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20주 리뷰 (1)

넉 달 전에 시작한 뉴스레터가 이제 20호를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뉴스레터 20주 리뷰 (1)

만 4개월 전인 지난 4월 30일에 혹시 거기 계시면 제게 알려주세요라는 글로 Thinking Machine 뉴스레터를 시작했습니다. 그 후 한 주에 한번 씩 글을 만들어 공유해 왔습니다. 매주 여섯 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 글 여섯 개를 묶어서 메일을 통해 보내고 있는데 다섯 가지 주제는 구독자 전용으로 앞 부분을 공개하지만 끝까지 읽으려면 뉴스레터 가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통 글 다섯 개는 미리 써 두지만 미리 쓴 글을 보내면서 글이 종종 시의성이 떨어져 너무 오래 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섯 가지 주제는 미리 써 두지만 마지막 여섯 번째 글은 뉴스레터를 보내는 그 주에 작성해 그 주에 일어난 일, 그 주에 겪은 일, 그 주에 한 생각을 주제 삼아 시의성이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이 공개되어 있다면 지난 20주에 걸쳐 20번째 뉴스레터를 무사히 보냈다는 의미일 테니 이번에는 지난 20주에 걸쳐 뉴스레터를 쓰기 시작한 계기, 근래 뉴스레터를 작성하는 요령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이전에는 2022년 글 공유 회고에 소개한 대로 위키에 글을 쓰고 그냥 그 페이지를 달력에 기록했다가 날짜가 되면 자동으로 공유되도록 설정해 놓고 살았습니다. 구글 애널리틱스를 통해 페이지에 방문하신 분들의 행동을 관찰하다가 여느 블로그 웹사이트처럼 페이지 하나를 본 다음 그 페이지에 표시된 다른 글도 눌러 구경하는 행동이 나타나기를 기대했는데 그런 사용 형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전 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글을 쓰기만 하다가 문득 여느 블로그에서 일어나는 사용 형태가 일어나지 않는 현상을 문제로 정의하고 이를 완화해 보기로 합니다. 영상이 정보를 전달하는 핵심 매체가 된 세상에 아직도 글을 읽는 분들이 남아 있다면 그분들이 느끼기에 편안하거나 익숙한 방법으로 글을 전달하는 것이 글을 읽는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 입장에서 편안한 위키 대신 블로그 모양으로 글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이 경과는 문단 처음에 소개한 회고 글에 소개했습니다.

블로그 모양으로 글을 공유하는 웹사이트는 이전 위키에 비해 방문자들이 여느 블로그에서 보이는 행동을 보이도록 만들어 처음 블로그 웹사이트를 개설한 목적을 달성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남아 있었습니다. 블로그에는 위키에 작성한 글 중 게임디자인 카테고리의 글만 공유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 카테고리에 적은 생각들이 맞든 틀리든 여러 경로를 통해 읽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막상 생각을 쓰는 제 스스로는 어떤 피드백을 받거나 안정된 독자를 얻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요즘 세상에 항상 로그인 되어 있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곳이 아니면 답글을 통해 피드백을 받기는 아주 어렵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도 다른 블로그의 글이나 언론사 웹사이트에서 뉴스를 읽더라도 답글을 전혀 남기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피드백 하지 않는 행동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이 분명 존재하는데 그런 분들을 약간 고정된 독자 층으로 만들 기회가 전혀 없다는 점은 좀 아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블로그 모양과 비슷하지만 글을 이메일을 통해 보내고 등록하신 분들에 한해 글 전체를 제공하는 뉴스레터 모양을 실험해 보기로 합니다. 처음에는 뉴스레터라면 글을 오직 이메일을 통해서만 보내야 하는 건가 싶었고 그러면 제 입장에서 글을 쌓고 이전에 보냈던 글을 인용하는 스타일로 글을 쓸 수 없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다른 뉴스레터들을 둘러보니 웹사이트에 같은 글을 게시하고 있어 이전에 쓴 글을 인용하거나 그동안 쓴 글을 쌓아 두는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블로그를 서빙하는데 사용하던 워드프레스 매니지드는 글을 쓰고 뉴스레터를 보내는 간단한 요구사항을 달성하기에는 너무 복잡했고 또 본격적으로 플러그인을 사용하려 하자 요금이 급격히 올라가 실험을 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습니다. 뉴스레터를 보내기로 마음 먹은 마당에 지난 20여년 동안 세계를 지배하는 CMS인 워드프레스에 의존하는 대신 뉴스레터 자체에 집중한 고스트 매니지드를 사용해 뉴스레터를 발행해 보기로 결정합니다.

