티티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워진 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메일은 여전히 인터넷 상에서 아이덴티티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액티비티펍 호환 네트워크에 처음 참여할 때 아이덴티티 문자열을 잘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메일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한 번 설정하면 이를 바꿀 수 없었고 또 어떤 서버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내 아이덴티티의 절반이 그 서버 이름이 되기 때문에 서버 역시 신중하게 선택해야 했습니다. 당시 가장 유명한 서버는 사용자 수에 비해 인프라가 충분이 받쳐 주지 못해 동작이 느리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여러 서버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가입 신청을 받는 서버에 가입하려고 시도하거나 거의 표준에 가까운 아이덴티티를 만들 수 있는 서버이지만 느린 속도를 감수하는 것 양쪽 모두가 딱히 매력적이지는 않았기에 다른 선택을 하기로 합니다. 처음 이메일을 사용할 때는 그렇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제 개인 도메인을 가지게 됐고 구글 워크스페이스가 개인 사용자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금까지 꽤 오랜 세월에 걸쳐 개인 도메인에 기반한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여느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인 이메일의 앞쪽 절반은 자신이 결정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저는 이메일 주소 전체를 제가 결정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이메일 주소는 굳이 앞부분에 제 아이덴티티를 넣어야만 할 이유가 없었는데 보통 서비스 제공 회사 이름이 차지하는 뒷부분이 제 도메인이어서 오히려 이메일 주소 뒷부분이 제 아이덴티티를 이미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부분에 같은 정보를 반복할 필요가 없어 ‘[email protected]’로 이메일을 만들어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 이유로 액티비티펍 호환 네트워크에 참여할 때도 비슷한 결정을 해 액티비티펍 호환 네트워크에서 제 아이덴티티는 ‘[email protected]’로 시작합니다.

사실 이 때 기술적으로 조금만 더 검토했다면 마스토돈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브도메인 위치와 액티비티펍 아이덴티티를 서로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테고 만약 그랬다면 당연히 이메일 주소와 완전히 일치하는 액티비티펍 아이덴티티를 만들었을텐데 그 때는 그런 기술적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도메인 루트 경로는 이미 다른 서비스를 붙여 사용하고 있었기에 그 위치에 마스토돈을 붙일 수는 없었기 때문에 서브도메인을 사용했고 기술적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기에 제 도메인 기반에 제가 직접 만든 아이덴티티라도 중간에 마스토돈이라는 서브도메인 겸 접두사를 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메일과 일치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어 정도에 만족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메일과 마스토돈 계정 이름을 일치시키는 방법에는 꼭 마스토돈 계정 이름을 이메일 주소에 일치시키라는 법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스토돈 계정이 만들어졌다면 그와 똑같은 이메일 주소를 하나 만들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사람들은 마스토돈 계정 이름 그대로를 이메일 주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겠지만요. 그래서 아무 의미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구글 워크스페이스의 도움을 빌어 마스토돈 계정 이름과 똑같이 생긴 이메일 주소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email protected]’가 마스토돈 계정 이름이기도 하고 또 실제로 동작하는 이메일 주소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의미 있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저 자신이 저 이메일 주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는 마치 트위터를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굳이 적극적으로 제가 아무말을 지껄이고 있는 그 모습을 적극적으로 광고할 만 하지는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저는 