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동기: 현대 MMO 디자인에 대한 갈증

현대 MMO 디자인은 과거와 비교해 좀 더 격리되어 있어 일종의 비 복잡계 문제화 되었습니다.

지원 동기: 현대 MMO 디자인에 대한 갈증

지난 주 38호오가는 리퍼쳌 속에 싹트는 카르마에서 이야기 드린 대로 여전히 구직 중입니다. 아무도 찾아 주시는 곳이 없어 이대로 게임 업계에서 경력이 끝나고 원하지 않는 이른 은퇴로 인해 널리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노인 빈곤의 늪으로 직행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던 권고사직 직후와는 조금 달리 그나마 저를 팔아 볼 곳이 아직 아예 없지는 않고 또 저에게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분들이 아예 안 계시지는 않다는 사실에 다행이기도 하고 또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번은 급한 마음에 제 상황을 곳곳에 알렸는데 ‘마음고생이 좀 될 것 같다’는 말씀을 듣고 순간 마음이 찡했습니다. 정말 잘 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와 프로젝트에 속해 일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또 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파악하지 않아 정보에 둔감해지는데 이번에 여러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하고 또 모르는 분들과도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할 일이 생기며 그동안 잘 생각하지 않던 질문을 받아 생각해볼 기회도 생기고 또 시장에 이전과는 꽤 다른 움직임이 근미래에 가시화 될 것 같은 분위기도 느껴져 흥미롭습니다. 기본적으로 제출처 마다 다른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문서를 작성하며 반성할 기회가 될 뿐 아니라 무엇을 위해 게임을 만드는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성취하고 싶은가 같은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생각해야 의미 있는 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질문은 인터뷰 자리에서 받으면 어느 정도 순발력을 요구하는 속성을 가지지만 인터뷰 상황이 아니라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일하며 한번쯤 시간을 들여 생각해볼 만한 주제로 속성이 바뀜입니다. 그래서 인터뷰 자리에서는 일단 순발력을 발휘해 답한 다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달리는 지하철 안에 서서 곰곰이 한참 전에 받은 질문을 생각해보는데 위에 소개한 글들이 그렇게 지하철에서 이미 지나간 인터뷰 때 받은 질문을 좀 더 생각해본 결과입니다.

이번 주에는 다른 자리에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번에도 서로 이야기를 해 보면 과거에 연결되는 구간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 당장은 서로 만나본 적 없는 분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고 또 이전에는 받은 적 없는 질문을 이전에 받아본 적 있는 모양으로 받아 이번에도 순발력을 발휘해 답하면서도 이 질문은 또 다시 이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한번 생각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문은 여느 경력 인터뷰에 나오는 질문의 모양과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금 하던 일 이후 인터뷰 중인 이 프로젝트에 지원하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마침 그 직전에 다른 MMO 게임을 한참 개발하다가 다른 곳으로 이직한 이유를 설명하고 난 다음이어서 이전에 답했던 맥락에 이어서 답할 수 있었습니다.

이 두 번의 이직은 서로 다른 시점에 일어났지만 양쪽 모두 같은 이유로 이직을 결정했습니다. 업계에서 일하며 시간이 흐르고 보니 처음에 함께 일을 시작하셨던 분들 중 상당수가 더 이상 업계에 남아 계시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연락이 안 되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아예 다른 일을 하고 계시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런 분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 저 역시 업계에서 더 이상 자리를 찾을 수 없어 원하지 않는 업종 전환을 겪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좀 쓸쓸하기도 하고 또 무섭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온 방법 외에 어떤 다른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일종의 직업 철학 한 가지를 가지게 됐는데 시간이 흐르며 시장 상황에 따라 환경은 끝없이 변하며 업계는 여기에 적응하거나 선제 대응할 수 있는데 이런 변화 과정에서 그 중심에 서 있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만약 그러기 어렵다면 적어도 변화가 일어나는 그 근처에라도 서 있어야 변화를 따르고 또 업계에서 자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바일 환경이 널리 퍼질 때 이 기회를 찾아 자리를 옮겼고 또 최근에는 시장을 잠깐 동안 아주 시끄럽게 만들었던 버즈워드를 따라 자리를 옮겼다가 큰 실패를 겪었습니다.

