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 프로젝트는 출시되지 않을까

어떤 프로젝트는 개발을 계속하지만 영원히 출시되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어째서일까요? 어쩌면 출시가 목적이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그 프로젝트는 출시되지 않을까

여러 프로젝트와 회사를 전전하다 보면 각각의 경험 끝에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 받는 분들이 생기곤 합니다. 누군가와는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들과는 당시에 필요에 의해 만들었던 단톡방이 그냥 계속해서 아무도 말하지 않는 채로 유지되다가 누군가가 다들 잘 살고 있는지 안부를 물을 때 이야기가 시작되어 잠깐 시간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커피 한 잔 모이며 뻘 소리를 지껄인 다음 다시 조용해지기를 반복하는데 사용됩니다. 이런 단톡방은 종종 스웨덴의 폐쇄적인 구인 과정과 비슷한 모양으로 동작하기도 하는데 올 해 TO가 확정된 다음 채용 공고를 올리기도 전에 이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모여 있는 여러 단톡방에 걸쳐 혹시 지금 백수이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직을 고려 중인 누군가가 있는지 알아보는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만약 운이 좋다면 꼭 알맞는 시점에 백수이거나 이직을 결심한 누군가를 찾을 수 있어 수 많은 모르는 사람들의 이력서를 살펴보고 면접을 하며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하지 않고 앞으로 프로젝트 런칭 너머까지 함께할 든든한 동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들 상당수는 서류상으로는 정규직으로 분류되어 은행에[서 대출 받을 때 정규직 대우를 받지만 실상은 프로젝트 단위의 계약직에 더 가깝기에 이전에 든든하게 함께한 능력 있는 동료라도 어느 시점에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백수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 회사가 프로젝트 중단과 전환 배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발령 부서를 만들어 대응하지만 근본적으로 여느 전통의 대기업과 같은 전환 배치 절차를 따르지 않는다면 대기발령 부서는 사실상 발령을 위한 대기 부서가 아니라 퇴사를 종용하기 위한 대기 부서로써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또 회사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인원들을 딱히 전환 배치 하기 위해 ‘대단히’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이상 이들은 회사 바깥의 자리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며 이런 상황에 딱 맞춰 단톡방에 구인하면 서로 기쁘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프로젝트가 중단되어야만 자리를 옮기기 위해 회사 밖의 자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종종 프로젝트는 여전히 최소한 외부에서 볼 때 순항 중이고 해마다 게임 관련 행사에 멋진 플레이어블과 트레일러를 공개하며 여전히 여러 사람들을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올려 놓았더라도 이 안에서 개인들은 프로젝트를 떠날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상황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제목의 의문을 함께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오래 전 업계에서 유명한 어떤 프로젝트는 여느 프로젝트와 같이 여러 능력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고 긴 기간에 걸쳐 개발하고 있다고 알려졌으며 해마다 게임 관련 큰 행사에 대단한 플레이 영상을 공개하곤 했습니다. 고객들은 그런 영상을 살펴보며 이 정도 퀄리티면 나오자마자 거대한 성공을 거두고 또 게임 역사에 큰 영향을 줄 거라고 말했고 나오기만 하면 얼른 구입해서 플레이 할 거라며 이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한 게임 웹진 게시물 답글에 서로의 의견을 나눕니다. 여느 대작 답게 출시 시점은 조금씩 미뤄졌는데 그 때마다 타당한 이유가 있었고 또 계속해서 새로 인원을 충원하고 있었기에 개발이 지속되고 있음을 의심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특히 매년 게임 관련 행사에 대단한 영상을 공개하기를 반복했기에 이들이 뭔가 개발을 계속하고 있음을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간이 길어지자 누군가는 이들의 출시 플랫폼을 ‘지스타’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매년 그 행사 때만 영상을 공개할 뿐 따로 테스트를 진행하거나 최소한 비공개 테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사람을 모은다는 공지를 낸 적도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장에는 이 프로젝트 출신의 이력서가 종종 돌아다녔고 개발 기간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지친 사람들이 자리를 옮기려는 의도로 인식했고 이는 여러 곳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어서 딱히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회사의 다른 프로젝트는 처음 행사에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할 때 정말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당시 