글을 쓰는 건 이전에 해 오고 있던 매주 토요일 글 쓰는 날을 통해 습관을 만들어 큰 무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글의 퀄리티를 유지하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생각을 글로 만들어 여러 가지 주제와 각 주제에 대한 생각의 양에 집중하는 방식으로는 글을 쓰기 크게 어렵지 않았을 뿐 아니라 주제에 딱히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더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뉴스레터 모양으로 글을 발행하고 또 뉴스레터에 등록해 주신 분들에 한해 전문을 공개하고 등록하지 않으신 분들께는 매 주 커버스토리 하나만 전체를 공개하고 나머지 글은 앞부분만 공개했다가 그렇잖아도 아무도 텍스트를 읽지 않는 시대에 오히려 누구도 글을 읽지 않는 더 나쁜 상태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만약 실험에 실패하면 부끄럽지만 실패를 선언하고 왜 실험에 실패했는지 생각해 보는 글을 만들 수 있으니 만약 잘 안되면 글 쓸 주제가 하나 생긴다고 생각하니 뭐 그리 나쁘지 않은 시도 같았습니다. 물론 워드프레스 매니지드에서 고스트 매니지드로 이전하는 과정은 상당히 골치 아팠고 사실은 지금도 이전이 완전히 끝난 상태는 아닙니다. 모든 글을 수동으로 천천히 옮기는 중이어서 이전에 썼던 글을 모두 다 지금의 블로그 및 뉴스레터 사이트로 옮겨오는데는 앞으로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20주 전에 뉴스레터를 처음 시작하면서 소설 삼체 2권의 암흑의 숲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주는 암흑의 숲이고 우주에 흩어져 살고 있는 각 문명은 각자의 발전 상태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 은하, 태양계,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가 겪어온 것처럼 폭발적인 발전을 겪을 수 있으며 우주 관점에서 이는 찰나의 시간이기 때문에 이전에 관측할 때는 전혀 위험하지 않아 보이는 외계 문명이라도 찰나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관측할 때는 완전히 다른 상태를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문명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달한 문명이 우주를 관찰해 다른 문명을 찾아내면 현재 그 문명이 아무리 보잘 것 없어 보이더라도 찰나의 시간이 흐른 미래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이들을 총을 한 방 쏘는 수준의 낮은 비용으로 없앨 수 있다면 바로 없애 버리는 편이 문명의 존속을 위해 유리하다는 것이 바로 암흑의 숲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기반해 외계 문명의 존재를 인식하는 문명은 우주에서 최대한 조용히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지 않으며 살아야 다른 문명으로부터 총알 한 방을 맞아 문명 전체가 사라지는 끔찍하지만 또 조용한 결말이 일어날 확률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고 이렇게 우주의 모두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숨어 다니는 상태의 우주가 바로 암흑의 숲입니다. 꽤 설득력 있는 시각이라고 생각했고 소설을 읽을 때는 이 이론에 푹 빠져 이야기에 완전히 이입했지만 삼체 3권에서 상대적인 시간이 끝없이 빠르게 흐르고 한 인간, 그 종족 전체, 그들을 둘러싼 은하의 일생은 우주적인 관점에서 너무나 짧고 의미 없는 일이라는 점을 일깨웠고 한편 외계 문명에 대해 좀 더 따뜻한 시각으로 접근한 별의 계승자 같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암흑의 숲 이론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우주 관점에서 하잘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그 전 까지는 그저 조용히 블로그에 생각을 글로 쓰고 반대로 생각의 멱살에서 소개한 대로 글을 통해 생각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좀 더 넓은 관점에서 글을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또 요즘 세상에도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이 남아 계신다면 그 분들께 암흑의 숲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표현해 주십사 요청을 드리기로 합니다. 그래서 처음 보낸 뉴스레터 첫 글을 혹시 거기 계시면 제게 알려주세요로 정하고 어두운 숲 속에 환하게 모닥불을 피워 놓은 그림을 만들었습니다. 누구든 혹시 글을 읽어 주시는 분이 계시면 답글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흔적을 남겨 주셔야 하는 방법으로 글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주를 포함해 지난 20주에 걸쳐 한 주에 여섯 가지 주제로 글을 만들었으니 이번 주에 만든 글을 합치면 총 120 가지 주제로 글을 만들어 메일을 보내며 처음에는 어쩌면 이 체계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글로 만드는 것 자체는 가능해 왔고 또 앞으로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가능할 것 같으며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 주 약속한 시간 까지 정해진 주제 수만큼 글을 만드는 건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이야기로 마감이 없는 글쓰기에서 마감이 있는 글쓰기로 바뀌어 이전에 비해 부담이 조금 생긴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전에는 주중에 일하고 또 일상 생활을 하며 드는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짧은 메모로 남겼다가 한 주에 한 번, 주로 토요일에 글 쓰는 날을 통해 집중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글 갯수를 보면 매일 시간을 내서 글을 써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실제로 생활해 보니 주중에는 회사 일이 끝나면 이미 머릿속이 흐물흐물해져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하기 어려운 상태여서 매일 글을 쓰는 건 어려웠고 대신 쉬는 날 한 나절을 온전히 투자해 몇 시간 동안 집중해서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한 생각을 글로 만드는 것으로 습관을 들이고 체계를 잡았습니다.

