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 게임과 코인 사기의 유사성
다단계 코인 사기에 관한 영상을 봤습니다. 그런데 주요 메커닉이 한때 시장에 나타났던 웹3 게임류와 비슷해 보입니다.

제가 이전에 잘리기 전까지 온라인 게임에 가상화폐를 접목한 프로젝트를 개발하는데 참여했다는 사실을 이 블로그의 글을 살펴보신 분들은 대략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어떤 유명한 가상화폐 중 하나가 그렇잖아도 변동성이 엄청난 특징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하루 동안 -99%에 달하는 변동성을 보여주며 시장에 엄청난 위력을 과시한 사건, 그리고 코비드 시국이 어느 정도 진정되며 미국이 그 동안 발행했던 달러를 다시 가둬 들이기 시작하며 이 조치가 지구 전체의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사건이 아니었다면 저는 여전히 그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을른지도 모릅니다. ‘개발의 민주화’나 인게임에서 고객이 구축한 자산의 소유권을 고객이 가지도록 한다는 발상은 적어도 제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를 결정하던 시대에는 꽤 그럴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전에 일해 왔던 다른 게임 프로젝트와 비교해 다양한 개념을 새로 공부해야 했을 뿐 아니라 이들을 게임에 연결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을 고안해야 했는데 솔직히 이런 고민을 통해 방법을 고안해 내는 과정은 분명 즐거웠습니다.
소위 크립토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블록체인을 통해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인게임에서 구축한 자산을 게임 밖으로 이전하거나 그 반대를 수행하는 것 역시 그런 생각의 연장이었습니다. 이들은 블록체인이 반드시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에는 그리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아 보입니다. 대신 블록체인을 적용하기에 아주 곤란해 보이는 문제와 상황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위한 대담한 방법을 제안하고 이를 구현해 실험하곤 했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개념이 이미 구축된 블록체인 위에서 동작하는 ‘토큰’, 그리고 ‘NFT’ 같은 것들입니다. 여전히 사회의 여러 가지 기록과 인증, 분배 문제를 오직 블록체인에 의존해서 해결하는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 종종 블록체인에 기반하면서도 이 상태가 가지는 온갖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결사적인 고민 끝에 나왔을 디센트럴랜드 오프체인 랜드렌탈 같은 사례는 이 사례를 살펴보고 암호학의 기초를 포함해 팀에 이 내용을 브리핑 하기 위한 공부를 하는 내내 무척 즐거웠습니다. 만약 우리들이 초창기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상황이었다면 인게임에 연동되는 단일 재화를 게임 밖에 연동하는 결과물을 아주 어렵지는 않게 개발할 수 있었을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미 2010년대 초 도탑전기로부터 시작된 게임 내 여러 시스템을 서로 다른 재화를 통해 강력하게 격리하는 경제시스템을 도입한 다음 여러 발전을 이루었고 블록체인을 게임에 도입하려는 시도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습니다.
초창기 블록체인에 연동된 몇몇 게임들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사회적 효과를 일으키며 거대한 경제적 성과를 이루며 동시에 여러 사람들의 부를 이동 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이 사례를 본 여러 개발팀들이 인게임 재화를 블록체인을 통해 게임 바깥에 연동하고 또 NFT의 메타버스의 상호운용성에 대한 접근에 소위 상호운용성 같은 개념을 도입하려고 했는데 이들 중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팀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시도들이 대체로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앞에서 잠깐 언급한 소위 크립토 네이티브들 관점에서 게임 소프트웨어의 복잡성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입니다. 