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의 목적
어둡고 시끄러운 장소는 본격적인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기에 적당한 장소가 아닐 지도 모릅니다. 그런 장소만 골라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뭘까요?
지난 약 2년 동안에 걸쳐 전통의 비디오 게임 업계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업계에서 비슷한 제품을 만들며 겪은 일들을 글을 통해 소개했습니다. 몇몇은 디센트럴랜드 오프체인 랜드렌탈처럼 제한된 조건 안에서 고객들의 신뢰를 유지하며 새로운 개념과 기능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기도 하고 메타버스와 NFT는 어쩌다 사기 키워드가 되었나처럼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이전에 제가 했던 일의 일부를 사기에 가깝게 인식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보다 현실적으로 실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메타버스를 개발하려는 당신. 남이 싼 똥을 주워 먹을 준비가 되어 있나요? 같은 생각을 한 적도 있고 또 이 업계에서 게임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한 결과로 큰 피해를 겪는 모습을 보며 약간 조롱하는 의미를 담아 아아 모르는건가. 이건 라이브라는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결국 신흥 가상화폐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 같은 생각과 게임 경제를 외부에 공개할 이유가 무엇인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거친 끝에 결국 권고사직으로 끝났습니다.
지난 권고사직 전후 간만에 업계 지인 분들을 만나며 지난 2022년 직업생활 회고에 소개한 멀쩡한 프로젝트와 멀쩡한 회사를 놔 두고 훨씬 더 위험하고 훨씬 더 이상한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을 즈음 시장에 여러 플레이어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고 여러 지인 분들도 저와 비슷한 행동을 할까 말까 고민하셨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확실히 그 시대는 이미 권고사직에 소개한 퍼스트 무버가 시장에서 막대한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조차 퍼스트 무버라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늦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이 움직임이 뭔가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전통적인 업계 출신의 커리어 고민 끝에 경력과 생계를 걸고 모험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전통의 업계에서 잔뼈 뿐 아니라 코어마저도 굵은 분들은 생각 끝에 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전통의 업계에 머물러 있기로 결정하셨고 시간이 흐른 다음 다시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적어도 제 시각으로 보고 듣고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립니다. 이 업계는 적어도 전통의 비디오 게임 업계와는 전혀 다르며 제품을 개발하는 관점에서 보면 다들 동작하는 제품을 만들 생각보다는 그럴듯한 개념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고 이는 제품 관점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제가 지난 - 이 글을 쓰는 현재 권고사직에 의해 그 업계 사람이 아니게 되었으므로 - 업계에서 제품을 만들려 노력해 보고 전통의 제품에 새로운 개념을 붙인 다른 플레이어들의 결과와 이들의 서비스를 살펴보고 또 이들의 구조를 공부하고 이들의 문제와 이를 해결할 방법을 고안하기를 반복하며 암만 생각해도 이 업계는 실제 제품을 개발하는데 그리 큰 관심이 없는 것 같고 또 제품 개발이 그리 중요하지도 않다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한때 뭐라도 이룰 수 있을 듯 굴며 전통의 비디오 게임 업계가 지난 수 십 년에 걸쳐 이룩한 결과를 한 순간에 앞지를 수 있을 것처럼 굴던 메타버스는 이제 의미 있게 동작하거나 적어도 동작은 하는 제품 자체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전통적인 회사들이 메타버스를 만들 이유가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히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또 게임을 포함한 온라인에서 동작하는 여러 제품에 중립적으로 동작하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뭔가 달성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는 게임 경제를 외부에 공개할 이유가 무엇인가 같은 근본적인 의문에 답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마일스톤 중간 점검. 제한시간 안에 서비스 할 수 있을까? 