인터넷 상에서 제 아이덴티티를 공유할 때 기존 이메일 주소인 ‘[email protected]’를 제시했고 마스토돈 계정, 그리고 이와 똑같이 생긴 이메일 주소는 설정 상 동작했지만 실제로 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한편 지난 2년여에 걸쳐 마스토돈을 사용하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계기가 되어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트위터에서는 이미 트위터를 오랜 세월에 걸쳐 사용해 온 사람들이 더 이상 트위터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신 각자의 관심사를 말하고 그 날의 기분과 경험을 이야기하고 또 자신이 관심 있거나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하는 글을 마구 퍼나르는데 집중해 정작 트위터라는 서비스 자체에 대해 이야기할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적어도 새로운 소유주가 등장하기 전까지는요. 반면 마스토돈에서는 이를 사용하는 여러 사람들 역시 최근에 트위터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많아 마스토돈 서비스가 신기하다는 듯 곳곳을 둘러보며 이미 마스토돈을 오랜 세월에 걸쳐 사용해 온 사람들이 무안해 할 정도로 이 서비스가 마치 방금 처음 탄생한 것 마냥 모든 것을 신기해하고 또 모든 것을 트위터와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가령 ‘마이크로블로그는 긴 글 공유에 적합하지 않을 것 같음’이란 생각을 했는데 사실 이는 트위터에서도 당연했습니다. 트위터에서 긴 글을 공유하기 위해 한 글에 계속해서 답글을 달아 가며 소위 스레드를 만들었는데 이는 짧은 호홉의 글만을 읽게 된 사람들, 그리고 그런 글만을 쓸 수 있게 된 사람들에게는 유효한 방법이었지만 처음부터 작정하고 긴 글을 만들고 공유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스레드를 구성하는 글 각각은 필요에 따라 전체 글에서 분리된 모양으로 공유되었고 글을 작성한 사람의 의도와는 다른 방식으로 공유되기 십상이었습니다. 당연히 온갖 오해를 일으키곤 했고 이는 마스토돈에서도 완전히 똑같았습니다. 다만 마스토돈은 글 하나의 길이 제한이 좀 더 긴 편이어서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지만 그 빈도가 적을 뿐 문제는 똑같이 일어났습니다. 트위터였다면 이런 주제는 생각 조차 하지 않았을텐데 마스토돈으로 옮겨 온 다음에는 똑같은 마이크로블로그를 마치 처음 사용해 보는 것 마냥 이런 주제를 하나씩 끄집어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또 ‘왜 그 사용자는 마스토돈에 종단간 암호화가 중요하다고 말했을까’ 같은 주제를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한 사용자가 도대체 각 서버의 운영자들을 어떻게 신뢰하며 이 서비스들을 사용할 수 있느냐는 글을 당시 한국어권 마스토돈 서버 중 규모가 크고 또 꽤 오래 된 마스토돈 서버를 사용하며 말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 사용자는 자신들의 다이렉트 메시지를 서버 운영자가 들여다 볼 수 있지 않느냐며 종단간 암호화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고 또 그 기능이 제공되기 전에는 서비스를 사용해서는 안되며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바로 그 서비스를 통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개인적으로 큰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는데 이전에 트위터를 사용할 때도 다이렉트 메시지는 종단간 암호화 대상이 전혀 아니었고 트위터 운영자 역시 필요에 따라 메시지를 들여다보거나 수사기관에 제출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이런 주제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다가 왜 갑자기 이런 주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는지 바로 설명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모로 생각해본 끝에 트위터처럼 커다란 서비스를 사용할 때는 그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인격이 사용자와 같은 사람 하나하나의 모습에 가깝다기 보다는 회사라는 사람이라고 보기는 쉽지 않은 모호한 인격에 의해 운영되었기에 이들을 사람으로 보고 사람과 같은 행동을 하리라고 예상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반면 마스토돈 서비스에서는 서버 인프라에 돈을 내고 직접 인프라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회사 모양이 아니라 타임라인에 남들과 똑같이 글을 쓰는 사람 모양이라는 점에서 이전에 인격을 부여하지 않던 대상에 인격을 부여하며 갑작스레 이 모든 서비스를 결국 사람이 관리하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에 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을까 하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마스토돈의 기능 상의 한계에 대한 고민도 해 봤습니다. 