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어 라이딩의 디펜딩 챔피언 즈위프트
새로운 인도어 트레이닝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아직까지는 즈위프트가 디펜딩 챔피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어 보입니다.
1년 전에는 2022년 운동 회고를 했었지만 이번에는 하지 않았는데 회고를 하고 자시고 할 만한 활동을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부터 집 밖에 자전거를 들고 나가는 일이 귀찮아지고 자전거를 타기 전에 복장을 갖추는 것도 귀찮아졌습니다. 또 주로 밤 시간에 자전거를 타야 하는데 밤에 자전거를 그나마 덜 위험하게 타려면 전조등, 후미등을 충전해 준비해야 했고 바이크컴퓨터 역시 충전된 상태로 준비해야 했습니다. 사실 막상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시작하면 그런 귀찮음은 다 사라지고 다른 사람들이 많은 자전거도로를 빠져나와 동네 언덕으로 향하면 이내 목표가 비슷한 사람들만 남아 출발하기 전에 들던 온갖 귀찮음이 다 사라지고 언덕과 그걸 오르는 저 자신만 남습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1년 내내 밖에서 자전거를 거의 타지 않았는데 일단 출발한 다음에 느낄 즐거움보다 출발하기 전의 귀찮음이 항상 더 컸기 때문입니다.
원인을 자기 자신 바깥에서 찾아 보면 2022년 직업생활 회고에서 밝힌 결국 권고사직으로 끝난 2년여 동안 집에서 회사를 오가는데 이전에 비해 훨씬 긴 시간을 사용하면서 집에 돌아오면 딱히 자전거를 타고 밖에 나갈 만한 시간을 낼 수 없었다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한창 미쳐서 자전거를 탈 때는 집에 몇 시에 들어오건 말건, 잠자리에 몇 시에 들게 되건 말건 일단 집에 돌아오면 다 집어 던지고 옷부터 갈아 입었고 공기압이나 오일링 같은 간단한 점검은 일단 출발한 다음 처음으로 쉴 때 확인하곤 했으니 출퇴근 거리와 시간이 늘어났다고 해서 꽤 긴 기간 동안 밖에서 자전거를 거의 타지 않은 이유라고 보기는 무리입니다. 사실 원인을 이제 와서 자기 자신으로부터 찾아보면 새로 시작한 일은 분명 재미있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이 일의 모든 부분을 제가 받은 교육과 상식 선에서 설명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는 점은 계속해서 정신적으로 적어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이런 이유로 퇴근하고 나면 다른 어떤 행동을 할 정신력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는 이유가 더 컸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몸을 아예 안 움직이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온갖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밖에 나가기 싫다면 집에서라도 몸을 움직일 방법을 미리 마련해 놓았습니다. 과거의 저는 한창 자전거로 고개를 올라 다니거나 장거리 라이딩을 하는데 미쳐 있었던 나머지 집에 있을 때도 자전거 타는데 도움이 되는 액티비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도어 자전거 운동기구에 관심을 가졌는데 처음 몇 년은 자전거 뒷바퀴를 떼고 그 자리에 설치하는 인도어 트레이너를 사용했습니다. 자전거를 탈 때는 다시 뒷바퀴를 붙였다가 자전거를 집에 들고 들어오면 뒷바퀴를 떼고 그 자리에 트레이너를 붙인 다음 평소처럼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으며 이 신호를 받아 코스에 따라 받는 저항을 시뮬레이션 해 주는 일종의 자전거 MMO 즈위프트를 플레이 했습니다. 