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글 흥행 순위
2023년 1월부터 12월 초까지 가장 많이 조회된 글 상위 15개를 살펴봤습니다.
이 글을 타이핑 하는 지금은 2023년 겨울입니다. 정확히는 12월 2일 토요일인데요. 대략 작년 여름부터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 어느 하루는 긴 시간에 걸쳐 여러 주제로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개인적으로는 ‘글 쓰는 날’이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보다 짧은 분량으로 하루 동안 열 가지 서로 다른 주제로 글을 만들다가 지금은 약간 더 분량을 늘리고 주제 수를 줄여 하루 동안 다섯 가지 서로 다른 주제로 글을 만들고 있습니다. 글을 쓴다고 해서 돈이 생기지도 않고 또 이 시간에 운동을 한다든가 책을 읽는다든가 하는 다른 활동을 할 여지가 충분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글을 쓰며 생각을 하고 이 생각을 글을 통해 정리하고 또 글을 안 썼으면 안 해봤을 생각을 미리 해봤다가 글을 쓴 시점으로부터 미래에 이 생각을 근거로 한 말을 능숙하게 하는 경험을 하며 이 시간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동안은 글을 쓰는 족족 블로그에 공개하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달력에 글을 쓸 때마다 등록한 다음 이 순서에 따라 글을 공유하고 있는데 바빠서 엑스나 마스토돈에 글을 하나도 못 쓰는 날에도 자동으로 글 하나는 올라가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글을 쓰는 시점과 이 글이 달력을 통해 공유되는 시점 사이에 이제 1년 넘는 시차가 있어 오래 전에 스스로 쓴 글을 1년 후 자신이 다시 읽어보고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어 그 사이에 변한 생각을 바탕으로 다시 작성한 새 글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나름 생각을 공유하고 미래에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을 고쳐 가는 과정이 나쁘지 않아 이 습관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어느 날부터 어떤 이유로 글을 쓰지 못하더라도 글을 연속으로 1년 넘게 쓰지 않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은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아무도 알지 못할 테니 이 역시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올해 2023년 4월 말부터 그 주에 작성한 글을 뉴스레터 형식으로 묶어 공유하기 시작했는데요. 사실 이 글들은 뉴스도 아니고 레터도 아니지만 등록해 주신 분들에 한해 글 전체를 공유하는 특징 딱 하나만은 뉴스레터와 같다고 생각해 뉴스레터라고 부르고 있는데 4월 30일에 시작한 1호 혹시 거기 계시면 제게 알려주세요부터 오늘 현재 32호인 PvP는 정말 저렴한가? 의사결정 따라잡기까지 발송된 상태입니다. 사실 별 것 없는 글을 읽는데 굳이 로그인을 요구해야 할지 한동안 고민했지만 엑스(구 트위터)의 사례로 미루어 스스로 독자 층을 구축하지 않으면 독자분들께 글을 유통하기 위해 의존하는 네트워크의 규칙이 크게 변할 때 대응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독자분들께 글을 유통하는 독자적인 방식 구축을 시도해 보기로 한 결과가 현재의 뉴스레터입니다.
자. 그건 그렇고 이제 12월이니 비슷하게 블로그에 글을 쓰시는 여러 분들이 연말에 여러 주제에 대한 회고를 하실텐데 그럴 때 동시에 회고 글을 올려 대면 서로 너무 많이 겹치지 않을까 싶고 또 모든 회고를 연말 동안 한번에 하는 것도 썩 좋지는 않을 것 같아 12월이 된 마당에 다른 주제에 걸쳐 조금씩 회고를 해 보기로 했습니다. 글 제목은 '2023년도 글 흥행 순위'이기는 하지만 실상은 2022년 글쓰기 회고와 비슷한 속성이 될 것 같습니다. 대신 어차피 글은 계속해서 쓸 테니 그런 이야기는 그만 하고 올해 시작부터 지금까지 공개한 글 중에서 더 많이 읽힌 글들을 소개하고 글을 쓰게 된 맥락과 현재 상태 등을 조금 더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구글 애널리틱스에 기록된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이 읽힌 글 열 다섯 개를 뽑아 봤습니다. 시작합니다.