사실 초기에 인게임 재화를 블록체인에 연동해 커다란 경제적 성공을 거둔 사례는 계속해서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온 사람 입장에서 볼 때 제대로 동작하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상태였습니다. 일단 게임 자체는 극도로 단순한 메커닉에 기반해 동작하고 있었고 그리 잘 설계되지 않은, 솔직히 의도를 가지고 설계했다고 보기 어려운 인게임 경제는 서비스가 계속되는 시시각각 화폐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화폐가치는 꽤 오랫동안 방어되었는데 흥미롭게도 이 게임에 연동된 블록체인을 통해 실제 세계의 재화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마치 일본 주택시장의 거품처럼 블록체인에 기반한 인게임 재화를 떠안을 사람들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례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일단 블록체인에 연동할 재화가 존재하는 ‘게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초창기에 성공을 거둔 게임 수준으로는 이미 시장의 눈높이에 부응하거나 개발비를 낼 스폰서들의 이목을 끌기 어려웠기 때문에 초반의 극도로 단순한 모양의 게임 대신 시장에서 널리 플레이 되는 여느 온라인 게임과 비슷한 수준의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크립토 네이티브들은 기존 블록체인 위에서 동작하는 토큰을 새로 만들거나 새 NFT를 선언하기 위한 스마트컨트렉트를 정의하는데는 익숙했지만 이런 재화에 의해 동작할 게임 그 자체를 만들 수는 없었고 여기에는 이전에 실제로 게임을 개발하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필요할 겁니다. 여러 개발팀이 경제적인 성과를 기대하며 블록체인에 연동된 재화를 사용할 그럴듯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국내에서도 극초반에 이런 시도를 한 사람들은 의미 있는 경제적 성과를 거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일어난 시도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한 사례는 극도로 영리하게도 블록체인에 기반한 인게임 재화를 소화할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대신 기존 게임에 새로운 재화를 추가하고 이 재화가 게임 바깥의 블록체인에 기반한 재화와 연동되도록 재빨리 개발한 덕분에 순식간에 블록체인 기반의 재화가 동작하는 그럴듯한 게임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이렇게 까지 영리하지 못했거나 이렇게 순식간에 경제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게임을 가지고 있지 않던 시장의 여러 플레이어들은 블록체인에 연동될 게임을 바닥부터 만드는 위험한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저 자신 역시 그런 시도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이미 이 시점에도 몇몇 사람들은 어떻게 인게임 재화가 게임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치를 가져 실제 세계의 화폐단위로 표시된 가격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멀티 유틸리티 토큰 모델, 풀소유와 분할소유 사이의 감정, 단일 토큰 모델은 PoS과 비슷하다, 프로토콜 경제는 어디가 잘못 되었을까?, 게임 경제를 외부에 공개할 이유가 무엇인가 같은 고민들을 저 역시 하고 있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일단 이전에 해 오던 대로 게임을 개발하고 이 게임에 사용하는 재화를 블록체인을 통해 게임 바깥에 노출 시키는 고민은 좀 더 나중에 시장에 나온 다른 플레이어들의 사례를 보고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시장에 돈은 사라져 갔고 우리들의 불분명한 미래를 위해 개발비를 낼 스폰서가 사라져 버린 관계로 이 모호한 시도는 본격적인 고민을 하기 전에 개인적으로는 썩 달갑지는 않은 결과를 맞이하며 끝났습니다. 이 경험이 끝나기 직전에 신흥 가상화폐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 전통적인 회사들이 메타버스를 만들 이유가 없다 같은 결론에 도달하며 나름의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은 나름 이 프로젝트의 실패 경험이 아무 것도 남기지 않은 채 끝났다고 평가하지는 않게 만들어 한 편으로는 다행입니다.
