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크리드를 통해 로마제국 쇠망사 읽는 방법

어쌔신크리드를 통해 로마제국 쇠망사 읽는 방법

최근에는 이전에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마치 읽은 것처럼 행동했지만 사실은 읽은 적이 없던 총 균 쇠를 읽었습니다. 인류 역사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것 같았지만 읽을 엄두를 못 내다가 전자책으로 나온 다길래 이번에야 말로 읽어볼 생각을 했습니다. 종이 책으로 읽으려면 종종 책이 너무 무겁고 두꺼우면 읽을 엄두를 내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전자책으로 나오면 두께나 빽빽함에 압도 당하지 않고 그냥 텍스트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 유리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그 명성에 비해서는 여러 모로 아쉬웠는데 아무래도 총 균 쇠와 비교해 약 10년쯤 뒤에 나온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를 먼저 읽은 다음이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런 책들이 나온 시점보다 훨씬 미래 사람 입장에서 어떤 점은 내용에 동의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내용에는 동의하지 않기도 하는데 오늘은 제목처럼 이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작정이 아니니 다른 기회에 서로 비교해 가며 이야기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잠깐 쉬다가 이번에는 오래 전에 사 놓고 손 대지 않은 로마 제국 쇠망사에 드디어 손을 대 보기로 마음 먹었는데 이 책은 몇 년 전에 리디북스에서 장기 대여 이벤트를 할 때 대여해 놓고 아직 책을 단 한 번도 열어보지 않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 지구 전체의 역사를 서양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시각으로 해석하려 노력한 책들을 읽고 보니 그러면 애초에 서양 문명의 근간을 생각하다가 오래 전에 사 둔 이 책이 생각났고 엄청나게 두껍고 또 분량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 책 역시 전자책이니 분량에 압도 당하지 않고 그저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보기로 합니다.

한국어로 번역된 총 여섯 권 중 이제 첫 권을 반 정도 읽고 있는데 첫 인상은 각오한 것 보다는 훨씬 잘 읽힌다는 것입니다. 분량이 엄청나서 각 권마다 다른 번역가가 담당했다고 되어 있어 혹시 번역이 섬세하지 않은 어떤 책들처럼 읽는 행동 자체가 힘들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첫 권은 지금까지 로마의 삼두정치 기반을 닦고 또 공화정의 근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바뀌기를 반복한 수많은 황제들을 빠르게 소개하며 이들의 공적, 업보, 교체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일단 속도에 압도됐고 여러 상징을 걸친 대단한 황제들이 순식간에 창 끝에 꽂힌 머리로 변하는 과정이 거듭되며 왕좌의 게임을 한방에 노잼으로 만들어버리는 이야기 흐름에 놀랐습니다. 로마 제국이 워낙 오랜 세월에 걸쳐 유지된 덕분에 단지 황제들의 즉위와 퇴위, 혹은 반란에 의한 사망, 반란의 원인과 시해 과정을 덤덤하게 이어 붙여 설명하기만 해도 순식간에 상당한 분량이 됐고 한편으로는 신약 성경 시작이 누가 누구를 낳아 거대한 가족이 지역 일대에 퍼져 나가는 과정을 그린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서술한 듯한 인상을 받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가 문득 내용이 시각적으로 읽혀 신기했는데 의도적으로 영상화를 목적으로 시각적으로 작성했을 글이 아닌데도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시각적으로 받아 들여져 드라마처럼 와 닿기도 하고 또 상황이 펼쳐지기도 하는 등 책이 아니라 마치 영화나 드라마 같았습니다. 시각적으로 작성한 글은 그런 반응이 당연하겠지만 그렇지 않았을 글이 왜 그렇게 읽힐지 생각해보니 머릿속에 떠오른 여러 시대에 걸친 이탈리아 반도, 그리스, 이집트, 북쪽으로는 라인강, 동쪽으로는 이베리아 반도에 이르기까지 이 넓은 지역의 몇몇 도시 중 어떤 극 소수 도시는 우연히 직접, 나머지 몇몇 도시는 또 다른 우연을 통해 간접적으로 방문해 보고 또 간접적으로 방문한 도시에서는 꽤 오랜 시간에 걸쳐 도시를 거닐며 여러 일을 겪었기 때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대로 따지면 먼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통치한 기원전 이집트 전역을 어쎄신크리드 오리진을 통해 오랫 동안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일을 체험했습니다. 지금 게임을 했다는 이야기를 달리 표현한 것 맞습니다. 이 게임은 어쎄신크리드 시리즈 처음으로 장르가 성장 기반으로 바뀌었는데 흔히 롤플레잉 게임이라고도 부릅니다. 이전 까지는 섬세하게 만든 동작들을 통한 액션에 집중했다면 이 때부터 이전에 구축한 오픈월드에 본격적으로 캐릭터 성장과 임무 수행, 여기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실제로 플레이 해 보면 완전히 다른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이전 시대 까지의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 사람과 저처럼 새로운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로 팬이 나뉘기도 합니다.