먼저 15위는 블루스카이 서비스가 별로 잘 되지 않으리라 예상한 '트위터 대안 분산 서비스에 대한 회의적 의견'입니다. 이 즈음부터 그때까지 알고 있던 여러 정보와 생각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한 다음 나중에 가서 다른 소리 하지 않도록 글로 만들어 놨다가 미래에 그 예측이 옳았는지 알아보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는데 블루스카이가 잘 되지 않으리라는 것 역시 그런 예측이었습니다. 분산 서비스라는 그 특징 자체 때문에 블루스카이는 생각보다 널리 퍼지지 못하리라는 이야기를 했고 2023년 겨울 현재 블루스카이는 물론 사용자들이 있지만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또 비슷한 분산 환경에서 동작하는 액티비티펍 네트워크 역시 그 높은 진입 장벽과 반 영속적이지 않은 서비스 때문에 새로운 사용자가 진입하기는 아주 어려운 상태입니다. 엑스(구 트위터)에 여러 가지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익숙함을 대신하기에 분산 서비스는 별로 의미 있는 접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4위는 오픈월드 게임을 플레이 하다가 게임을 끝낼 때 그 자리에서 저장할 수 있음에도 굳이 탈것을 타고 거점으로 돌아와 저장한 다음 게임을 끝내는 ‘세계를 잠시 떠나는 의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픈월드 게임은 그 게임의 완성도 이전에 그 게임 속 세계의 규칙에 제가 얼마나 동의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재미가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덜떨어진 NPC들이 활보하는 세계라도 제가 그 세계를 인정하고 그 세계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기로 마음 먹으면 그런 오픈월드라도 꽤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었는데 마침 이 때 플레이 하던 파크라이 6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13위는 '개인 위키에 컨플루언스 추천해요'. 세상에 다른 좋은 메모 도구들이 널렸는데 굳이 위키 모양의 도구를 사용하고 또 그 위키 중에서도 좋은 위키가 널렸는데 굳이 주로 기업에서 비공개 문서 관리 도구로 많아 사용되는 컨플루언스 위키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면서 이 도구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할 뿐 아니라 혼자 사용하기에도 훌륭하다는 점을 소개했습니다. 한 달에 10달러 남짓 한 돈을 내야 해서 저렴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매일매일 만들고 연결하는 페이지 수가 많고 또 이런 페이지에 여러 미디어를 업로드 해야 한다면 컨플루언스 만한 선택이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게임을 만들다 보니 페이지에 스크린샷이나 영상을 포함할 때가 많은데 이런 사용 시나리오를 단단히 버텨 주는 ‘위키’는 굉장히 드문 것 같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사용해 온 여러 위키 중에서 컨플루언스를 가장 오래 사용해 오고 있고 앞으로도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12위는 딱 10년 전에 이 프로젝트가 향후 몇 년 안에 출시 단계에 도달하기는 어렵겠다고 판단하고 팀을 떠났는데 그 후 딱 10년이 흐른 다음 드디어 런칭 단계에 도달한 이전에 참여했던 그 게임을 바라보며 오랜 세월에 걸쳐 불굴의 의지로 프로젝트를 끝까지 이끌어 온 분들에 대한 존경을 느낀 '10년의 밤'입니다.
지금까지 커리어를 돌아 보면 몇몇 프로젝트는 그 끝을 안 본 채로 프로젝트에서 하차했는데 이는 마치 카지노 라이크 - 1.5년 정리에 처음으로 사용한 표현인 ‘목성에 충돌’할 거라고 미리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목성은 너무나 거대해서 동력을 상실한 우리들이 중력에 이끌려 서서히 나선을 그리며 목성에 빨려 들어갈 거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목성과의 거리는 아직 너무나 멀어서 앞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목성과 충돌하지 않으리라는 사실 역시 자명합니다. 하지만 한 프로젝트에서 앞으로 수 년에 걸친 시간을 쏟으며 불확실한 런칭에 걸 것인지 아니면 비슷하게 불확실하지만 다른 기회를 찾아 나설지 고민하는 일은 그때나 지금이나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10년 전 저는 프로젝트가 결국 런칭 하지 못하리라 생각했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그 프로젝트는 당당히 런칭 하고 있고 불굴의 의지로 여기까지 프로젝트를 이끌어 온 모든 분들은 그에 걸맞는 깊은 존경을 받아 마땅합니다.