사실 가끔 이런 행동에 대해 후회할 때도 있습니다. 이력서 상으로 종종 잦은 이직으로 조직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고 또 일 한 기간에 비해 런칭에 성공한 프로젝트 수가 많지 않아 좀 문제가 있어 보일 수 있습니다. 오래 전에 제 이력서를 보신 어느 PD님께서는 ‘이건 불운한 이력서다’라고 평하신 적도 있는데 저 역시 제 직업 생활이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 동의합니다. 한 회사, 한 프로젝트에서 아주 오랫동안 일하며 여러 경험을 할 수 있고 역사적으로 그런 근무 형태가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 받아 왔습니다. `이제 평생 고용 개념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지만 개념이 사라졌을 적어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직장이 먼저 사람을 내치지 않는 한 직장에 최선을 다하는 형태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아 제 경우는 종종 좋지 않은 평가를 받습니다. 게다가 게임디자인은 테크나 아트와 달리 업무 결과로써 직접 보일 수 있는 결과물이 모호하기 때문에 이직 자체가 어렵고 또 매 이직마다 완전히 바닥부터 신뢰 관계를 완전히 재구축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항상 굉장히 고통스럽습니다.

이런 입장에서 이번 인터뷰의 지원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크게 세 가지 답변을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이전 회사로부터 권고사직한 상태여서 다음 직장을 구하는 도중 이 구인 공고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날 때마다 타임라인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인터뷰에서 왜 이미 이력서에 적힌 내용을 다시 이야기하는 자기소개 절차가 있는지, 또 자본주의 사회의 생활인으로써 생계를 위해 직업을 구할 것이 뻔한데도 왜 매번 지원 동기를 묻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와도 비슷합니다. 사실 제 자신도 구인을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별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습관적으로 자기소개를 요구하고 또 종종 안 묻기도 하지만 또 어느 때는 지원 동기를 묻기도 했는데 지원 동기는 몰라도 솔직히 자기소개는 이를 요구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만약 인터뷰를 저 혼자 진행한다면 자기소개를 요구하지 않지만 다른 분들과 함께 진행해야 하는 경우 이 분들은 지원자님의 이력서를 잘 확인하지 않고 면접에 오시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심지어는 면접 직전에 인사 부서에서 건네 주신 이력서를 들고 부랴부랴 들어오신 경우도 왕왕 있었는데 자기소개를 요구하는 이유는 일단 지원자님께 말을 시켜 시간을 번 다음 고개를 숙여 재빨리 문서를 훑을 시간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어쨌든 지원 동기를 묻는 질문에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 첫 번째 답변을 할 수는 없습니다.

두 번째는 지인으로부터 이 자리를 소개 받았기 때문인데 만약 소개를 받지 않았다면 이 자리의 존재 자체를 알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구직 할 때 게임 쪽은 주로 게임 쪽 구인 공고를 올리는데 널리 사용하는 서드파티 서비스를 활용하지만 업계의 모든 공고가 그 서비스에 올라온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회사에 따라 자체 구인 공고 및 입사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몇몇은 자사 시스템과 서드파티 서비스 양쪽 모두에 같은 공고를 올리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습니다. 이 경우 회사 웹사이트에 찾아가 구인 공고를 하나하나 살펴봐야 하는데 이 경우 구인 공고가 널리 노출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제목에 나타난 키워드를 살펴보며 수많은 구인 공고를 빠르게 살펴보는 상황에서 자신과 꽤 잘 맞아 보이는 구인 공고를 빠뜨리고 지나가기도 쉬워 특정 구인 공고가 이 공고를 원하는 구직자에게 노출되어 지원으로 연결되는 것은 사실 여러 가지 운이 작용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인을 통해 자리를 소개 받으면 이미 저를 아는 분과 그 분으로부터 연결되는 프로젝트 내부 인원 사이에 기본적인 리퍼쳌을 통해 최소한의 필터링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적당한 사람에게 구인 공고 노출이 이루어져 운에 의한 결과를 의도를 가진 행동의 결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첫 번째 답변은 이전에 함께 일했던 지인의 소개를 통해 이 자리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답변합니다.