같은 의문, 그리고 전통적인 업계 출신의 커리어 고민을 한 끝에 요즘 만나는 지인 분들께 이런 생각들을 풀어 놓으며 지난 업계에는 전통의 비디오 게임 업계에서 제품을 만들던 사람 관점에서는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는 이야기를 조금은 자신 있게, 그리고 제 평생의 일부를 투자해서 얻은 경험에 기반한 생각을 통해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은 이전 업계에서 겪은 어떤 경험을 이 블로그 사이트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지나치게 비대한 자아에 기반해 필요 이상으로 곰곰이 생각해본 다음 의미를 부여해 보고 이를 다시 지난 업계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로 연결해 보는 과정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마침 언제 죽을 지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체험에서 사이버펑크 2077을 플레이 한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대략 요약하면 이 게임에는 게임의 엔딩으로 이어지는 녹턴이라는 미션이 있는데 처음 플레이 할 때는 이 미션을 진행해 한 가지 결말에 다다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지만 두 번째 플레이 할 때는 일부러 이 미션을 플레이 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냥 남겨둔 채로 확장판인 팬텀 리버티를 플레이하고 이를 끝낼 때 까지도 녹턴 미션을 플레이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녹턴 미션은 마치 이 세계에서 주인공 V가 죽거나 나이트씨티를 떠나는 등 게임을 마무리하는 시점을 의미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죽을 시점을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도록 남겨 둔 채로 이에 기반해 나이트씨티에서 경험을 더 신나고 또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이런 경험을 실제 세계에서도 할 수 있으면 한국이 처한 인구 문제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문득 팬텀 리버티 출시 전에 오랜만에 이 게임을 다시 실행해 두 번째 플레이에 남겨둔 미션을 끄집어내 플레이 하다가 문득 캐리 유로다인을 만나러 간 파티 자리를 둘러보다가 문득 이 장소, 이 장면, 이런 분위기가 한때 메타버스를 만들고자 했던 여러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의 제품이 동작하는 모습을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스크린샷을 찍어 둔 다음 가끔 열어보며 생각해 봤습니다. 이런 느낌을 처음 받은 경험은 10년 전 바크래프트 at 마인크래프트를 직접 볼 때였습니다.
정확히 뭘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커다란 스크린에 영상을 틀어 놓고 그 주변에 적당히 모여 자기 할 일을 하기도 하고 영상에 대해 채팅 하기도 하며 느슨하게 모여 같은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아마도 여기 모인 여러 사람들 각각은 전 세계 곳곳의 어딘가에서 자바를 실행할 수 있는 컴퓨터를 앞에 두고 자기 캐릭터를 조작해 가며 영상을 보고 있을 뿐이겠지만 이들이 모여 있는 이 가상 공간의 분위기는 마치 다들 느슨하게 같은 장소에 모여 함께 영상을 보는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주었습니다. 찾아보니 이미 바에 모여 맥주 한 잔 하며 다 같이 운동 경기를 보는 경험을 바크래프트라고 말하고 있었고 이를 마인크래프트 세계로 연장한 것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가상 세계의 한 장소에서 서로 느슨하게 비슷한 액티비티를 하며 각자 모여 앉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그런 분위기가 그 즈음에 플레이 하던 여느 MMO 게임의 마을의 가장 큰 마을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채팅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대에 제 생각은 전통의 비디오 게임 업계에서 그런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하든 그렇지 않든 전투 요소를 포함해야만 게임으로 성립하고 그래야만 회사에서 돈을 들여 개발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이것이 당시 우리들이 이런 느슨한 경험을 주는 어떤 가상 세계를 개발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가령 그 시대에 한참 플레이 하던 동물의 숲 시리즈 비슷한 게임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느긋하게 사람들과 모여 과일 좀 따고 또 꾸미는데 집중하고 또 낚시하고 서로 모은 물고기를 교환하는 그런 느슨하고 또 느긋한 경험을 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MMO 게임에 마을에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다들 다음 던전에 가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고 우리들처럼 멍하니 구석에 앉아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흐른 다음 여전히 전통의 비디오 게임 업계는 고객들에게 최대한 여러 가지 할 일을 제시하고 고객이 잠시도 느긋하게 있을 틈 없이 빽빽하게 일정을 채워 넣는데 집중합니다. 