어쎄신크리드 오리진에서는 작게 축소된 이집트 전역을 직접 걷거나 총 균 쇠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길들이는데 성공했지만 아메리카나 오세아니아 대륙,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에는 존재하지도 않거나 길들이는데 실패한 대형 육상 동물을 타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게임 진행에 따라 퀘스트를 수행할 수도 있지만 그저 목적 없이 기원전 말기 이집트를 2천년 후 미래 사람들이 상상해 만든 결과를 체험할 수 있는데 이 사실을 잠깐 잊고 모니터 안에 펼쳐진 세계가 그 시대 이집트라고 받아들이며 게임을 접하면 이 게임은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애초에 어쎄신크리드 프랜차이즈가 과거의 기록을 재현해 그 시대의 경험을 하는 내용인데 모니터 바깥의 저 자신이 이런 전제를 받아들이면 이제 어쎄신크리드 오리진은 게임이 아니라 그 시대 이집트를 살아가는 삶 자체가 됩니다. 그러면서도 매일매일 의식주를 걱정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이집트를 돌아다니거나 가끔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며 이 시대의 모습과 사람들을 살펴 보며 생각보다 대단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들은 도시 곳곳에 난 수로를 따라 뗏목을 저어 가며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를 훔쳐 듣거나 퀘스트를 통해 가족의 미라를 만드는 일을 돕고 이 시대까지는 아직 과거의 찬란함을 유지하던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가 주변 풍경을 살펴보고 상상을 통해 만들어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가 보고 등대 위에 올라 날이 저물며 밤의 불빛이 하나 둘 밝아 오는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이었습니다. 또 퀘스트로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인 클레오파트라 7세를 게임 속의 내가 직접 양탄자 안에 숨겨 그 양탄자를 들고 직접 알렉산드리아 궁전 계단을 올라 병사들에게 양탄자를 넘겨주는 경험은 역사적으로는 왜곡된 장면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어느 역사 책보다 머릿속에 깊이 남는 경험을 주었습니다.

로마 제국 쇠망사에서 로마가 정복한 주변국들을 설명할 때 이집트 지역에 대한 설명이 나오면 로마 제국의 황제들이 한참 빠르게 교체되어 가던 시대로부터 300년 쯤 이전 시대의 제가 직접 체험한 그 이집트를 떠을리며 도시의 모습, 사람들의 생활, 이집트 왕조가 남긴 유산과 그 시간에 실제로 그 시계에 존재하던 경험을 떠올리며 책을 시각적으로 받아들이며 즐길 수 있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 대한 언급 역시 비슷한데 고대 그리스 역시 어쎄신크리드 오딧세이를 통해 이집트와 비슷한 방식으로, 또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경험했습니다.