프로젝트에서 쫓겨난 다음 늦게서야 투자사의 의도와 우리의 의도에 차이가 있었음을 깨달았고 또 크립토 게임은 언제 어떻게 돈을 벌까 (1), 크립토 게임은 언제 어떻게 돈을 벌까 (2)를 정리하며 게임 만들던 사람 입장에서 잠깐 동안이나마 매력을 느껴 인생의 일부를 걸었던 이 시도는 어쩌면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잘 동작하지 않을 수도 있었겠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런 고민과 정리 과정을 거치며 다시 이전과 같이 게임 만드는 일을 시작했으면서도 여전히 블록체인이나 코인, 토큰 같은 키워드를 들으며 이들이 요즘 어떤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동작하는지 설명을 조금만 듣고도 조금 더 잘 파악할 수는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비트코인에 근거한 파생상품이 정식으로 승인되어 거래가 이루어지는 세계가 됐지만 이 때 겪은 경험에 기반해 생각하면 블록체인에 기반한 재화를 사용하는 게임을 포함한 여러 제품들은 어떻게 생각해도 이들이 실제 세계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 실제 세계의 화폐를 벌어들이는 방식으로 동작하기는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어렵다는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이런 경험으로부터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의 인도를 받아 "한국판 넷플릭스라더니..." 성실한 가장이 코인 다단계로 전재산을 잃는 과정이라는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미 기술에 밝지 않은 분들을 대상으로 전통의 다단계 비즈니스모델과 블록체인 기반으로 동작하는 토큰이 결합한 새로운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른 뉴스를 통해 접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뉴스로부터 생각한 것은 이런 사기 사건에서 블록체인, 코인, 토큰 같은 소위 신흥 가상화폐는 매개 역할을 할 뿐 핵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사기 비즈니스의 핵심은 여전히 폰지 사기와 똑같은 구조이며 이를 포장한 방법이 블록체인일 뿐입니다. 그래서 기술에 밝지 않은 분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라고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비즈니스모델이 동작한 가장 큰 원리는 기술에 있지 않으며 여전히 동작하는 폰지 사기가 그 핵심입니다. 그런데 영상을 살펴보며 영상에 등장한 여러 가지 키워드, 그리고 키워드 사이의 관계가 마치 우리들이 이전에 게임에 블록체인 기반의 재화를 연동하는 제품을 개발하려 했던 구성과 너무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 영상에 언급된 일종의 비즈니스모델과 게임을 통해 개발하려고 했던 제품 사이에 어떤 유사성이 있고 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어떤 제품이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마치 넷플릭스와 같이 동작하는 컨텐츠 플랫폼이 제품 역할을 합니다. 컨텐츠 플랫폼은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영상 모양으로 만들어진 컨텐츠를 배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월 구독료를 내고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유튜브 등의 다른 영상 플랫폼에서 채택하고 있는 일부 영상은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규칙을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상 모양의 컨텐츠를 이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배포한다는 동작 자체는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비교할 때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충분한 개발력을 갖추지 못한 주체가 소프트웨어 개발업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스타그램 같은 거 만들어 주세요’ 같은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형편 없는 금액을 낼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주로 상대하는 기술적으로 그리 훌륭하지 않은 개발자들로부터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깔끔하게 동작하는 제품을 개발해 낼 수 있을지는 조금 걱정이 됩니다. 어쨌든 제품이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이 제품이 다른 가장 큰 지점은 넷플릭스가 여러 컨텐츠를 그 스스로 만들어내는데 비해 위 영상에서 언급된 제품은 오직 플랫폼 역할을 할 뿐 그 스스로 컨텐츠를 제작하거나 컨텐츠 제작에 돈을 내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모든 컨텐츠는 제작에 돈이 들고 누군가는 그 돈을 내야만 합니다. 오직 플랫폼만 존재한다면 전 세계에 그 플랫폼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 제품을 사용할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아니면 그 플랫폼이 압도적으로 편리하거나 전 지구적인 컨텐츠 배급을 아주 낮은 비용과 아주 높은 수준으로 처리해 낸다면 사용할 이유를 억지로 찾을 수 있을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컨텐츠에 돈을 내지 않은 새로 플랫폼을 통해 배포할 컨텐츠를 확보하기는 극도로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플랫폼은 여러 컨텐츠가 이 플랫폼을 통해 보급될 것임을 거의 확신하고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데 현재 한류 컨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이 플랫폼이 한류 컨텐츠를 배급하는 역할을 할 거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설명은 컨텐츠가 플랫폼을 사용해야 할 이유와는 거리가 멉니다. 일단 제품부터 이 제품이 시장의 여러 주체에 의해 사용되어야 할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 못합니다. 단지 제품이 존재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 다음부터 흥미로운 본격적인 부분이 시작되는데 이 플랫폼은 거래 참여자들이 법정화폐를 사용하게 하는 대신 블록체인에 기반한 토큰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있는 것 같다고 말한 이유는 실제로 이 플랫폼이 동작하는 모양을 본 적이 없고 또 이 플랫폼을 통해 컨텐츠를 배급하고 그 댓가를 받은 사례를 전해 듣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론적으로 블록체인을 통한 모든 거래가 공개되므로 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세계와 블록체인이 연결되는 그 순간의 무결성을 블록체인 스스로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프로토콜 경제는 어디가 잘못 되었을까?에서도 이론적으로는 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 방법이 복잡할 뿐 아니라 블록체인과 실제 세계가 연결되는 부분을 블록체인에 기반해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로는 동작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을 이용하는데 블록체인에 기반한 토큰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 고객이 지불하기 불편함은 물론 컨텐츠 생산자가 컨텐츠 제공 댓가를 수령한 다음 재생산을 위해 법정화폐로 다시 전환하는 과정 역시 불편하며 이 과정이 블록체인에 기록되기는 하지만 이 기록이 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하지도 못합니다. 플랫폼을 사용하기 위해 요구되는 토큰은 여러 서비스가 도입하고 있는 현금성 포인트에 가깝지만 법적인 책임이 없을 뿐 아니라 유동성이 없다는 점에서 현금성 포인트와 상당히 달라 보입니다. 이전에 제품이 시장의 여러 주체에 의해 사용되어야 할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플랫폼을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을 블록체인에 기반한 토큰을 통해 지불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지도 못합니다.