세 번째 이유가 아마 질문을 하신 분이 저를 통해 듣기를 원하신 제 의견이었을 것 같은데 MMO 게임 프로젝트를 반복함에 따라 현대 MMO 게임 디자인에 염증을 느껴 왔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그런 염증에 도전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여러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력을 시작하던 시대의 MMO를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도대체 무슨 깡으로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요소들이 있습니다. 가령 아무렇지도 않게 플레이어들 사이에 자원 교환을 허용했고 또 게임 내 경제시스템에 별다른 격리 요소가 없었습니다. 이는 가상 세계를 만들어 운영한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 시간이 지나며 닫힌 경제에서 경제 규모가 늘어나거나 줄어들며 일어나는 여러 상황에 대처할 안전 장치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게임 전체에 유통되는 화폐가 골드 단 한 종류일 때가 있었는데 이는 당연히 개발자들 잘못이지만 게임 어딘가가 고장 나 골드 유통량이 늘어나면 이 골드는 개인 간 거래 기능을 통해 순식간에 게임 전체에 퍼져 게임 경제를 완전히 망가렸습니다. 이 시대에는 다행히 모두가 월 이용요금을 지불하던 시대여서 문제를 해결한 다음 소위 백섭을 할 수 있어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망가진 경제를 안고 가거나 심지어 서비스를 종료해야 할만큼 치명적이었습니다.

성장에 영향을 주는 장비 아이템을 처음에는 상점에서 팔다가 제작을 통해 얻는 방식으로 바뀌어 간 이유, 그리고 후자로부터 상위 장비를 얻도록 하는 이유 역시 상점에서 직접 다양한 화폐단위를 요구하기 이전에 상위 장비를 얻기 위해 골드 이외의 다양한 재화를 요구하기 위해입니다. 만약 최상위 장비를 상점에서 골드로 직접 판매한다면 이 장비가 게임 전체에 퍼져 다양한 상황에 상호작용하는 모든 상황을 검토해야만 합니다. 전통의 방법으로 레벨 제한을 걸 수도 있겠지만 이미 서비스 한지 시간이 흘러 어지간한 레벨 제한으로는 게임에 이 최상위 장비가 널리 퍼지지 않도록 통제하기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장비를 상점에서 팔지 않고 특정 던전에서 낮은 확률로 나오는 재료를 사용한 제작을 통해서 획득하게 만들면 심지어 레벨 제한을 하지 않아도 이 장비가 게임의 모든 요소에 상호작용하는 온갖 상황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가상 세계가 실제 세계의 경험에 기반하지 않은 귀속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상위 컨텐츠와 이를 지탱하는 상위 성장요소들이 게임 전체에 퍼져 상호작용을 일으켜 게임을 망가뜨리지 않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며 재료 아이템 모양을 통해 현대와 비교하면 소극적으로 상위 성장요소에 다양한 재료를 요구하던 모양에서 본격적으로 한 게임에 여러 화폐단위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화폐단위가 게임에 등장해도 과연 고객들이 이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고 만드는 입장에서도 자신이 없었기에 조금씩 화폐단위 수를 늘려 갑니다. 처음에는 인게임 화폐단위인 골드, 유료 결제 화폐단위인 다이아로 시작해 같은 다이아라도 직접 구입한 유료 다이아와 인게임에서 보상으로 지급한 무료 다이아를 구분하고 여러 보석 이름을 가져와 게임 내 여러 시스템으로부터 획득하는 보상을 나눕니다. 화폐단위 종류가 늘어나자 게임 경제를 설계하는 입장에서 가장 편해진 점은 게임 내 특정 컨텐츠 보상이 고장나거나 컨텐츠 설계가 잘못되어 예상하지 않은 양의 보상이 집행되더라도 이 보상은 특정 화폐단위로 제한되어 문제가 게임 전체로 퍼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 화폐단위가 다른 단위로 교환되는 방식으로 게임에 퍼질 수 있지만 이 경우 이 화폐가 다른 화폐로 전환되는 부분의 동작을 일시적으로 멈춘 다음 서비스 전체를 중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를 계속해서 이어 갈 수 있습니다.

