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자랑
제 가족이자 친구가 긴 탐색 끝에 인생의 새로운 장을 시작합니다.
제목부터 자랑이라고 해 놓고 시작했지만 실은 마지막 아르바이트의 유산이나 화장실 창문의 유용함, 또 에어컨의 날 같은 구질구질한 이야기로 시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는 딱히 삶에 계획을 세워 놓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학교를 다닌 지방에는 적당한 일자리가 없거나 있어도 매우 열악한 곳들 뿐이어서 차마 지방에서 일을 구할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학사 과정에서 통계학을 여러 학기 들어야 했는데 그 중 한 강의를 맡은 교수님이 한번은 수업 중에 우리들 중 열심히 일할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통계 관련 회사에서 먹고 자며 일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통계학을 열심히 공부해 교수님 회사에 취직하라는 이야기였겠지만 교수님 말씀에 섞여 나온 직원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다는 표현 이외의 적당한 말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통계학 성적은 그리 신통치 않아 그 교수님의 눈에 들 일은 없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봐도 그렇게까지 일할 필요가 있었을 것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통계학 성적이 꽤 괜찮았고 지방에서 일을 찾으려고 했다면 그 일을 했을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