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으로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가요?

이전에 생각해본 적 없던 범위가 넓고 또 약간은 철학적인 질문을 받아 잠시 당황했지만 이전에 해 왔던 생각을 정리하고 또 지금까지의 일을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궁극적으로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가요?

타임라인을 훑다 보면 종종 구직 할 때 밝혀야 하는 지원 동기에 대한 질문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시는 분들의 글을 보곤 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왜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자본주의로 동작하는 세계에 살고 있고 이 세계에서 일해야 하는 이유는 세계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널리 통용되는 교환 수단인 돈을 벌기 위해서 입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든 돈을 벌 필요가 없거나 사회 체제가 개인이 재산을 소유할 수 없는 규칙으로 운용된다면 구직 사유에 좀 더 그럴듯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체제는 오래 전에 체제 자체의 문제로 인해 스스로 붕괴해 버렸고 또 우리들 상당수는 돈을 벌지 않으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고 또 구직을 합니다.

하지만 구직 할 때 종종 마주치는 이 질문은 자본주의 체제에 의해 동작하는 사회에서 직업을 구하는 평균적인 이유가 아닌 마치 뭔가 더 거창하고 또 더 의미 있는 이유를 말하기를 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습니다. 어떤 회사의 입사 지원 웹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하기 위한 폼을 채우다가 ‘지원 동기’를 적어 달라는 별도의 텍스트박스와 마주칠 때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이유인 당연히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짧게 적고 싶었지만 일정 글자 수를 요구하는 시스템 덕분에 그렇게 쓰지 못하고 머릿속에 떠올랐던 이 이유 말고 혹시 다른 이유가 더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머릿속에 반사적으로 떠오른 솔직한 진짜 이유 대신 텍스트박스에 걸려 있는 최소 글자 수 제한보다 긴 문장을 만들기 위해 쥐어 짜낸 마치 이 직업을 인생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이 직업을 처음 선택한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는 시간에 걸친 여러 의사 결정이 마치 처음부터 생각했던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되어 온 것 같은 가짜 설명을 쓴 적도 있습니다. 진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마지막 아르바이트의 유산을 겪은 다음 본격적으로 구직을 시작하며 처음엔 웹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현대 기준으로 일종의 백엔드 개발자를 지망했었고 이런 시도가 별 소득 없이 끝난 다음 곤란해 하다가 문득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말을 친구로부터 듣고 ‘정말 그게 가능한가?’ 하는 생각을 한 다음 이력서를 내 봤을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원래 이력서를 제출하려고 하던 팀 대신 그 메일 주소 아래쪽에 있는 엉뚱한 팀에 메일을 보냈고 그 팀에서 면접 제의를 받았으며 면접 자리에 도착해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이전에 잘못된 팀에 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을 눈치 챘지만 그 이야기를 해버리면 안될 것 같아 이 사실을 숨긴 채 면접을 마무리했고 덜컥 출근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시간이 조금 흐른 다음 어느 회식 자리에서 이 사실을 고백했는데 이 고백과는 무관하게 업계에서 경력이 시작되었고 원래 제 자신의 수준을 생각한 적당한 선택 대신 애초에 지원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더 크고 본격적인 팀에서 덜컥 일하게 됐으며 이게 이 업계에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중간에 프로젝트가 드랍 되어 사실상 회사로부터 해고되었기 때문에, 또 회사는 프로젝트에 영원히 돈을 대고 있었지만 암만 생각해도 앞으로 몇 년 안에 런칭이 불가능할 것이 분명해 보여서, 또 계속되는 초과근무로 신체와 정신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에, 또 우연히 흥미로운 제안을 받아서 등 서로 다른 이유로 다음 직장을 결정했는데 이때 대부분은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었지만 어쨌든 회사의 인사 시스템에 등록하기 위한 형식적인 서류 제출 과정에서 지원 동기를 작성할 때마다 당혹스러웠습니다. 여전히 그 텍스트박스에 이미 그 팀에 가기로 팀 안의 누군가와 이야기 되어 있기 때문이라거나 그쪽에서 돈을 더 주기로 했기 때문이라거나 이전 프로젝트가 드랍 되어 실직 상태여서 직장을 찾는다는 식의 진짜 이유를 적어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도 여러 번 답해 보니 머릿속으로는 진짜 이유를 떠올렸지만 손가락은 이미 능란하게 그동안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예쁘고 멋진 이유를 타이핑 하고 있었습니다.