그렇다면 아직 활발하게 사용되지도 않고 있는 플랫폼이 미래에 의존할 토큰을 미리 구입하는데 법정화폐를 지불한 사람들은 어떤 의사결정을 한 것일까요. 실은 크립토 게임은 언제 어떻게 돈을 벌까 (1), 크립토 게임은 언제 어떻게 돈을 벌까 (2)에 동작을 설명한 적이 있지만 여기서 이를 짧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플랫폼을 사용하기 위한 토큰은 마치 화폐나 현금성 포인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식과 비슷하게 동작합니다. 주식은 액면가와 관계 없이 시장 가격으로 거래되는데 주식에 투자한다는 의미는 낮은 시장 가격에 구입해 높은 시장 가격에 판매하려 한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이 때 주식의 시장 가격은 주식을 발행한 회사의 가치와 연동되므로 회사의 이익이 곧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의 이익과 연동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식회사의 부가가치는 주식 그 자체를 통해 거래되지 않으며 대부분 법정화폐를 통해 거래됩니다. 가령 게임회사에서 새 게임을 런칭했는데 스팀을 통해 여러 법정화폐 지불 수단을 통해 게임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반면 주식회사가 게임을 출시한다 하더라도 그 회사 주식을 게임 구입에 지불할 수 없으며 심지어 인게임 자원을 주식을 직접 지불하고 구입할 수 있지도 않습니다. 주식과 게임의 실적은 느슨하게 연동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이 서로 직접 주식을 매개로 거래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 영상의 사례처럼 플랫폼에서 유통될 토큰을 구입하고 토큰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은 그 속성이 주식과 아주 비슷합니다. 이를 한번 더 해석해보면 미래에 런칭할 플랫폼의 주식을 미리 구입할 기회를 얻는 상황인데 이 주식은 미래에 플랫폼에서 직접 컨텐츠를 거래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며 플랫폼이 성장함에 따라 주가가 상승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주식을 직접 거래에 사용하지도 않고 법정화폐 대신 유가증권을 거래에 직접 사용한다는 말이 얼마나 이상한지 눈치 챌 수 있다면 위 영상의 사례가 얼마나 이상한지 역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최종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플랫폼이 법정화폐를 수취하지 않는다는 말 역시 얼마나 이상한지 역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한때 법정화폐를 직접 수취하지 않는 구조가 잠재고객 거의 대부분을 제거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블록체인에 기반하면서도 이를 직접 노출하지 않는 소위 온램프 서비스에 기반하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온램프 서비스는 무의미 할 수도 있다에 이 상황에 대한 의견을 말한 적이 있는데 애초에 블록체인에 기반하지 않는 법정화폐를 직접 수취할 계획이라면 서비스 전체가 블록체인에 기반할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이 사례는 결국 사기로 알려진 모양인데 이 사례와 블록체인에 기반한 토큰을 인게임 재화에 연동한 게임 제품 사이에 어떤 유사성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아직 온전한 제품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미래의 제품이 사용할 예정인 토큰을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앞에서 이 토큰은 주식과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어 주식과 비슷한 메커닉을 통해 미리 이를 구입한 사람들에게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소위 웹3 게임 개발팀들 상당수도 아직 제품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미래에 제품에서 통용될 토큰을 미리 발행해 판매하곤 했습니다. 다음으로 양쪽 모두 블록체인에 연동된 토큰 그 자체를 제품에 직접 통용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위 컨텐츠 플랫폼 사례에서는 영상을 구입하는데 토큰을 사용하고 또 게임 사례에서는 유료 재화인 다이아와 같은 위상을 가지고 인게임에 통용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앞에서 유가증권을 직접 거래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유가증권은 그 가격이 액면가와 무관하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 처음 공개된 영화는 2024년 늦봄 현재 영화의 이전 인기에 따라 한화로 1만원에서 2만원 사이의 가격으로 책정되는데 만약 이 숫자와 관계 없이 제가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변한다면 