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에 집중한 개발

본질에 집중하지 않으면 굉장히 쉽게 시각에 현혹되며 일단 이 상태가 된 다음에는 뭐가 잘못 됐는지 눈치 채기 아주 어렵습니다.

시각에 집중한 개발

지난 권고사직 끝부분에 구직 중 시간이 될 때마다 프로젝트에서 겪은 일, 아쉬운 점,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은 부분들을 생각해 보고 글로 남길 작정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떤 목록을 작성해 놓고 목록에 따라 일종이 포스트모템을 진행할 예정은 아니지만 대략 지금 이 글의 제목인 ‘시각에 집중한 개발’, ‘왜 새 PvE 모드는 기한에 맞출 수 없었나’, 또 ‘왜 채집, 상점, 제작 같은 기초 기능을 기한에 맞출 수 없었나’ 같은 주제들이 생각나는데 머지 않은 시점에 하나 씩 짚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먼저 ‘시각에 집중한 개발’이라는 주제로 개발에 있어 시각적인 측면에 집중할 때 생기는 장점, 그리고 단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개인 블로그의 모든 글에 그렇지만 이 글 역시 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을 뿐 이 생각은 함께 일했던 팀이나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생각이나 관점과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양해 부탁 드립니다.

이번, 아니 지난 개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생각한 점은 오픈월드 게임 개발에 지레 겁먹음, MMO만 만드는 세계에서 다른 경험을 할 기회, 플랫포머에 약한 사람은 플랫포머를 퍼즐로 만들었다에서 이야기한 적 있는 다른 곳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개발을 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그 이전에 다른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표면적으로는 MMO 게임을 몇 차례 개발했지만 이 경험들을 놓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결국 이것저것 만들다가 아무것도 똑바로 못 만든다에 소개한 상태에 가깝습니다. MMO는 여러 장르를 한 월드에 모아 놓은 다양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다양한 게임은 어느 것 하나 온전하지 않은 상태의 MMO 환경의 제약 속에서 만들어진 그리 인상적이지 못한 결과물일 때가 많았습니다. MMO 안에서는 다양한 PvP 모드와 PvE 모드, 여러 스타일의 퀘스트를 만들곤 했지만 이 경험을 가지고 어디 가서 각 분야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곳에 가서 ‘이런 경험이 있어요’ 하고 떳떳하게 말하기는 어려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