가령 업계의 시작은 실수와 우연이 겹친 희한한 모양이었지만 그 안에서 제가 전문성을 가지고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았고 이 일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는 한 계속해서 이 일을 통해 업계에 기여하고 또 자아를 성찰할 계기로 삼을 거라는 식의 텍스트를 타이핑하곤 했는데 그런 텍스트를 타이핑하는 손가락과 화면에 떠오르는 텍스트를 읽은 저 자신은 그 텍스트에 놀라곤 합니다. 마치 회의 때 이전에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을 받았는데 스스로는 반사적으로 그 질문에 꽤 그럴듯한 답변을 해 듣는 사람들을 납득시켰지만 그 답변을 말하는 동시에 듣는 저 자신 역시 그 답변에 당황해 ‘아니 내가 이런 말을 하고 있다고?’ 라는 생각을 하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한편 이번 주에는 업계에 계신 다른 분들과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 자신, 지금까지 해온 일, 그 일들로부터 제가 얻은 맥락,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일 등등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이야기 도중 질문을 받았습니다. 업계에서 이제 아주 짧지는 않은 기간에 걸쳐 일했고 어떻게 보면 일생에 걸친 커리어의 대략 중간 가까운 곳을 지나고 있는데 이 업을 계속한다면 이 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성취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궁극적인 성취. 질문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는 경제적으로 큰 성과를 달성해 판교에 집을 사고 생계 대신 재미로 일하며 때때로 긴 기간에 걸쳐 휴가를 가고 여러 가지 취미를 가지고 또 배우고 싶은 것들을 아주 적은 제한만으로 배우는 분들을 떠올렸습니다. 제 삶에는 그런 대단한 성취와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 오며 깊이 느끼고 있었습니다. 주변의 누군가가 경품 추첨에 당첨되어 자동차를 받아 제세공과금을 내야 한다며 투덜대거나 주변에는 아직 없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한 주에 거의 열 명 가까이가 복권에 당첨되어 평생에 걸쳐 모아도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돈을 한 번에 얻곤 합니다. 하지만 저 자신은 그런 운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지구 상 어딘가에서는 운도 실력으로 취급한다는데 이쯤 되면 실력이 없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게임을 만들어 왔고 이 일을 처음 시작한 다음 약 3개월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는 흔히 ‘시스템디자인’이라는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해 왔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미디어에 종종 나타나는 게임 만드는 사람들의 창의적인 업무 수행 보다는 요구사항이 불분명한 상태로 시작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에 소속되어 요구사항을 수집하고 이에 기반해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개발을 진행 시키며 산출물을 조립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직접 코드 작성을 통한 기여는 드문 편이지만 대체로 게임을 만든다기 보다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았습니다.

일을 계속하다 보니 나름 일에 대한 철학, 개인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저와 팀에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접근과 시행착오, 직군과 배경이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팀 단위로 프로젝트에 기여해 결국 제품을 만들어내는 요령 같은 것들을 아주 조금은 이해하게 됐는데 이런 과정에서도 저 자신의 인생 전체에 대한 시야를 가지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저 게임이라는 요구사항이 불분명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요구사항을 발견하고 이를 실체화 하기 위한 설계를 반복하며 그때그때 눈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직업을 통해 인생에 걸쳐 궁극적으로 성취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그 동안 일할 때는 그때그때 눈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한 삶을 살아 가고 있지만 머릿속 생각의 시야가 갑자기 넓어지며 마치 그 동안 머릿속에 전기 신호가 가 닿지 않고 있던 영역에 이 질문에 답하려고 시도하며 처음으로 전기 신호가 전달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고 또 서기 2023년 한국의 수도권에 살며 매월 정해진 날짜에 그 달에 일한 댓가를 받아 먹고 살고 있었지만 만약 이런 삶과 경험을 모두 모아 길게 연결해 놓고 이를 한번에 모두 조망할 수 있을 정도로 멀리 떨어져 바라본다면 이런 경험들은 인생 전체에 걸쳐, 혹은 지금까지 일해온 기간 전체에 걸쳐 어떤 맥락을 가지게 될까요. 이런 질문을 받지도 않았고 또 이런 생각을 하지도 않았지만 문득 크게 두 가지 성취를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너무 갑작스럽고 또 정말 저 자신이 자유 의지로 이런 성취를 이루고 싶은 것인지 바로 잘 알기는 어려웠지만 크게 두 가지 측면의 경험을 하고 싶으며 이들을 어쩌면 성취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먼저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시스템디자이너로써 앞으로도 게임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은데 제가 팀에서 설계에 기여하는 시스템은 고객 관점에서는 서로 다른 프로젝트의 같은 메커닉이 서로 거의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어느 게임에서나 아이템은 아이템이고 인벤토리는 인벤토리이며 플레이어는 플레이어이고 몬스터는 몬스터입니다. 이들은 회사마다, 또 프로젝트마다 서로 다른 경험과 목표를 가진 서로 다른 사람들에 의해 설계되고 개발되어 내부는 상당히 다를 수 있지만 이들이 완성되어 고객들에게 전달될 때는 서로 상당히 비슷한 모습이 됩니다. 누군가는 엑셀을 사용해 데이터를 입력한 다음 익스포트 해서 클라이언트와 서버에 적용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언리얼 데이터에셋 기반의 아이템 파일을 만든 다음 프로퍼티 매트릭스를 통해 벌크 에디팅을 한 다음 빌드해서 데이터를 적용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잘 만들어진 웹 인터페이스를 통해 데이터를 채워 넣고 서브밋 버튼을 클릭해 데이터를 적용하고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런 절차는 같은 회사 안에서도 프로젝트마다, 팀마다 접근 방식이 상당히 달라지곤 합니다.