11위는 '회사에서 개인의 성장'인데 타임라인에 회사에서 개개인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비교하며 어떤 경우가 더 나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회사와 개인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본 것입니다.
큰 회사에서는 단단한 커리큘럼을 준비해 놓고 해마다 직원들이 교육을 이수하며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또 도서관에 책을 잔뜩 쌓아 놓고 자유롭게 빌려 볼 수도 있었는데 이 때 재미있는 책을 많이 읽었고 또 평소 같으면 구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책들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무슨 리더십 워크샵 같은 곳에서나 할 법한 교육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그 때는 일도 바빠 죽겠는데 이런 걸 해야 하냐며 귀찮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회사의 의도 대로 시야를 넓히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회사에서 개인의 성장은 회사가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스스로 업무를 통해 성장해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회사에서 제공하는 교육은 업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기 어렵고 이는 교육에 의해 개인이 성장했다 하더라도 서류를 통해 그 다음 기회에 스스로를 증명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10위는 이전에 참여했던 어떤 '프로젝트가 터지던 날'을 묘사한 것입니다. 이전에 이야기했던 한 PD님은 제 이력서를 보고 ‘불운한 이력서’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여러 굵직한 기회를 얻었지만 기회가 성공적인 결말로 이어지지 못하고 여러 이유로 중간에 끝난 이력이 여러 개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는 런칭과 라이브 단계에 도달해 온전한 성장의 기회를 얻은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이 결과가 개인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반대로 개인의 잘못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도 없어 이런 이력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하면서도 프로젝트가 터지는 경험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별로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런칭하고 고객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9위는 회사 워크샵 계획에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한낮에 실외에서 족구를 하자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보고 이를 가만 놔두고 족구를 하는 동안 적당히 건물이나 자동차 어딘가에 짱박혀 있다가 끝난 다음에 나타나 나쁜 사람이 되지도 않고 또 하기 싫은 일을 하지도 않는 두 가지 목적 모두를 달성할지 아니면 이런 시대착오적이고 비인간적이며 워크샵의 속성과 구성원들의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바보 같은 결정에 대항할 것인지 고민한 끝에 '족구하느니 퇴사합니다'라고 선언한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 계획이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이 계획을 수립한 사람의 생각 없음, 사려 깊지 않음, 실상을 고려하지 않음, 스스로는 액티비티에 참여할 계획이 없었음 등등 온갖 어처구니 없는 점을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저 지경이 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저 지경이 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할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마 제목이 꽤 공격적이어서 많이 읽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8위는 지난 경험을 미화하는 여러 행동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적은 ‘과거 경험 미화를 경계하기’ 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현대의 사회 현상이나 미디어를 보며 이전 시대의 같은 것이 더 나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할 때가 있다기 보다는 훨씬 더 자주 그런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과거의 경험이 현대의 그것 보다 더 나았는지 생각해 보곤 합니다. 어쩌면 이런 평가를 쉽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성장기에 인생에 가장 먼저 접한 어떤 경험이 그 개인의 인생에서는 가장 훌륭한 경험이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어떤 게임을 하며 정말 인생을 바꿀 뽕 맞은 경험을 했다면 실상 그 게임이 당시 썩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더라도 이 경험을 평생에 걸쳐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지만 그런 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의 편향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7위는 ‘기획서 작성에서 외부 팀 리뷰 과정의 의미’인데 프로젝트에 따라 종종 기획팀에서 작성한 기획서를 협업 부서에 리뷰할 때 이 상태가 폭포수 모양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획서를 통해 요구사항이 협업 부서로 전달이 끝난 상태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기획팀 안에서 컨펌 단계가 복잡할 경우 컨펌된 기획서 내용 대부분은 이미 기획팀 내에서 확정되어 바꿀 수 없는 상태일 때가 있는데 이 때 협업 부서와 리뷰를 하면 기획팀의 이런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리뷰 과정에서 여러 요소를 말 한 마디로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좋은 의견’을 받아들이느라 기획서를 작성하고 리뷰하는 개인의 정신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만약 기획팀 단계에서 단단한 컨펌 단계를 거쳐 기획팀 밖으로 문서가 나갈 때 바꿀 수 있는 것이 없거나 거의 없다면 이 규칙을 프로젝트 전체에 미리 공유해 리뷰 때 불가능한 변경사항을 말하며 이를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협업 부서들의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체계가 아니라면 리뷰 단계는 일종의 킥오프로 기획팀의 ‘초안’ 수준의 의견을 공유하고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여 수정할 수 있는 상태임을 역시 모두가 공유한 상태에서 리뷰를 진행해야 합니다.