직접 행사에 가지 않았고 또 개인적으로는 그런 행사에 나타난 게임을 직접 보고 직접 만져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 그저 기자들이 열심히 행사장을 둘러보며 게임을 만져본 다음 그 결과를 촬영해 자신의 의견과 함께 올려주기를 기다렸다가 그걸 보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한 부스에 사람들이 나타나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담은 저장 매체를 부스에 버리고 갈 정도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나름 자랑스럽고 또 아침마다 출근할 때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며 이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으며 당시 어린 제 지식 범위에서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여러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회사는 우리가 만드는 게임 역시 회사에서 이전에 출시했던 여러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큰 성공을 거두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회사에 거대한 경제적 성과를 가져다 준 다른 게임들로부터 그 경제적 성과에 관계가 있다고 사후에 판단한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했는데 회사가 반드시 만족해야만 한다고 제안한 여러 요소들을 나열한 문서는 분명 멋져 보였지만 게임마다 서로 특성이 다르고 또 목표로 삼은 시장이나 고객 층이 달라 항상 이들을 모두 따르기는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제안한 요소를 만족 시킨 결과를 경영진들에게 보고하지 않으면 전설의 크리스탈 재떨이가 우리들의 머리통을 향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불상사를 막을 수 없었기에 우리들은 게임의 특징과 기획적 의도 따위와 무관하게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런 과정에 따라 우리들은 해마다 반복되는 큰 보고 마다 머리에 뭔가가 날아들고 그 결과 프로젝트가 공중 분해되어 여러 단톡방에 다음 일자리를 찾아봐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하지 않고 개발을 계속할 수 있었는데 항상 암만 생각해도 우리들 스스로 생각하기에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제품과 경영진으로부터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전달 받은 요구사항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머리통이 무사하고 또 직업적 안정성을 유지해 생계를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그 차이를 애써 의식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런 노력은 주로 게임디자인 직군 사람들에게 이들 각각이 돌파해 나가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곤 했습니다. 가령 게임디자인 직군의 누군가가 정말 힘들게 스스로 생각하는 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회사로부터 받은 요구사항 사이에는 서로 모순되는 점이 없음을 설득했다 하더라도 이 일을 실제로 진행 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직군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도 간신히, 그리고 거의 억지로 설득한 이 논리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아마 스티브 잡스가 무덤에서 일어나 마이크를 잡는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으로부터 받은 요구사항과 게임 사이의 간극을 능란한 말솜씨로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런 상황은 주니어 디자이너들을 게임디자인에 개입은 디자이너의 오너십을 망가뜨린다에 잠깐 설명한 브리핑 자리에서 극복이 불가능한 고약한 질문에 쉽게 노출 시킨 나머지 이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기간이 몇 년 안에 끝난다면 현대 세계를 살아가는 어지간한 인간이라도 꾹 참고 런칭과 라이브를 겪으며 그 다음의 직업적 인생을 살아갈 동력을 조금이나마 획득할 수 있을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기간이 생각보다 훨씬 길어져 5년이 되고 7년이 되고 또 10년이 되고 그 너머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집니다. 한 3년쯤 포괄임금제 기반으로 하루에 두 자릿 수 시간만큼 일하기를 반복한 다음 런칭을 겪는다면 분명 건강 상 문제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자기 자신을 좀 추스리고 그 다음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달리면 될 줄 알았던 런칭 시점이 계속해서 수 년 단위로 미뤄진다면 어지간히 강한 정신적 바탕을 가지지 않은 대다수 사람들은 신체적으로도 고통을 겪겠지만 정신적으로도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회사는 이 프로젝트 역시 회사에서 지금까지 출시한 모든 프로젝트와 같이 거대한 경제적 성과를 이룩해야만 하기에 프로젝트 하나에 지금까지 회사가 구축한 ‘모든’ 노하우를 전부 다 갈아 넣기를 원했는데 사실 이는 제한 시간 안에 달성 불가능한 목표는 아닙니다. 그저 회사가 제안한 여러 가지 즐거움을 녹여낸 다음 경영진 보고 때 이 각각을 주장하고 질문에 ‘대항’하기만 하면 됐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동시에 개발 기간에 따라 흐른 세월 속에 새롭게 나타난 회사 밖의 성공작들에 따라 게임이 바뀌어 가야 했다는 점입니다.