또 화폐단위 종류를 늘리고 이들 사이의 교환을 통제하면 성장의 각 지점에서 플레이어에게 보상을 훨씬 충분히 주면서도 게임 전체에 인플레이션이 훨씬 느리게 일어나도록 만들거나 심지어 이 보상이 인플레이션에 연결되지 않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초반에는 주로 첫 번째 인게임 화폐단위인 골드가 성장에 요구하는 핵심 자원인데 이 때 골드를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이 지급하더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골드를 필요보다 훨씬 넉넉하게 지급해 성장에 골드를 사용하고 나서도 골드가 쌓여 있는 상태로 만들 수 있는데 이 자체가 게임을 플레이 할, 그리고 게임에 돌아올 동기를 만들며 게임을 진행해 감에 따라 숫자가 쌓이는 모양을 보여줄 수 있어 고객이 만족하게 할 수 있습니다. 성장을 계속하다 보면 서서히 골드를 요구하는 비율이 줄어들고 다른 화폐를 요구해 이 플레이어 관점에서는 골드의 효용이 줄어들고 이를 마땅히 게임 내 다른 장소로 이동 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초반에 충분히 좋은 경험을 주면서도 기분 나쁜 하수구 메커닉을 곧이곧대로 만들 필요가 없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편하고 게임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기분이 덜 나쁩니다. 이렇게 쌓인 골드는 나중에 이벤트 형식으로 회수하곤 하는데 이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별도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이런 설계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MMO 게임은 이전과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내부는 이전보다 훨씬 잘게 격리된 작은 경제의 집합 모양으로 변했습니다. MMO 게임을 개발한다고 하면 수많은 구성요소가 직간접적으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생기는 온갖 문제와 예외상황에 대비해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한 메커닉을 추가하고 싶어도 온갖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한마디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하지만 현대에 가까워지며 게임 내 여러 메커닉은 경제적으로 서로 격리되어 있을 때가 많아 이전에 비해 경제적인 관점을 제외하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면서도 게임 내 여러 메커닉이 직접적으로 상호작용 하지 않기 때문에 이전에 비해 설계 난이도는 훨씬 낮아집니다. 또 MMO 장르이면서도 플레이어 개개인의 경험에 추점을 맞춘 풍부한 싱글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초기 MMO 게임이 시작하자 마자 플레이어를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첫 번째 마을 한 복판에 던져 놓고 알아서 하라고 하는데 비해 현대의 MMO 게임은 처음으로 실제 플레이어를 만날 때까지 훨씬 긴 시간이 걸립니다. 또 주변에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이더라도 이들 사이에 상호작용을 요구하는 플레이가 줄어들어 이들이 사실상 서로의 배경 역할을 할 뿐 오래 전 MMO로부터 겪을 수 있던 상호작용에 의한 예상하지 못한 플레이를 겪을 일이 거의 없어집니다.

한동안은 업계의 어느 회사가 신규 MMO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하면 일단 한숨부터 쉬며 정말 만만치 않은 장르인데 왜 하필 처음부터 난이도가 높은 MMO 장르를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MMO 장르를 설계하는 일은 시간이 지날 수록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아지기 시작했고 몇몇 거대한 경제적 성과를 달성한 게임이 나타나고 업계 전체가 이 비즈니스 모델을 복제한 게임을 출시해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기에 이르자 MMO 장르는 이전에 비해 구성요소들 사이에 상호작용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경제적 관점에서 수많은 시스템 역시 서로 철저히 격리되어 서로 상호작용 하지 않는 모양이 되었습니다. 한때 MMO 게임 설계를 감히 일종의 복잡계 문제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제하기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예상하지 못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허용함으로써 게임에 다양한 상황이 일어났고 이들 중 일부는 고객과 개발자들 모두에게 영감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대 MMO 장르는 겉모양이 MMO이지만 게임 내부는 주의 깊게 설계한 격리된 구획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각 메커닉은 서로 다른 다양한 경험과 보상을 주지만 이들은 게임 상에서 절대 의도하지 않은 영역으로 유출되지 않습니다. 상위 성장 요소가 갑자기 게임 초반에 나타나 초반 경험을 완전히 망가뜨리지도 않고 새로 출시한 최상의 장비가 이 장비가 사용되어서는 안되는 던전에 유입되어 던전 경험을 망가뜨리지도 않게 됩니다. 이런 격리 단계는 여러 화폐단위로 분산되고 또 앞에서 설명한 제작 메커닉과 합쳐져 게임 상에서 격리 구획을 인지하기 상당히 어렵게 만들어 복잡한 격리를 거치면서도 자연스럽게 이 과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현대의 MMO은 크게 경제적 격리 축과 서로 다른 부분을 플레이 하는 플레이어들의 축이 만드는 이차원 격자로 구분되어 오직 같은 격자에 속하는 플레이어들만이 서로에게 상호작용이 허용되어 있는 상태의 세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격자의 각 칸마다 가상 세계의 여러 장소가 대응되므로 이전에 비해 세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있더라도 이들과 자유롭게 상호작용 하기는 이전에 비해 훨씬 어려워졌고 개인적으로는 이 상태가 일종의 싱글플레이화 및 비 복잡계 문제화 된 상태라고 정의합니다.