6위는 몇 년 동안 듀오링고를 하루도 빠짐 없이 하다가 스픽으로 넘어오면서 실수에 전혀 관대하지 않은 스픽의 연속 학습 판정 덕분에 여러 번 연속 학습이 끊기며 오히려 연속 학습을 유지할 동기를 상실했다는 내용입니다. 결국 저 때 이후 스픽을 1년 더 연장했지만 이번에도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학습을 시작하더라도 학습을 종료하는 시각이 자정을 넘기면 연속 학습이 끊기며 이를 복구할 방법을 제공하지 않는 경험을 여러 번 더 반복하다가 결국 동기를 상실하고 가을 즈음 부터는 더 이상 학습을 아예 하지 않게 됐습니다. 이미 학습 하고 있지 않으니 내년에는 스픽을 연장하지 않을 작정인데 듀오링고에서 실수로 연속 학습을 빼먹더라도 이 실수를 만회할 방법을 명시적으로 제공하는데 비해 스픽의 실수를 만회하는 방식은 명시적이지도 않아 오히려 학습 동기를 없애는 역할을 했습니다.
5위는 뉴스레터 글이 아니어서 뺄까 하다가 이것도 나름 웃기다 싶어 순위에 넣은 ‘제게 커피 한 잔 사 주시겠어요?’입니다. 글을 쓰는 행동은 제 취미이고 또 주의력이 부족한 사람의 일상 기록 방법이이기도 합니다. 미리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해 두면 미래에 이 생각을 말해야 할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기도 합니다.
한편 제가 겪은 경험과 제가 한 생각을 글로 만들어 올리는 데 까지는 취미이지만 이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같은 장소에 계속해서 유지하는 데는 어쩔 수 없이 돈이 들어갑니다. 이 비용은 가계부에 여가 비용으로 기록하지만 만약에, 혹시 공개한 글이 읽으시는 분들께 어떤 영감을 드리는데 성공했다면 커피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을까 싶어 온라인으로 커피를 사 주실 수 있는 방법을 만든 다음 이를 소개해 봤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사 주신 커피를 모아 보니 호스팅을 유지할 만큼은 아니지만 도메인을 유지할 만큼은 되어 도메인을 연장하는데 사용할 작정입니다. 그렇다면 커피를 사 마시라고 준 돈으로 커피는 안 마시고 다른 용도로 돈을 사용하겠다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실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커피는 제 돈으로 마시고 있습니다. :)
4위는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의 일정 예측에 대한 의견'인데 일하며 항상 ‘지금 개발 진행률은 몇 퍼센트’인지, 또 '이번 주 언제 개발이 완료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들을 때마다 항상 답답한 느낌을 받아 왔습니다. 어떤 상태를 개발 완료라고 정의해야 할 지, 또 현재 상태를 ‘진행률’이라는 어떤 숫자 하나로 어떻게 표시해야 할 지 암만 생각해도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온갖 개발 진행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고위 의사결정자 입장에서는 모든 기능의 개발 완료된 상태의 정의와 그 정의와 현재 상태를 비교한 너절한 문장을 하나하나 읽으며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생각한 끝에 어쩌면 소프트웨어 개발 일정은 진행률과 완료 일자 대신 완료 일자와 그 일자에 완료될 확률을 포함한 일종의 분포 모양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글에서는 표준분포라고 말했지만 나중에 푸아송 분포가 더 올바르지 않느냐는 의견을 들었고 동의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방법으로 고위 의사결정자에게 보고하려는 시도를 해 본 적은 없습니다.