트위터를 사용할 때는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는 자신이 좀 웃기단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생각을 해보고 또 글을 만들었습니다. ‘마스토돈의 계정 이동성에 대한 걱정’은 마스토돈, 혹은 액티비티펍 호환 네트워크가 여러 서버, 여러 서비스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서비스는 사실상 개인이 거의 비영리 목적에 가깝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상업 서비스에 비해 영속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느 서버라도 개인이 재미 삼아 인프라 비용을 지불하고 또 개인의 노동력을 사용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에 개인의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서비스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마스토돈에서는 한 계정을 다른 계정으로 이전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고 광고하고 있었는데 처음 이 광고를 보고 당연히 아이덴티티, 글, 소셜그래프 등 가능한 많은 정보를 이전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셜그래프 이외에는 그 무엇도 옮길 수 없었고 이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이덴티티는 당연하게도 서버와 서버 사이를 이동해야 하기에 유지될 수가 없었습니다. 이는 마치 이메일 서비스를 옮기려고 마음먹은 이상 이메일 주소의 뒤쪽 절반은 당연히 바뀌어야 하는 것과 비슷했고 만약 옮기려는 서비스에 지금 내가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 왼쪽의 문자열을 이미 사용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메일 주소의 왼쪽 문자열 역시 바꿔야만 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아이덴티티야 그렇다 치지만 지금까지 작성한 글, 그리고 리스트나 블록 리스트 따위를 전혀 옮겨 주지 않는다는 점은 꽤 충격적이었는데 나중에서야 액티비티펍 프로토콜의 기술적인 제한 때문에 글을 옮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했지만 애초에 왜 그런 모양으로 설계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입니다. 이 시점까지는 마이크로블로그의 글이라도 일반 블로그의 글처럼 어느 정도 영속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이런 특징은 충격적이었고 마스토돈을 포함한 액티비티펍 호환 네트워크에서 계정 이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런 기술적인 한계를 마주한 다음 ‘마스토돈에 인용과 검색 기능 부재는 플랫폼의 명백한 한계’, ‘액티비티펍 네트워크의 부하 내구성 문제’, ‘액티비티펍 네트워크의 결함 내구성 문제’ 같은 생각을 이어서 해 보며 ‘마스토돈 커뮤니티는 오래 못 갈 거라고 봐요’라는 예측을 해봤습니다. 마스토돈에 검색이 없지는 않지만 자기 스스로 검색을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엘라스틱서치라는 별도의 검색 인프라를 사용해야만 검색을 제공하는데 이는 사실 우리들이 여러 서비스에 걸쳐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검색 기능이 사실은 인프라 관점에서 결코 저렴하지 않은 기능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말해줍니다. 그럼에도 다른 서비스들이 조용히 검색 기능을 서비스 또는 소프트웨어의 기본 기능으로 함께 제공하는데 비해 마스토돈은 화끈하게 검색 기능을 직접 만들기를 포기하고 다른 기능에 집중했으며 검색에 필요한 여러 기능은 엘라스틱서치에 맡겨 버렸습니다. 그래서 마스토돈을 운용하는 인프라에 따라 검색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엘라스틱서치를 구동할 인프라를 별도로 준비하지 않아도 됐고 다들 그냥 검색하지 않기로 합의하면 그에 따른 인프라 비용이나 개발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어지간한 마스토돈 서버는 검색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냥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들과 아무말을 계속하는데 집중한다면 검색이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 자신도 처음에는 마스토돈에 검색이 없다는 사실에 꽤 충격 받았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마스토돈은 사실 채팅 서비스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한 다음부터는 검색이 없어도 그리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대신 언젠가 찾아볼 것 같아 보이는 글은 그때그때 