처음 회사의 유명 프랜차이즈에 기반해 개발을 시작한 게임은 그 프랜차이즈의 다른 게임과 비슷하지만 극적으로 향상된 그래픽, 어디를 둘러봐도 퀄리티가 떨어지는 곳을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부분에 힘을 꽉 준 그래픽, 대상 시간 당 세 자릿 수 만원을 들여도 섭외하기 어려울 정도의 성우들로 가득한 풀 보이스 더빙, 한 화면 안에 주인공과 별개로 일어나는 온갖 상호작용들, 이들 모두가 어우러져 이뤄내는 경험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러니 이를 여러 사람이 플레이 하며 녹화한 영상을 적당히 편집해 행사에 내보내기만 해도 사람들이 몰려와 저장 매체를 무방비하게 던져 놓고 갈 정도가 된 겁니다. 하지만 분명 그 시점에 대단한 경험이라 하더라도 세월이 흐르면 사람들은 시장에 나타난 다른 여러 미디어에 노출되고 이들의 눈높이는 달라집니다. 눈높이가 올라갈 수도 있지만 플랫폼이 바뀌고 이에 맞춰 눈높이가 아예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만약 프로젝트를 처음 구상할 때 위험 평가 요소에서 개발 기간 안에 우리와 비슷한 다른 게임이 등장하거나 플랫폼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미리 알았다면 개발기간을 계속해서 늘리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과 어울리지 않는 기존 회사 게임들의 성공 공식을 따르고 또 세월이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다른 인기 있는 게임들의 특징을 기존 우리가 개발해 온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받아들이기를 반복하자 개발은 혼란에 빠집니다.

게임은 처음 온라인 멀티플레이 환경에서 동작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싱글플레이에서 적은 인원의 멀티플레이를 고려한 던전 크롤링 모양으로 만들기 시작했지만 퍼시스턴트 월드에서 플레이에 중점을 둔 게임이 큰 흥행을 기록하자 갑자기 퍼시스턴트 월드 경험을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또 전통의 MMO 장르 문법처럼 고객이 자신이 조작하는 캐릭터 한 명을 조작하는데서 여러 캐릭터를 한 번에 성장 시키고 또 한 번에 조작하는 게임 모양으로 바뀌기도 하고 또 프랜차이즈의 공통 특징으로부터 가져온 카메라 시점을 바꾸며 기존 카메라 시점에 맞춘 온갖 메커닉들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만 하기도 했으며 게임에는 세계관과 잘 어울리지 않는 자잘한 기믹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이전에는 회사 밖에서 새로운 대작이 출시된다고 하면 각 프랜차이즈의 고객으로써 게임을 기다리곤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새로운 대작의 출시는 곧 이 게임의 또 다른 특징에 기반해 현재 개발 중인 게임을 뜯어 고쳐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와 전혀 달갑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새로 출시된 강력한 프랜차이즈 게임을 분석하고 또 이 게임의 여러 특징을 무지성으로 욱여 넣다가 문득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일하다 보니 게임의 모습이 너무 그 게임과 닮아버렸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 게임을 복제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문득 시각적으로까지 너무 닮아 버렸기에 우리들은 회의 자리에서 그 게임과 너무 비슷한 점을 의도적으로 비슷하지 않도록 만들 방법을 고안하고 실행해야만 하는 처지에 이릅니다.