3위는 위에서 분명 ‘개인 위키에 컨플루언스 추천해요’라고 말해 놓고 난데없이 ‘내가 컨플루언스를 싫어하는 이유’를 적은 것입니다. 이 역시 제목이 약간 공격적이어서 많이 읽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오랜 기간에 걸쳐 컨플루언스를 핵심 기록 도구로 사용하며 큰 도움을 받고 있지만 컨플루언스의 모든 면에 만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마음에 안 드는 온갖 지점들이 나타나며 이런 부분에 대한 수정 계획이 앞으로 한동안은 없음을 로드맵을 통해 확인하고 낙담하기를 반복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옮길 만한 제품이 있는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다만 글을 작성하던 작년 여름에는 노션에 있는 데이터베이스 기능이 컨플루언스에는 없었지만 지금 이 순위를 작성하는 2023년 겨울 현재 컨플루언스에도 데이터베이스 기능이 있어 이 점은 확실히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컨플루언스 데이터베이스와 오토메이션은 연동되어야만 한다'는 주장은 노션에는 처음부터 데이터베이스가 오토메이션에 연동되어 있었지만 컨플루언스는 여전히 오토메이션에 데이터베이스가 연동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처음에는 컨플루언스 오토메이션을 통해 컨플루언스 데이터베이스에 값을 기록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데이터베이스를 대체할 원대한 계획을 가졌지만 결국 자동화 도구 n8n 사용기에 소개한 다른 도구를 사용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2위는 '배달의민족 앱의 잘못된 다이나믹 아일랜드 활용 사례'입니다. 글을 올해 1월에 작성했는데 12월인 지금도 동작은 그대로입니다. 한편 이 기간에 걸쳐 여전히 아이폰의 다이나믹 아일랜드를 활용하는 앱은 거의 없으며 적어도 한국에서 아이폰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다이나믹 아일랜드는 그 자체가 실패한 인터페이스라는 생각합니다. 카메라와 마이크, 여러 센서를 어쩔 수 없이 폰 전면에 배치하면서도 디자인을 깨지 않을 창의적인 방법이기는 했지만 정작 여러 앱은 이 영역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가령 애플에서 처음 다이나믹 아일랜드를 소개할 때 다른 작업을 하며 지금 듣는 음악을 표시하거나 진행 중인 경기 결과를 표시하는 사례를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이런 정보가 궁금한 상황은 오히려 보다 상세한 정보가 필요해 그 앱으로 전환해야만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결국 이 앱은 지금도 개인적으로는 다이나믹 아일랜드의 속성을 잘 이해하지 않고 기능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그나마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1위는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될 것을 종용하는 이야기를 보고 든 생각을 적은 '평범한 개인의 대체가능성'입니다. 이 글은 엑스(구 트위터)에 유명한 분의 글에 인용되면서 널리 읽힌 것 같은데 핵심은 평범한 개인이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저 대단한 스티브 잡스 조차 대체 가능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평범한 개인이 어떤 조직의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기는 불가능하며 이 점을 기억하고 여러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개인이 조직의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라면 오히려 이 상황은 조직이 만들어낸 허상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글을 지난 1년 동안 읽힌 순위로만 보니 올해 쓴 글 뿐 아니라 작년에 쓴 글도 포함되어 이대로 괜찮을까 싶은 생각을 잠깐 했지만 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앞으로 계속해서 글쓰기를 계속한다면 이런 현상이 계속될텐데 그러면 오랜 기간에 걸쳐 읽히는 글이 뭔지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대체로 회사 생활, 소프트웨어 개발, 개인 위키,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들이 순위에 올라 있는데 이런 주제가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더 의미 있게 읽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자. 2023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글 열 다섯 개는 여기 까지 입니다. 남은 올해 뿐 아니라 내년에도 계속해서 올해에 해온 것과 비슷한 모양으로 글쓰기를 계속 해볼 작정입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