즈위프트가 없었다면 지루한 것을 지독하게 못 참는 저조차 한겨울에 선수들이 인도어 트레이너에 올라 오직 눈앞의 벽을 쳐다보며 다리를 움직이는 지독한 면벽 수행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즈위프트 덕분에 인도어 트레이너 앞에 오래된 커다란 TV를 갖다 놓고 그 안을 달리는 제 모습을 보고 또 화면에 나타나는 오르막과 내리막에 따라 회전 저항이 달라져 꽤 재미있게 인도어 라이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즈위프트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 ‘자전거 MMO 게임’이라고 말하는데 마땅히 다른 방법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주변 사람들 중 상당수가 게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라 이렇게 설명하면 어지간한 특성을 설명하지 않고도 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 상에는 여러 맵이 있고 같은 맵의 비슷한 위치를 달리는 사람들은 서로를 볼 수 있으며 서로가 인도어 트레이너에 입력하는 파워에 따라 더 빨리 달리기도 하고 또 더 느리게 달릴 수 있기도 합니다. 각자 이 세계에서 얼마나 달렸는지에 따라 레벨이 오르고 레벨이 오르는데 따라 여러 복장이나 자전거를 얻어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구분할 수 있도록 꾸밀 수 있습니다. 또 같은 세계에서 미리 특정 운동량이나 운동 목표를 달성하도록 짜여진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그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중임을 알 수 있도록 표시되기도 하고 또 여러 명이 무리 지어 달리는데 끼어 다른 사람들과 채팅을 주고 받으며 달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종합할 때 게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이 자전거 훈련 보조 프로그램을 가장 잘 설명하는 방법은 ‘자전거 MMO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초반 몇 년 동안 자전거 뒷바퀴를 뺐다 끼웠다를 반복하다가 문득 이렇게 열심히 탈 거면 좀 더 본격적인 인도어 트레이너를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매번 자전거 뒷바퀴를 뺐다 끼웠다를 반복하는 것도 썩 좋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미 현대 금속 기술이 충분히 발전해 고작 처음부터 편하게 탈착 가능하도록 설계된 뒷바퀴를 빼고 끼우기를 반복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사실 없었습니다. 이 때 타던 자전거는 림 브레이크 방식이었는데 가끔 브레이크 중점이 틀어지면 그냥 손으로 힘을 줘 돌려 맞추거나 속도를 조금 내 달리기 시작한 다음 양쪽 브레이크를 꽉 잡았다 놓으면 알아서 중점이 맞춰지는 사소한 문제입니다. 다만 언덕에 오르기를 좋아하는 이상 그 언덕으로부터 내려와야 하고 이 때는 원하지 않아도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데 이러다가 브레이크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안전 이전에 항상 뒷바퀴를 탈착해야 하는 귀찮음, 그리고 체인 수명과 뒷바퀴에 붙어 있는 스프라켓 - 톱니바퀴뭉치 - 의 수명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등의 자잘한 문제들이 계속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어 자전거를 붙이지 않아도 되는 좀 더 본격적인 인도어 트레이너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새 인도어 트레이너는 자전거를 설치하지 않아도 애초에 안장과 핸들이 붙어 있고 앞에 심박, 파워, 기어 설정 같은 사소한 정보를 표시해주는 조그만 디스플레이도 달려 있었을 뿐 아니라 핸들 양쪽에 작은 버튼으로 프로 선수들이 다른 보조 프로그램 도움 없이 벽을 쳐다본 채 훈련할 때 사용하도록 크랭크에 걸리는 저항을 올리고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면벽 수행을 할 만큼 본격적으로 훈련할 계획은 없었고 이 고가의 장치를 구입한 이유는 거의 자전거 뒷바퀴를 뺐다 끼우기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였기 때문에 인도어 트레이너는 다른 걸로 바꿨지만 여기 사용하는 보조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즈위프트를 사용했습니다.