이런 여러 과정을 겪으며 프로젝트는 개발을 시작하고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결코 출시되지 않았는데 앞서 말했듯 전력을 다해 일하는 기간이 일정 기간보다 짧다면 어지간한 인간은 그 기간을 감당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거나 추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간이 그보다 길어지면 웬만한 인간의 정신력은 그런 상황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1년 전에 개발한 메커닉이 게임 안에서 온전히 동작하고 있었는데 이를 새로 출시된 게임을 플레이 해 본 경영진이 그 게임의 경험에 맞춰 게임을 고치라는 명령을 간접적으로 해 오면 1년 전에 개발해 그 동안 이를 바탕으로 구축했던 게임의 여러 부분들을 새로운 메커닉에 맞춰 완전히 뜯어 고쳐야만 하고 이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개발자들 사이에 돌아다니는 ‘건물을 왼쪽으로 1cm만 옮겨 주세요.’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사실 시간과 비용을 들이면 건물을 옮길 수는 있겠지만 그러는 사이에 담당자들은 1년 전에 개발했던 메커닉과 비슷한 동작을 하는 메커닉에 대한 기획서를 다시 작성하고 다시 브리핑하고 이 과정에서 지난번에 개발한 것을 왜 또 다시 개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엔지니어들의 불만에 부딪치면서도 개발을 수행할 수밖에 없기에 이들을 진정 시키기 위해 자기 자신도 잘 납득하지 못하는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간신히 개발을 진행하지만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일정 기간, 그러니까 대략 서로 다른 회사로부터 서로 다른 신작의 출시를 겪는 한 1년 정도마다 반복해서 겪다 보면 분명 프로젝트를 중단할 계획이 없어 보이고 계속해서 괜찮은 트레일러 영상을 뽑아내며 꽤 잘 정돈된 플레이어블을 내놓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의 이력서가 시장에 나타납니다.

나를 얼마에 팔 것인가에 이야기했던 지난 구직 과정에서 면접 때 들은 질문 중 여러 면접에 공통으로 등장한 것은 이전에 제가 꽤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 프로젝트로부터 왜 중도 하차 했는지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전에 하차한 프로젝트는 분명 회사에서 잘 개발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또 게임 행사에 대단한 플레이 영상과 잘 정돈된 플레이어블을 공개해 좋은 평가를 받은 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멀쩡한 프로젝트로부터 하차하는 사람은 분명 그 스스로 실력이 부족하거나 팀에서 인간적인 문제를 일으켜 하차 당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되더라도 딱히 억울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그 프로젝트를 하차한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몇 년 안에 런칭을 겪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이는 이전 10년의 밤을 통해 했던 고민과 비슷합니다. 분명 회사는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제가 스스로 그만 두지 않는 이상 직업적 안정성은 유지될 것이 분명하며 오랜 기간에 걸쳐 불굴의 의지로 계속해서 이미 개발한 부분을 반복해서 새로운 시대에 맞게 다시 개발해 나가는 과정을 견디기만 하면 그에 맞는 보상을 기대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난 고민 끝에 제가 지금에 이르도록 계속해서 연락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프로젝트를 걱정하며 서로가 혹시 백수이지는 않은지 살펴 가며 서로를 지탱해 주고 있는 사람들은 불굴의 의지로 10년을 견디는 대신 밖에 나와 다른 기회를 찾기 시작하며 얻은 인연들이었습니다. 그렇게 괜찮은 프로젝트로부터 하차할 때 분명 나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긴 기간을 한 곳에서 거의 같은 일을 일정 기간마다 반복하며 특히 정신적으로 망가지는 자기 자신을 그대로 두고 보는 것 보다는 차라리 의심을 받고 그 다음 기회를 얻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자. 지금까지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전해 들은 다른 영원히 출시되지 않은 프로젝트 사례 하나, 그리고 제가 경험한 영원히 출시되지 않은 프로젝트 두 개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그 중 하나는 아주 긴 개발 기간 끝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런칭에 도달했지만 제가 프로젝트로부터 하차할 때 앞으로 10년 후 결국 런칭할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 하더라도 그 때 하차 결정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직 그저 술 마신 아저씨처럼 옛날 이야기를 했을 뿐 아직 제목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제목의 질문을 지금까지 설명한 경험에 기반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왜 그 프로젝트는 출시되지 않을까요. 한 가지 이유는 이미 이야기했습니다. 회사의 기준이 너무 높은 동시에 팀의 의도가 회사의 기준을 상쇄할 만큼 강하지 않을 때, 그리고 팀과 회사의 균형이 회사 쪽으로 너무 크게 기울어져 있을 때 팀은 회사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는 게임의 현재 상태의 지향을 고려한 정책을 수립하기 보다는 회사 전체에 걸쳐 성공을 반복해 온 한 가지 규칙을 모든 프로젝트에 적용하려 하고 이에 따라 각기 다른 프로젝트는 억지로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 결과적으로 이상한 모양에 도달합니다. 이들은 경영진 보고에서는 분명 멋진 모습으로 여기 참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직업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했겠지만 경영진은 고객이 아니며 고객들의 시각은 분명 상당히 다를 겁니다.