우리들이 내부에서 게임의 각 부분을 어떻게 만들든 결국 고객 관점에서 이들이 서로 비슷한 역할을 하는 비슷한 시스템으로 인식된다면 시스템디자이너로써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고객을 향한 시스템도 있지만 내부 고객을 향한 시스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어떤 방법이 더 올바른지는 프로젝트가 처한 상황과 요구사항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분명 게임 프로젝트의 특성에 좀 더 어울리는 모양과 그렇지 않은 모양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게임 프로젝트가 여느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와 다른 점은 서로 상당히 다른 직군이 한 팀에 모여 일한다는 점도 있지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요구사항이 상당히 불분명한 상태로 개발을 시작한다는 점도 있습니다.

요구사항이 불분명하다는 의미는 개발을 진행하며 요구사항이 변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 요구사항 변화의 폭이 상당히 커서 종종 지금까지 개발한 많은 것들을 ‘갈아 엎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어릴 때는 이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고 처음에 정교한 계획을 세워 이런 엄청난 손실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럴 수 없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렇다면 시스템디자이너 입장에서 고객 관점에서는 비슷하게 보이는 기능이라도 내부 고객을 위해 최대한 사용하기 쉽게 만들고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요구사항 변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가능성이 높은 시스템을 설계하는데 좀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이 그림과 비슷한데 이전에 봤던 이 그림은 아래쪽에 'Beware the old man in a land where men die young'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오래 전에 이 일을 처음 시작하던 날 출근해보니 저와 같은 날 일을 시작한 다른 분들이 계셨습니다. 이 분들과는 입사 동기이기도 하고 또 업계 동기이기도 해서 종종 연락하곤 했는데 서로 다른 회사로 흩어지며 한동안 연락이 뜸해졌다가 다시 연락해 보니 이제 다른 업계에서 일하고 계셨습니다. 다른 회사에서 만났던 비슷한 일을 하시던 분들도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업계를 떠나셨는데 너무 높은 업무강도 때문에, 영원히 비슷한 부분을 다시 만들고 또 지금까지 만들던 것과는 너무 다른 요구사항을 너무 짧은 기간 안에 달성하라는 이상한 요구, 또 종종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를 가진 팀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나가 떨어져 더이상 이 일을 하고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함께 일을 시작한 분들 중 상당수가 떨어져 나가고 또 중간에 만났던 분들 중 일부도 떨어져 나가는 이 곳에서 나른 그리 짧지는 않은 기간 동안 버티고 있고 또 한동안 이렇게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렇게 버티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환경이 녹록치 않고 회사들은 여전히 프로젝트를 드랍할 때 사람들을 당연하다는 듯 재배치 없이 그냥 해고하며 높은 업무강도는 여전하고 종종 경영진들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요구사항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 스탭들의 사기를 지옥 저편으로 처박아 버리기도 하며 이 일을 계속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곤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요구사항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개발을 시작해 요구사항을 수집하고 이들을 정제해 실현 가능한 목표로 만들고 또 이를 반영한 시스템을 설계해 개발을 진행 시키고 산출물을 조립해 결과를 만들어내며 마지막으로 고객들과 대면해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경험이 고객들께 어떤 경험을 주는지 관찰하며 배우고 또 다음 개발을 개선해 나가는 이 과정은 사람들이 종종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는 환경에서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또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혹시 할 수 있다면 이런 업계에서 앞으로도 한동안 살아 남아 사람들이 젊을 때 나가 떨어지는 환경에서 만만하게 보면 안 될 것 같은 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이 역시 뭔가 대단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성취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인생의 궁극적인 성취라는 너무나도 시야가 넓은 질문 앞에서 도대체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 지, 평소에 별로 생각하지도 않아 온 범위의 질문을 받아 잠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또 인생의 성취라고 하니 뭔가 좀 더 대단한 뭔가를 이야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령 세계적인 게임 역사에 등장할 만한 대단한 게임을 만들거나 업계에 전설로 전해 내려 오지만 분명 누군가는 이를 실제로 달성해 업계를 떠나기도 하는 엄청난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거나 또 굉장히 유명해져 스튜디오의 얼굴 역할을 하거나 아예 게임 이름에 자기 이름을 넣어 버리는 그런 경험을 할 작정이라고 말해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저 자신은 그런 대단한 업적을 이룰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냥 평범한 사람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런 생각이 제 스스로의 한계를 규정하는 원하지 않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만 현실은 현실입니다.