스크랩 해 놓는 식으로 대응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인용 부재, 여러 가지 근본적인 결함은 이 서비스가 오래 못 갈 거라고 예상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예상을 한 다음 1년 이상이 흘렀음에도 그런 예상은 맞고 틀림을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 동안 온갖 부침을 겪으면서도 트위터에 그대로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트위터 밖에서 보면 도저히 계속해서 아무말 못 할 것 같은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각각의 사건이나 각각의 변화는 별로 중요하거나 눈에 띄는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이전에도 트위터는 각자가 팔로잉 하고 있는 사람들의 차이에 의해 사람들마다 완전히, 정말 완전히 극단적으로 다른 타임라인에 근거해 아무말 할 수 있었는데 이런 특징 때문에 새 소유주의 별로 생각이 깊어 보이지 않는 명령 때문에 서비스 이곳 저곳이 변경되더라도 이런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는 타임라인과 그렇지 않은 타임라인이 구분될 수 있었는데 트위터를 아무 문제 없이 계속해서 사용하는 여러 사람들은 여전히 그런 변화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타임라인에 모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트위터가 영 불안해서 마스토돈을 사용하기 시작해 이제 2년여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트위터에는 이전에 아무말 하던 사람들이 거의 그대로 모여 있고 또 아무말 하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여전히 거기 있기에 다른 서비스로 잠깐 옮겼던 사람들도 다시 트위터로 돌아가 이전과 똑같이 아무말 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반면 마스토돈을 포함한 액티비티펍 네트워크는 트위터만큼 기술적인 제약에 신경 끄고 아무말 할 수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런 환경에 적응하거나 쉽게 만족하는 사람들이 남겨진 강한 바이어스를 유지한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은 트위터에 계정을 굳이 버리지 않고 가끔 글을 읽고 또 가끔 어떤 글에 답글을 다는 용도로는 계속해서 사용하지만 아무말을 하는 핵심 인프라는 마스토돈으로 삼았는데 이는 오히려 제가 아무리 멍청한 소리를 지껄이더라도 이 말이 이미 바이어스 된 극 소수의 사람들에게 전달될 뿐 인터넷 세계에 영향을 일으키지 않도록 통제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액티비티펍 호환 네트워크에서 아무말을 계속하는데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스토돈을 사용하기 시작한 다음 2년여가 흐르는 동안 총 두 번 모더레이션 요청을 받습니다. 저 자신이 글을 쓰는 사용자임과 동시에 서버의 관리자이기도 했기 때문에 저 자신에 대한 모더레이션 요청을 제가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저 자신을 모더레이션 해야 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저를 봐줄 수는 없었는데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모더레이션 요청의 경과를 지켜보고 경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서버 단위의 차단이 너무나 쉽게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스토돈을 사용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어느 서버의 관리자가 문제를 일으켰고 그 문제가 이 서버를 둘러싼 다른 서버 관리자들이 보기에 썩 마음에 들지 않게 처리되자 한 서버가 공지를 내며 그 서버를 차단해버렸고 이 문제와 별 관련도 없어 보이는 다른 여러 서버들이 똑같은 공지사항을 붙여 넣으며 마치 좀비가 증식하듯 한 서버를 네트워크로부터 지워 버리는 모습을 보고 ‘마스토돈에서 아무말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분산된 네트워크는 어느 한 서버 정도는 없어도 잘 동작하는데 모더레이션은 그 결과에 따라 모더레이션 요청을 보낸 서버 뿐 아니라 다른 서버들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자신들의 모더레이션이 잘 받아들여지는지 살펴보고 그렇지 않으면 즉시 네트워크로부터 영구적으로 차단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 보였습니다. 암흑의 숲도 이런 암흑의 숲이 없다 싶습니다. 때문에 저는 욕설의 기본적인 속성인 ‘대상을 비하한다’는 제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특성 때문에 모더레이션 요청을 받았고 ‘욕설은 욕설이기 때문에 욕설이다’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모더레이션 요청이 과하고 또 전혀 납득할 수 없었지만 모든 서버로부터 맹목적인 차단이 일어날 것이 두려워 제 글을 삭제하는 선에서 대응합니다.