이런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개발팀은 그 스스로 생각하기를 그만 두고 회사의 지시에 따라 개발을 계속해 현상을 유지하는 상태에 빠지는데 이 상황을 불굴의 의지로 견디는 사람도 있고 또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적 어려움을 겪으며 하차를 결정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치며 결국 런칭에 도달하는 프로젝트들은 프로젝트 개발 기간 전체에 걸쳐 전체 인원들을 최소 세 번은 바꾼 다음에야 런칭에 도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회사가 이런 과정을 건뎌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개발하고 또 이렇게 런칭에 도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전체 인원이 세 번 이상 교체되는 동안 마지막에 남은 인원을 제외하고도 이들의 두 배에 달하는 인원들은 하차를 선택해 결국 런칭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이들 관점에서 프로젝트는 결국 출시되지 못했는데 이들 관점에서 프로젝트가 출시되지 못한 이유는 항상 기획이 계속해서 변경되기를 반복하며 같은 기능을 반복해서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개발하기를 반복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스스로가 게임디자인을 직업으로 삼아 생계를 이어 가지만 기획이 계속해서 바뀐다는 한탄을 들을 때마다 정신적으로 대미지를 입지 않을 수 없었고 이 상태가 계속해서 누적되자 결국 불굴의 의지로 런칭에 도달하는 앞으로 10년 동안의 세월을 견딜 수 없으리라는 판단을 합니다. 그러니까 그 프로젝트가 출시되지 않는 한 가지 이유는 기획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그 기획을 바뀌지 않도록 유지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이 상황을 견디기 위해 필요한 정신력이 고갈 되었기 때문 같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한편 회사 관점에서 프로젝트 수행의 목표가 런칭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는 어쩌면 굉장히 정치적이고 또 개발에 참여하는 개개인이 눈치 채기 쉽지 않을 수 있으며 회사의 입장을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인원들의 생계를 위해 거대한 개발비를 오랜 세월에 걸쳐 지출하면서도 출시에 강한 의지가 없는 상황 자체를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꽤 자주 회사의 핵심 목표는 런칭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유지하는 것일 뿐일 수 있습니다. 가령 회사는 전작을 출시해 거대한 경제적 성과를 달성한 다음 기대 받는 후속작을 준비 중인 상태에서 회사를 공개해 실패 가능성이 큰 런칭을 겪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경제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회사를 공개할 수도 있고 또 회사를 매각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런칭에 가까워지는 대신 계속해서 그 시점에 최고의 게임을 모방하기를 반복하며 기대 받는 상태를 오랜 기간에 걸쳐 유지하며 런칭을 제외한 나머지 방법을 통해 경제적인 성과를 거둘 여러 가지 조건 중 하나로써 개발을 계속하게 되는데 이 경우 프로젝트는 결코 출시되지 않을 겁니다.