한편 저와 비슷한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이해합니다. 이를 위해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아주 조금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며 이를 통해 평범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올리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이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그리고 이 일을 계속하는 한 궁극적으로 성취하고 싶은 것은 요구사항의 변화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여러 직군의 사람들이 일하는 환경에서 내부 고객들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런 역할을 계속하며 사람들이 하나 둘 나가 떨어지는 가운데 오랫동안 살아 남는 것입니다.

인생의 궁극적인 성취라고 하기에는 별로 거창할 것도 없는 일들이지만 이 정도면 앞으로 계속해서 공부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결과를 개선하기를 반복하고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거창할 것도 없는 일들일 뿐이지만 적어도 미래에 왜 일을 하는지, 왜 새로운 일을 찾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일하고 있는지 같은 별로 달갑지 않은 질문을 받을 때 이전처럼 머릿속에 맨 먼저 떠오른 생각이 이번 달 관리비를 지불하기 위해서라고 멋없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질문을 듣고 생각해보고 또 대답하며 정리할 기회가 있어 너무 좋았고 이런 대화를 나눈 다음 이전과 비교해 좀 더 긴 호흡의 목표를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주에도 다른 다섯 가지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전통적인 회사들이 메타버스를 만들 이유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메타버스의 실패를 바라보며 전통적인 업계가 메타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헌데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라이브 서비스의 정수
어떤 게임 영상으로부터 라이브 서비스를 위한 게임의 구성요소와 이들이 갖출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Make Call-Recording Great Again!
모든 스마트폰에 통화 녹음 기능을 부여해 국가 안보에 이바지합시다!
전통적인 업계 출신의 커리어 고민
리세션 국면을 맞은 지금 새로운 업계에 남아 있어야 할 지 아니면 전통적인 업계에 있어야 할 지 고민입니다.
갤럭시가 왜 짜증나는가 하면
개인적으로 갤럭시 스마트폰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갤럭시 그 자체 때문이 아닙니다.

지난 주말 첫눈이 내릴 때 오대산 밑에 있었습니다. 눈이 펑펑 내려 산에 올라갈 생각을 하지는 않았지만 강원도의 전설적인 제설 능력을 신뢰했기 때문에 당장 돌아가지 않고 좀 더 주변을 걸으며 산책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펑펑 내리는 눈을 그냥 맞으며 유명한 전나무 숲길을 한참 걸었는데 다른 해에는 보통 첫눈이 내릴 때 사무실 안에 있어 눈이 오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첫눈을 직접 맞으며 아무도 없는 숲길을 조용히 걸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커피에 대해 잘 모르지만 맛없는 커피를 간신히 구분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마음에 드는 커피와 마음에 드는 메뉴, 그리고 이 메뉴를 마음에 들게 잘 만들어 주시는 가게를 찾았습니다. 가게에 들릴 때마다 같은 커피를 주문해 마셨고 이번에도 같은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눈 내린 다음 날은 날씨가 맑았는데 오전에 한동안 청소하지 않아 뿌연 창문을 통해 그런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마시다가 아쉬워서 같은 커피를 한잔 더 주문해 그 상태로 좀 더 앉아 있었습니다.

그럼 또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