로마제국 쇠망사 첫 권에서 죽어 나가는 황제들은 기원후 200년 근처이고 제가 체험한 말기 이집트는 이로부터 약 300여년 전이었다면 제가 체험한 고대 그리스는 다시 이 시점으로부터 400여년 전입니다. 이 시대에는 여전히 지중해를 건너면 이집트 제국이 있던 시대이지만 과거로 시간이 흐른 만큼 사람들의 행색은 이전에 비해 훨씬 덜 화려합니다. 다만 게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무기들은 시대에 잘 맞지 않게 더 화려하고 극도로 섬세한 모습이지만 이 정도를 게임적 허용으로 넘어간다면 이전의 이집트와 마찬가지로 고대 그리스의 도시와 시골과 바다 위를 직접 걸으며 체험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도시국가마다 나름의 풍경과 나름의 규칙이 있고 이 도시 사이를 잇는 작고 큰 길과 강, 그 사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와 미래의 인간이 상상한 것이기는 하지만 앞서 미라를 만드는 일을 돕듯 이번에는 재산을 약탈해 간 도적들을 처단해 달라는 퀘스트를 수행하며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한 편으로는 현대의 라일라 핫산의 입장으로 고대 그리스를 직접 체험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현대에는 무너져 내린 잔해만 남은 말로만 듣던 그리스의 여러 도시들, 아테네의 영광스러운 신전 기둥을 기어올라 모든 것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이 아름다운 도시를 직접 내려다 보고 당장 그 안에 뛰어들어 그리스를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 있는 경험은 이집트 만큼이나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물론 지금 설명한 경험 뿐 아니라 중세 로마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당연히 있었는데 아직 로마제국 쇠망사 첫 권에서 읽은 내용에 연결해 경험을 확장하기에는 꽤 먼 미래여서 대 제국 수도 로마와 그 속주들, 그리고 이 사이를 오가는 황제들의 죽음으로 구성된 지금 까지의 내용에 연결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태입니다. 하지만 분명 금세 이 경험까지 연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로마제국 쇠망사는 총 여섯 권이나 되고 이제 첫 권의 절반을 읽었을 뿐이어서 남은 엄청난 분량에는 어떤 이야기가 쓰여 있을 지 상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읽어 온 부분들은 게임을 통해 체험한 고대 도시의 경험과 책에 나오는 도시들이 직접 연결되어 독특한 간접 경험을 만들었습니다. 분명 이전에 보고 들은 다른 간접 경험과 연결되어 재미있는 체험이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특히 이 경험에 다른 책이나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말고 게임 속의 직접 체험이 책을 따라가는데 아주 큰 영향을 주고 있고 또 이 영향이 나쁘지 않습니다.

책은 여전히 분량이 엄청나고 여러 권 남아있지만 각오한 것 보다 훨씬 잘 읽히고 또 시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읽는 경험이 재미있어 이 경험 전체를 기대하고 있고 또 2023년 하반기에 어쎄신크리드 신작이 나올 예정인데 개인적으로 이 새로운 역사 경험 역시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다섯 가지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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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빌드 공개 안 하면 우리 망하나요?
한번은 우리 프로젝트에 깊은 관심을 표현해 주신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 빌드를 준비하면서 계획을 리뷰 하는 도중 왜 굳이 이런 상태로 급하게 빌드를 공개해야만 하는지, 또 좀 더 제대로 만들어 공개하는 편이 우리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이자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자 제안을 들었습니다.
슈터 메커닉과 성장 장르
2023년 초여름 현재 디아블로 4가 나온 지금 최신 유행을 따르지 않고 여전히 파크라이 6을 플레이 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플레이 시간이 40시간을 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스토리는 중반을 진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실은 디아블로 4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에 없지는 않고 또 이런 장르는 사람들이 플레이 할 때 함께 플레이 해야 가장 재미있게 플레이

이번까지 총 여덟 번에 걸쳐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한 번에 여러 가지 글을 연결해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가 괜찮은지, 글이 너무 많거나 뉴스레터 발송 주기가 너무 잦지는 않은지 걱정입니다. 혹시 의견이 있으시면 답글 부탁 드립니다.

이번 한 주도 고생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