정확히 뭘 했는지 전부 다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별 생각 없이 인터페이스에 표시된 수많은 빨간점을 무지성으로 따라가다 보면 뭔가가 상승하고 좀 더 강해지고 새로운 지역이 열려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고 이전에는 클리어 할 수 없었던 퀘스트를 클리어 할 수 있게 되고 또 플레이어 캐릭터는 어딘가 새로운 장소로 이동해 처음 보는 몬스터와 사냥 하곤 했습니다. 빨간점을 전부 다 따라가고 나면 그 날의 플레이를 마무리할 수 있었고 어떤 게임은 매일 플레이 해야 할 항목들을 아예 별도 인터페이스에 목록으로 만들어 표시하기도 합니다. 그 목록 어디에도 마을에 앉아 노닥거리며 아무것도 안 하거나 낚시를 하며 물고기가 걸리기를 기다리는 사이에 채팅을 하며 노는 항목은 없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때 갑자기 나타난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이전에 몇몇 느슨한 플레이 경험을 하며 현대 게임으로부터 이를 찾을 수 없어 아쉬워 하던 그런 경험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일단 전통의 비디오 게임 업계에서는 코어 메커닉에 해당해 절대 누락할 수 없었던 전투를 배제한 채 그제 가상 세계를 구축해 놓으면 플레이어들이 모여 그 안에서 뭘 해도 좋고 뭘 하지 않아도 좋은 그런 뭔가 목적이 불확실한 가상 세계처럼 보였고 저런 세계라면 한때 마인크래프트에서 경험한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게다가 메타버스는 제품에 중립적이라고 알려진 데이터베이스 기술에 기반해 다른 제품으로부터 에셋을 가져와 마이그레이션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뒤에서 누군가 이 작업을 자동화 해 준다면 고객은 한 게임에서 다른 게임으로 쉽게 에셋을 이동 시켜 여러 제품으로부터 온 다양한 에셋이 공존하는 세계를 만들 계획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개념이 이전에 잘 정립되어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모두들 메타버스가 정확히 뭔지 정의하는데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언리얼 엔진 기반에 메타버스 구축을 도와주는 또 다른 미들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의 대표님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분들 역시 메타버스의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그들의 고객 - 메타버스 구축을 원하는 누군가 - 들이 상상하는 환경을 언리얼 엔진 기반으로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뿐인 것 같아 보였습니다. 사실 이곳에서는 실 사용 시나리오를 구축할 소위 테크니컬 디자이너를 찾고 있었는데 이 때는 대충 생각해봐도 이 제품이 있으나 없으나 기술이 부족한 사람들 관점에서 만들 수 있는 한계가 똑같아 보여 이야기 끝에 더 이상 진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쨌든 이 즈음에 확실한 것은 사람들이 그게 뭔지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메타버스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고 있고 이 기회를 노리는 플레이어들이 여럿 있으며 제가 상상하는 메타버스의 인상은 과거 마인크래프트에서 바크래프트를 플레이 했던 것과 비슷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세계가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생계와 경력을 걸고 회사를 옮겨 블록체인 기반의 상호운용성을 제공하는 메타버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서 권고사직에 설명한 여러 고민 끝에 메타버스는 그 세계를 사용할 확실한 이유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고객들이 이 가상 세계를 사용할 이유가 없으며 이는 가상 세계를 구축해 봐야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리라는 너무 당연한 결과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시점에도 이미 무료 게임 엔진 기반으로 한숨 외에는 나올 것이 없는 가상 세계를 만들어 - 그걸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면 - 정부의 메타버스 관련 사업 자금을 획득하는 플레이어들이 나타났지만 예상한 대로 이들은 돈을 받은 다음 이미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그리고 사용할 필요가 없는 아무 의미 없는 서비스를 즉시 방치했고 이들은 사용조차 불가능하게 변해 이후 여러 뉴스로부터 세금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의 비디오 게임 업계 방식의 접근을 통해 가상 세계를 플레이 할 이유를 게임을 바탕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실행했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저 적당히 만들어진 배경 에셋에 기반한 가상 세계에 여러 사람이 돌아다니며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그림과 영상을 통해 메타버스를 제안했고 꽤 오랜동안 이게 먹혔습니다.