함부로 영화에 돈을 지불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 이유로 토큰을 직접 사용해 컨텐츠를 구입하거나 인게임에서 다이아 대신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위 영상에 등장하는 컨텐츠 플랫폼과 소위 웹3 게임 양쪽 모두 법정화폐를 직접 수취하지 않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되는데 현대 경제 시스템에서 법정화폐와 법정화폐에 기반한 신용화폐만이 그나마 한 국가 내에서 액면가에 가까운 가치를 유지해 거래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상의 여러 거래에는 법정화폐가 사용되며 모든 경제 시스템은 법정화폐를 최대한 편리하게 수취할 수 있도록 발전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때 지갑을 아예 들고 다니지 않는데 이럴 수 있는 이유는 법정화폐에 기반해 일정 기간 동안 제가 직접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외상에 대한 보증을 서 주는 회사가 있고 이 회사가 발급해 준 신용카드가 극도로 광범위하게 통용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카드 한 장을 가지고 있는 한 대중교통을 사용할 수도 있고 밥을 사 먹을 수도 있으며 온갖 지불 요구에 응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없는 것은 복권을 사는 것 정도입니다. 이럴 수 있는 이유는 신용카드는 근본적으로 법정화폐에 기반을 두고 있고 법정화폐는 대한민국 정부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액면가에 가까운 가치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법정화폐를 직접 수취하지 않는다고요? 법정화폐 대신 증권을 직접 사용해 거래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해 이익을 내겠다고요?
실제 세계에서 주식을 구입하는 행동은 그 미래가 얼마나 가깝거나 먼 미래인지에 관계 없이 회사의 미래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행동입니다. 만약 1990년대 후반에 애플 주식을 산다면 완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겁니다. 회사는 몇 주 안에 도산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주식을 구입해 놓는 행동은 분명히 이상해 보입니다. 이런 행동은 마치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게임에 통용될 예정인 토큰을 미리 구입하거나 아직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컨텐츠 플랫폼에 통용될 토큰을 미리 구입하는 행동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실제 세계의 주식 시장은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지난 수 백 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통해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여러 장치에 기반해 동작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 애플 주식을 살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법적으로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게임이나 아직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컨텐츠 플랫폼은 그런 일체의 정보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이론적으로 유동성이 거의 없는 증권을 구입한 다음 이를 직접 거래에 사용한다는 아이디어가 실현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수학적 다중우주론에 기반한 여러 다중우주 어딘가에서는 법정화폐를 수취하지 않고서도 최종 사용자들로부터 이용요금을 원활히 받을 수 있고 이용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며 버블 시대에 일본 부동산 시세처럼 계속해서 액면가에 관계 없이 오르기만 하는 상황에서 이 유가증권을 지불하고 컨텐츠를 구입할 사람이 있는 지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대에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는 이런 거래 방법을 사용할 이유가 별로 없고 또 이런 거래 방법을 통해 통상적인 최종 사용자의 지불을 통해 이익을 얻을 방법 역시 별로 없습니다. 분명 제대로 개발되어 서비스되고 또 서비스가 고객들로부터 인정 받아 고객들이 법정화폐를 수취하지 않는다는 어처구니 없는 장벽에도 불구하고 지불 의사를 보인다면 분명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입니다. 하지만 이 우주의 이 지구에서는 컨텐츠 플랫폼과 게임 양쪽 모두 이 비즈니스모델에 기반해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