자. 다시 구직 인터뷰가 진행 중인 1번 회의실에서 지원 동기를 묻는 질문에 답하던 자신으로 돌아가 질문에 답해 보면 MMO 장르를 여러 번 개발하며 가상 세계를 개발하는 일은 과거의 복잡계 문제에 가까운 형태에서 현재의 경제적 격리 축 및 각기 다른 부분을 플레이 하는 플레이어 축으로 구분된 훨씬 간단한 문제의 집합을 해결하는 문제로 바뀌어 설계에 용이해졌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설계하는 업무의 재미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이 프로젝트는 마치 과거 MMO를 설계하는 문제를 감히 복잡계 문제에 비교할 여지라도 있던 시대에 게임이 온갖 시스템으로 구성되며 이들이 서로 예상하기 쉽지 않은 방법으로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게임을 망가뜨리지 않는 범위 안에서 허용하는 가운데 창발적인 플레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그런 가상 세계를 설계하고 고객들이 게임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예상하지 못한 경험을 하기를 허용하면서도 게임이 망가지지 않게 하기 위한 설계는 분명 고통스러울 것이 분명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 이를 해결하는 과정 역시 결코 만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게임을 설계하는 일을 직접으로 삼아 짧지 않은 기간에 걸쳐 일해 온 사람 입장에서 이런 재미의 가능성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인터뷰는 종료됐고 아직 결과는 모릅니다. 솔직하게 제 이야기를 털어놨지만 그런 제 모습이 구인 하시는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보였을지 부정적으로 보였을지 저로써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인터뷰 결과에 따라 이를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만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인터뷰를 통해 한 회사와 한 프로젝트에 속해 시야가 좁아져 있을 때는 보통 거의 생각하지 않는 종류의 질문을 받아 인터뷰 자리에서는 순발력을 발휘해 대응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본격적으로 이 질문에 대한 생각을 해 보며 처음 만나는 다양한 분들과 만나 들어본 적 없는 질문을 받는 이 과정이 지금의 저에게 여러 가지로 에너지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너무 급하지 않으며 또 신중하게 다음 프로젝트를 선택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력을 너무 많이 소모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 과정을 마무리하고 다양한 질문을 받으며 생각하는 단계를 넘어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39호에도 다른 다섯 가지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4D 마인스위퍼의 이해
이전에 했던 게임 5D Chess는 이 게임 이전과 이후에 제 생각을 완전히 달리 만들었습니다. 이번에 새로 접한 4D Minesweeper는 사건을 시각적으로 생각할 때 문제가 될 수 있음의 의미를 깨닿게 해 주었습니다.
세이브배달은 배달원에게 이익인가?
음식 배달 앱의 주문 옵션 중 하나인 세이브 배달은 분명 단위 시간 동안 수익을 올려 주지만 동시에 업무 난이도를 함께 올려 모든 측면에서 이익은 아닐 수 있습니다.
글쓰기의 효과는 과대평가되었을 수 있다
여러 매체로부터 글쓰기에 여러 큰 의미가 있다는 의견을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신경망 관점에서 깊이가 얕은 문제일 뿐 아니라 실제로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라이트세일에 구축한 퍼포스 서버 사용기
라이트세일에 퍼포스 서버를 구축한다면 꼭 별도 스토리지를 붙인 다음 그 위치에 구축하세요. 그리고 퍼포스는 파일시스템에 파일을 직접 저장하니 다국어 환경에서는 무조건 유니코드 지원 설정을 켜야 합니다.
트위터로부터 일어나는 반사이익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액티비티펍 네트워크는 기술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고 편안히 이야기하기에는 위험하며 확장에 필수적인 기능들이 누락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트위터 사용자들은 절대 습관을 바꾸지 않기 때문에 액티비티펍 사용자가 늘어날 수 없습니다.

요즘은 여러 프로젝트에 면접을 다니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내는 오늘 오전에도 면접 일정이 있습니다. 덕분에 보내기 전에 오타도 못 고치고 보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읽고 계실 시점이 아직 금요일 오전이라면 저는 이 글 맨 위에 있는 그림처럼 어딘가의 회의실에 앉아 여러 질문을 받고 또 순발력을 발휘해 답하고 있을 겁니다. 만약 금요일 오후라면 또 면접으로부터 뭔가 생각해볼 만한 질문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 서서 생각해 보고 있을른지도 모릅니다. 부디 너무 망하지는 않기를 바래봅니다. :)

그럼 또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