또 한번은 저 자신을 포함한 집단을 비하하며 일종의 자기비하 개그를 시도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모더레이션 요청이 도착합니다. 이번에도 저 자신이 관리자이고 또 동시에 사용자이기에 저 자신을 봐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글은 분명 특정 집단에 대한 일종의 비하를 포함하고 있었지만 거기에는 저 자신이 포함되어 있기에 당사자성이 있는 자기비하였고 이는 여러 코미디에서 사용되는 수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관리자로써, 그리고 그 글을 작성한 사용자로써 제 의견을 모더레이션 요청을 보낸 누군가에게 전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잠깐 동안 이 모더레이션 요청에 대한 제 의견을 정리해 공개된 장소에 걸어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지만 이 역시 괜히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것 같았고 또 모더레이션을 요청한 누군가가 예전에 봤던 것처럼 그냥 공지사항을 걸고 서버 단위로 차단하고 또 이를 본 다른 서버 관리자들이 마치 증식하는 좀비처럼 서버 단위 차단을 반복하면 한국어권 액티비티펍 호환 네트워크 전체로부터 완전히 고립되는 것은 시간문제였기에 억울한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굳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로 합니다. 이 날 두 번째로 모더레이션 요청에 대응해 제 글을 삭제하면서 다시 한 번 과연 이 서비스를 사용하며 아무말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트위터에서 아무말을 했고 그게 누군가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조용한 차단을 감수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액티비티펍 호환 네트워크에서는 서버 관리자 단위로 일어나는 모더레이션 요청을 이들의 마음에 들지 않게 처리할 경우 서버 단위로 수행되는 차단에 의해 순식간에 고립될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고 이는 아무말 의지를 심각하게 저해합니다.

앞서 액티비티펍 호환 네트워크는 서버를 운영하는 개인이나 소규모 법인의 비영리 행위에 기반해 동작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는 곧 각 서버들이 거의 개인들의 순수한 흥미에 의해서만 동작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는 흥미로운 현상이고 현대 인터넷을 지탱하는 기술의 근본이기도 하지만 현대는 자본주의 사회로 어떤 행동을 하든 돈이 필요하기에 아무말 인프라가 개인의 선의에 의한 결과로 일어나는 지출과 노동력에 기반해 동작한다는 사실은 이 네트워크가 영속적으로 동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잡하게 말했지만 사용자들에게 직접 과금하지 않더라도 어떤 방법으로든 액티비티펍 네트워크를 통해 돈을 벌 수 없다면 이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몇몇 규모가 큰 서버들은 기부를 통해 흑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대다수 서버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주요 클라우드컴퓨팅 인프라를 제공하는 회사의 무료 서비스 범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제공 되는 서버들은 그 관리자들이 그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 하고 있는지 깊이 이해하지만 이 서버들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고 그 사용자들이 그런 사실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잠시 ‘액티비티펍 호환 소프트웨어로 돈 버는 방법’을 반쯤 농담 삼아 생각해봤는데 이 분산된 네트워크의 특성 상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사용자 각각에게 과금하는 것 말고는 돈을 벌기는 커녕 인프라 유지 비용을 획득할 방법을 찾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광고를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분산된 여러 서버 관리자들이 광고성 글을 차단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으며 이는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이 네트워크가 제가 이를 사용하기 몇 년 전부터 멀쩡하게 동작해 왔다는 사실을 알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럴 수 있을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런 우울한 이야기만 있지는 않습니다. ‘마스토돈은 실제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는데 이는 마스토돈의 장점이라기 보다는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특징이라고 봐야 합니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주워 듣고 이를 좀 더 검색해 최소한의 지식 수준을 획득한 다음 생활하며 이를 활용해 설명할 수 있을 순간이 되면 마치 제가 이 주제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는 것 같은 흉내를 내며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마치 제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제법 최신 밈을 잘 알고 있어 장시간 인터넷에 매달려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면서도 그런 밈을 제법 잘 사용할 수 있고 또 여러 가지 학문 분야의 몇몇 최신 정보를 설명이 섞어 넣어 마치 제가 이런 분야를 평소에 공부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켜 상대를 설득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결코 제가 실제로 이런 정보를 적극적으로 획득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이런 효과는 명백히 줄어들었습니다. 트위터를 사용할 때 역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틱톡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상당히 바이어스 된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나마 그 대는 그 사람들이라도 수가 적지는 않았기에 지금보다는 덜 바이어스된 사람들에 기반한 덜 바이어스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슷한 효과가 일어나기는 하지만 훨씬 덜 일어나며 그 효과 역시 훨씬 더 바이어스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훨씬 더 바이어스된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점은 명백히 아쉽습니다.