또 다른 이유에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누군가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일 수 있는데 어떤 회사는 프로젝트 각각의 성공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서 회사가 프로젝트의 런칭을 바라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는데 이런 상태의 연장일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시간이 꽤 흘렀으며 가능성 있는 트레일러와 플레이어블을 공개하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회사 전체의 경제적 규모로 미루어 볼 때 프로젝트에 투입된 개발비용이 그리 대단하지 않고 또 런칭을 통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결과를 맞이할 때 회사가 겪을 여러 가지 다양한 어려움을 생각하면 차라리 런칭을 겪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회사 전체를 위해 나은 결정일 수 있습니다. 또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한 개인 입장에서 만약 프로젝트가 런칭 단계에 도달해 라이브에 대응하는 조직으로 변하는 과정을 겪으며 개발 과정을 통해 획득했던 권한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미리 예상한 개인이 의도적으로 프로젝트의 런칭 시점을 계속해서 뒤로 미루기를 반복하며 현재 획득한 권한과 입지를 유지하기 위한 용도로 프로젝트 자체를 사용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런칭을 겪는 순간 지금 자신이 획득한 위치와 권한이 위태로워지며 때로는 이를 완전히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잘 이해하고 있기에 현재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하며 런칭을 미루고 이 순간을 즐기며 예상된 마지막을 계속해서 뒤로 미루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프로젝트가 런칭에 도달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더 있을 겁니다. 다만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는 생각해볼 만한 주제입니다. 가령 제 경우처럼 하차를 선택한다면 이직 과정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견뎌야 하고 이 상황을 추가로 설명해야만 할 겁니다. 이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설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제가 그 프로젝트에서 나쁘지 않은 역할을 해 왔지만 프로젝트가 앞으로 결코 런칭에 도달하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제 스스로의 정신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하는 과정은 지난할 뿐 아니라 이를 말하고 있는 저 자신을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반대로 불굴의 의지를 발휘해 끝까지 조직에 남아 결국 런칭 또는 중단을 경험할 수도 있을텐데 이 과정에는 결코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우리들은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 일합니다. 그 과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겠지만 생계 이상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불굴의 의지를 발휘해 프로젝트의 런칭 또는 중단을 겪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의 신체와 정신이 파괴되지 않고 온전히 유지되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되 이 과정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너무 큰 고통을 겪기 시작한다면 그 상황에 자신을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는 것 역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회사 관점에서 프로젝트 수행의 목표가 항상 런칭을 통한 경제적 성과 달성에 있지 않습니다. 분명 경제적 성과가 목표이기는 하겠지만 런칭과 라이브 서비스 이외에도 경제적 성과를 달성할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또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개인의 관점에서도 프로젝트의 목표가 항상 런칭을 통한 경제적 성과에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관점에서 현재 일정 수준 이상의 지위와 권한을 획득했다면 굳이 런칭을 겪으며 이 상태에 큰 변화를 겪기 보다는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회사는 항상 프로젝트를 끝까지 수행해 런칭하고 서비스하는 단계에 도달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 속에서 개인의 정신이 견딜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일하며 자신을 보호해야 합니다.

이번 63호에도 지난 2주간 공유한 이야기를 함께 보내 드립니다.


백업 환경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세월이 흐르며 웬만한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위치하게 되면서 로컬 파일을 백업할 방법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으며 더 사용하기 불편한 이상한 모양으로 변해 갑니다.
고마워요.아틀라시안!! 저주 받으세요!!
CLOUD-6999 티켓이 발행된지 13년 만에 컨플루언스에 커스텀 도메인 기능이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모양으로 불완전하게, 그리고 충분한 준비 없이 들어갔습니다. 아틀라시안 정말 감사합니다.
퍼시스턴트 월드와 인스턴스 월드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해 온 퍼시스턴트 월드와 인스턴스 월드는 각각 무슨 의미일까요? 또 게임에서 어떻게 사용되어 왔으며 현대에는 어떻게 변해 가고 있을까요?
현대의 선택지
대화 중 선택지는 어떤 게임에 의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현대에 주로 만드는 장르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2주 전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졌으면 해요 끄트머리에 테트레이션 프랙탈을 만들며 놀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덕분에 주말이 지나고 회사에서 누군가 "우진님은 주말에 뭐하셨어요?" 라고 물었을 때 머릿속엔 수많은 테트레이션 프랙탈 패턴들이 지나갔지만 이 이야기를 하긴 좀 뭣해서 "그냥 아무것도 안했어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프랙탈을 만들고 놀았습니다.

#mytetration (2)
삼중 나선이 수렴하는 한 점을 찾아 나선 저는 그 끝에서 컴퓨터 기술의 한계에 맞닥뜨렸습니다.

지난번과 이번 모두 계속해서 정밀도를 올리다 보면 그 한계에 도달하는데 자료를 찾아보니 지금은 테트레이션 횟수를 500회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 상태에서 그 한계에 도달할 때 테트레이션 횟수를 한 번만 늘리면 앞서 봤던 그 한계로부터 또 다른 프랙탈이 자라난다는 말을 봤고 이번에는 그걸 실험해볼 작정입니다. 또 출근해서는 "아무것도 안했어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계절이 급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또 2주 뒤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