시작한 지 넉 달이 지나면서 구독해 주시는 분들도 조금 늘어나 이전에는 그저 암흑의 숲 속에서 저 자신도 불을 끈 채 조용히 생각을 중얼거리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그나마 숲속 공터에 조그만 불을 피워 놓고 주변을 둘러보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이 작게 밝혀 주신 반딧불이 반짝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명시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는 없지만 그런 반딧불 같은 작은 묵시적인 피드백들을 통해 누군가 글을 읽어 주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됐고 이런 경험이 이전에 위키에 글을 쓰다가 또 블로그에 글을 쓰다가 다시 뉴스레터를 통해 글을 쓰며 얻은 멋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세상에는 아무리 별 것 아닌 서비스라도 일단 가입하고 보라는 식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 뭔가에 등록하고 또 가입하는 절차가 얼마나 우리들을 피곤하고 또 귀찮게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메일을 입력하고 메일을 받아 링크를 누르는 허들을 넘으며 또 매 주 그렇잖아도 스팸으로 가득한 메일함으로 메일을 받아 주시는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또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

한편 이전에는 글을 더 짧게 쓰다가 어느 순간 글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다음부터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 빈칸을 포함해 글 전체의 길이를 대략 5천자 전후로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번 첫 홀더 테스트를 마쳤습니다 (1)을 쓰다가 글 길이가 너무 길어지자 첫 홀더 테스트를 마쳤습니다 (2)로 나눠 이어서 작성했습니다. ‘뉴스레터 20주 리뷰’를 작성하기 시작하면서 목표는 지난 20주에 걸쳐 뉴스레터를 작성하며 든 생각, 구독자 분들께 감사 표시, 그리고 스무 번에 걸쳐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니 나름 뉴스레터 작성과 공유 과정에 체계가 생겨 이 체계를 소개하는 내용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뉴스레터 작성 과정의 체계 소개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초안의 글자 수가 거의 5천글자에 가까워지고 있어 이번에도 지난번에 글을 둘로 나눈 것처럼 뉴스레터를 작성하는 과정에 대한 소개는 이어지는 두 번째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 본의 아니게 첫 번째 글은 본격적인 주제를 다루지도 않은 낚시처럼 되어 버려 죄송합니다. 그럼 바로 이어지는 두 번째 글에서 뵙겠습니다.

뉴스레터 20주 리뷰 (2)
지난 스무 번 동안 뉴스레터를 만들다 보니 만드는 과정에 어느 정도 체계가 생겼습니다. 이를 소개합니다.

이번 주에도 다른 다섯 가지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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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녁때가 되면 정말로 선선해져 그동안 더운 여름을 버티기 위해 집을 오랜 동안 비우지 않는 이상은 절대 끄지 않았던 에어컨을 드디어 끄고 너무 더운 시간에만 켜기 시작했습니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무시무시한 여름이 끝나긴 하는 모양인데, 바로 이어서 주변에 독감에 걸리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더위는 가셨지만 여전히 건강에 유의하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