처음 마스토돈을 사용하기 시작할 때는 제 개인 도메인의 서브도메인을 만들어 사용했는데 이 주소는 저 혼자 사용하기에는 적당했지만 다른 사람이 가입해 사용하기에는 썩 적당하지 않았습니다. 가입을 막지는 않았지만 마치 원하지 않는 도메인을 제공하는 이메일 서비스를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상황처럼 도메인에 다른 사람 이름이 적혀 있는 서비스를 굳이 자신의 액티비티펍 네트워크 상에 아이덴티티로 사용해야만 할 필요는 적거나 없었습니다. 저 혼자 사용하기에 인프라 자원은 과분했고 그 점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저 역시 마스토돈을 통해 앞서 설명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이런 생각 끝에 여러 가지 글을 만들어 이렇게 미래에 다시 참조해 가며 다른 글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기에 저 자신이 영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한국어권 네트워크에 어떤 방법으로든 기여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딱히 기술을 통해 기여할 수 있지는 않기에 그냥 작은 서버를 하나 만들어 제공하면 어떨까 싶어 도메인을 구입해 마스토돈 서버를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여기는 네덜란드 선적 KONO호입니다’는 그 서버를 소개하는 글인데 이름은 저걸로 하려던 것이 맞지만 도메인은 정확히 원하는 도메인을 구입하는데 실패해 예상과는 다른 도메인으로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org’로 끝나는 도메인이 만료 직전이어서 이를 구입하려고 노리고 있었는데 아마도 같은 도메인 서비스 내에서 다른 구매자가 대기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도메인이 완전히 익스파이어 된 다음에도 구매 가능해지지 않았습니다. 도메인은 분명 완전히 익스파이어 된 상태로 공개되어 있었음에도 구입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소유권이 나타났는데 같은 도메인 회사에 기반한 것으로 보아 이미 누군가가 예약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pub’로 끝나는 도메인을 선택했는데 나름 액티비티펍 네트워크 호환 서비스이니까 이런 도메인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납득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제 이름으로 만든 도메인에 기반한 마스토돈 서버와 다른 이름의 마스토돈 서버 인프라를 운영하게 됩니다. 한동안 이런 결정이 낭비적이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제 도메인 이름으로 된 마스토돈 서버를 다른 사람들에게 사용하게 할 생각도, 이에 동의할 사람도 없음을 이해하기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또 앞서 인터넷 상의 아이덴티티의 중요성에 대한 제 생각 때문에 이론적으로 서버 간 계정 이전이 가능하지만 이를 실제로 실행할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서버를 이전하면 서버가 유지되는 한 프로필 주소가 리다이렉트 되고 소셜 그래프가 옮겨진 서버 기반으로 유지되지만 모든 글을 유실하고 또 아이덴티티가 새 서버에 기반한 모양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스토돈 서비스를 사용할수록 액티비티펍 호환 네트워크 상에서 각 서버에 기반한 개개인의 아이덴티티는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앞서 다른 글을 인용해 설명한 대로 마스토돈의 기본 기능에 검색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 검색이 없는 것과 다름 없는 이상 이 서비스에 글을 아무리 오래 쓴다 하더라도 이 글이 미래에 재발견되어 시너지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습니다. 거의 없다고 쓰려다가 그냥 없다고 썼는데 없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솔직한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글을 쓰고 이 글이 연결된 타임라인에 나타나 반응을 이끌어내고 나면 타임라인 저 편으로 사라져 이제 영원히 재발견 되지 않는 데이터베이스 상의 디지털 쓰레기가 될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에 쓴 글이 옮겨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단점으로 삼거나 계정 이동성에 있어 온전하지 않은 점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뀝니다.