한편 이 크립토 게이밍 업계에는 시장의 여러 메타버스 플레이어들이 메타버스가 동작하는 모습이라며 보여주는 뻔한 배경 에셋에 뻔한 캐릭터 에셋들이 머자다 각자의 행동을 하는 모습과 비슷한, 마치 저 위에 붙여 놓은 사이버펑크 2077에서 캐리 유로다인을 기다리는 동안 둘러본 파티 장면처럼 네트워킹 행사를 저런 분위기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우가 많았다기보다는 거의 전부 그랬는데 서로 다른 회사의 고위 의사결정자나 대표급들이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도 않는 시끄러운 장소에 모여 술을 조금 마시기도 하고 다른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며 서로 하는 일을 소개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탐색하곤 했습니다. 분명 시장의 여러 플레이어는 서로가 서로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또 어떤 투자는 그저 그 장소에 있던 다른 아는 사람을 통한 가벼운 소개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는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공간을 가득 채운 음악이 뭔지도 모르겠고 또 서로가 누군지도 모르며 서로 지금 누가 누구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잘 모르겠는 환경 안에서 다들 서로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열심히 명함을 주고 받고 또 가볍게 약식 피칭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그런 행동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암만 생각해도 거기 모인 사람들 대부분은 업계의 플레이어들이기는 했지만 그리 의미 있는 플레이어라고 보기는 어려웠고 서로 명함을 주고 받아도 결국 거의 고만고만한 연락처들일 때가 많았습니다. 가령 당시 가장 힙한 키워드 중 하나였던 메타버스를 만든다는 플레이어들 여러 명의 명함은 분명 네트워킹 장소에서는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술 안 마신 멀쩡한 정신으로 명함 하나하나를 확인하며 그냥 에코 챔버에서 큰 소리를 지르고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경험 끝에 왜 이들이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할 작정이라면서도 도무지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는 시끄럽고 어두운 장소에서, 또 제품을 만져볼 만한 흔한 컴퓨터나 프로젝터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장소만을 골라서 네트워킹을 하는지 고민해 보다가 이들의 공통점 한 가지를 떠올렸습니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 모두 뭔가를 개발할 작정이기는 했지만 실제 제품을 개발해 보여줄 수 있거나 개발 중인 현황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없거나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품에 대해 물으면 온갖 예쁜 말과 유명한 말, 그리고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 동원된 설명이 따라올 뿐 실제 제품 비슷한 것조차 볼 수 없었습니다. 만약 서로 보여줄 제품이 있었다면 이렇게 시끄럽고 정신없고 어두운 공간 보다는 제품을 잘 볼 수 있는 밝고 조용한 공간에 모여 서로의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보다 집중한 상태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요? 이들이 항상 어둡고 시끄럽고 정신없는 장소를 선택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어쩌면 예쁜 말 외에는 보일 것이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시간이 한참 지난 다음 사이버펑크 2077을 플레이 하며 캐리를 만나러 갔다가 문득 주변을 둘러보고 이 가상 세계의 가상 공간에서 일어나는 파티와 서로가 예쁜 말로 무장한 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빼면 이상적인 제품을 소개하던 장소를 겹쳐 봤습니다. 분명 아닐 거라고, 제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그 틀릴 것이 확실한 제 생각은 제품이 없기 때문에 파티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