그러니까 아이덴티티가 중요하지도 않고 그 동안 작성한 글이 중요하지도 않다면 마스토돈을 한 서버에서 다른 서버로 이동하기를 망설이게 만들었던 요소들이 모두 근본적으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아이덴티티는 바뀌든 말든 소셜 그래프만 유지된다면 팔로잉 하는 분들, 그리고 제가 팔로잉 하는 분들 양쪽 모두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할 겁니다. 타임라인에 저는 똑같은 프로필 사진과 똑같은 이름으로 글을 쓸테니 아이덴티티가 조금 달라졌지만 이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이전 글을 가리키던 링크가 모두 깨지긴 하겠지만 이런 링크를 포함한 글 역시 마스토돈에 근거하고 있는 이상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재발견이 거의 불가능한 데이터베이스 저편으로 사라져 아무 의미 없게 될 것이 분명했기에 링크가 사라지는 것 역시 딱히 고려할 만한 요소가 아닙니다. 물론 이 블로그에서 제 마스토돈 글을 직접 인용한 곳들이 있을텐데 이들의 링크가 깨지는 것은 좀 아쉽기는 하지만 이들은 제가 블로그 글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직접 대응할 수 있기에 이 역시 문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전까지는 아이덴티티의 변화, 그리고 글이 이전되지 않아 계정에 일종의 역사가 영구적으로 사라진다는 점 때문에 마스토돈의 계정 이동성은 존재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서버를 별도로 만들어 네트워크에 기여하기로 결정했으면서도 저는 정작 그 서버로 옮길 결정을 하지 못한 나머지 저 혼자 사용하는 서버 인프라를 계속해서 유지해 와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을 바꾸자 제 이름 모양으로 만들어진 마스토돈 서버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쪽으로 생각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마스토돈, 조금 넓게 보면 액티비티펍 호환 네트워크에서 동작하는 서비스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소셜 그래프 뿐입니다. 계정을 이동할 때 모든 정보를 이전 서버에 두고 와야 하고 이전 서버가 사라질 때 이 정보는 모두 함께 사라짐에도 마스토돈은 오직 소셜 그래프 정보만은 그대로 가져와 다음 서버에서 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이 네트워크 상에서 개인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는 개인의 아이덴티티 문자열도 아니고 개인이 쌓아 온 글도 아니며 오직 소셜 그래프 뿐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색과 인용이 없는 이상 이전에 쓴 글의 재발견과 시너지 창출이 불가능하며 이는 이 서비스 전체를 인스턴트 메시징에 가깝게 만들기에 개개인이 작성한 오래된 글은 누군가에게는 한번 쭉 훑어볼 일종의 역사로써 동작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아이덴티티 문자열 역시 이메일과 마찬가지로 그 절반은 서버에 의해 결정되며 나머지 절반을 결정할 수 있을 뿐이며 이 역시 어차피 소셜 그래프에 의해 동작할 뿐이기에 마스토돈에서 사용하던 아이덴티티 문자열을 직접 어딘가에 붙여 넣거나 이 아이덴티티 문자열을 직접 사용해 연락을 취할 일은 전혀 일어날 일이 없습니다. 때문에 이 문자열 역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스토돈 서버 두 개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 글을 써 놓고 그리 머지 않은 시점에 ‘mastodon.woojinkim.org ’ 서버에서 ‘kono.pub’ 서버로 계정을 옮길 작정입니다. 그리고 적당한 시점에 전자의 서버는 ‘410’을 반환하게 만들었다가 서버 자체를 완전히 제거할 겁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계신 시점에는 이미 서버가 사라지고 없을른지도 모릅니다. 마스토돈을 사용하기 시작한 다음 2년 만에 이 네트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소셜 그래프 뿐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고 여기서 정보를 쌓고 과거의 글을 재발견하는 등의 행동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