이전에 사용하던 인도어 트레이너는 파워미터가 양쪽 다리를 합친 파워를 표시해 줬었는데 이제는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의 파워를 각각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어느 쪽 다리로 치우쳐서 라이딩 하는지 알 수 있어 밸런스를 조절하는 훈련을 하면 장거리를 달릴 때 어느 한 쪽 다리가 먼저 고장나 체력이 남은 다리가 있는데도 더 달릴 수 없는 상황을 훨씬 덜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또 이전에 비해 훨씬 더 가파른 오르막을 시뮬레이션 해줬는데 이전에는 최대 20% 오르막 - 약 11.3도 - 정도의 오르막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최대 25% 오르막 - 약 14도 - 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습니다. 즈위프트에서는 여러 인도어 트레이너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배려해 게임에 등장하는 가장 가파른 오르막도 경사도 20%를 넘지 않기는 하지만 다른 보조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최대 오르막을 시뮬레이션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한편 즈위프트를 8년째 사용해 오고 있는데 처음에는 맵도 훨씬 적었고 워크아웃 프로그램 수도 훨씬 적었으며 그에 따라 사용자도 더 적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시대에는 월 이용요금이 훨씬 저렴해서 인도어 라이딩의 지루함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으로 약간의 월 지출을 하는 정도는 나쁘지 않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겨우내 너무 추울 때 밖에 나갔다가 사람과 자전거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 - 물통, 핸드폰, 전조등, 후미등, 바이크컴퓨터 - 이 얼어 작동을 정지한 다음 집까지 서서히 굳어지는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경험을 한 다음 날씨가 풀릴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보다는 즈위프트의 가상 세계에서 인도어 라이딩을 계속하면 춥지도 않고 또 체력도 유지해 돌아오는 봄에 새 시즌을 시작할 때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나은 컨디션으로 시즌을 시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게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적은 사용자와 적은 컨텐츠 - 맵 - 를 가지고 서비스를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고 또 사람들이 습관을 유지하게 만드는 다양한 방법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도입해 가는 모습을 보며 서비스를 시작할 때 시스템을 어디까지 투입하고 또 서비스를 지속해 나가는 동안 서비스를 어떻게 추가할 수 있는지 사례를 보며 배울 수 있는 계기도 됐습니다.
즈위프트가 저지른 커다란 실수에는 즈위프트 컨셉 바이크가 있는데 즈위프트 세계에는 여러 회사의 다양한 자전거가 있고 이들은 특성에 따라 주행에 아주 작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 영향이 워낙 적어 자전거는 거의 외형을 꾸미는 느낌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서비스 초반에 처음으로 인게임 상에 업적 요소가 생겼는데 업적 요소를 부스팅 할 계획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특정 업적을 달성하면 보상으로 인게임 상에서 눈에 잘 들어오는 즈위프트 컨셉 바이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자전거는 잘 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모양이지만 가상 세계에서 달리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고 속도를 내면 타이어에서 빛이 나 다른 자전거 사이에 섞여 있으면 시선을 끕니다. 게다가 이건 의도하지 않은 효과인 것 같은데 타이어에서 빛나는 색상을 잘 조절하면 두 가지 색상이 그라데이션을 만들도록 할 수 있는데 이 상태로 속도를 올리면 타이어가 아름다운 색상으로 빛납니다. 확실히 이 보상 덕분에 처음 도입된 업적을 달성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업적 달성 조건은 자전거로 오르막을 계속해서 올라 상승 고도를 달성하는 것이었고 가끔 즈위프트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올라가다 보면 같은 언덕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는데 보통 이들은 즈위프트 컨셉 바이크를 받으려는 사람들입니다.
현대에도 눈에 확 띄는 이 자전거는 즈위프트에서 오르막 좀 올라봤다 싶은 사람들의 상징으로 굳어졌지만 이렇게 눈에 잘 띄는 자전거를 너무 초반에 보상으로 거는 바람에 이후에는 어지간한 보상을 걸어도 이전만큼 시스템이 잘 동작하지 않게 됩니다. 왜 룩템을 PvP 보상에만 넣나요?에서 컨텐츠의 동작을 뒷받침 하기 위해 보상을 통해 제어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으려면 게임에 의도적인 파워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더 좋은 보상을 재정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즈위프트는 성장 요소 없이 오직 인도어 트레이너 위에서 페달을 굴리는 사람의 파워에 의해서 강함이 결정될 뿐이어서 성능이 더 좋은 보상을 만들기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초반에 시각적으로 가장 좋은 보상을 소모해 버린 덕분에 이후에는 시각적으로 더 좋은 보상을 만들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이 실수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이후 즈위프트는 인게임 메커닉이나 이벤트 보상으로 캐릭터가 입을 수 있는 저지 - 상의 - 를 보상으로 주기 시작했는데 그나마 이는 시각적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어 이벤트 한정 복장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이 이전에 어떤 이벤트에 참여했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런 복장이 점점 더 늘어나 그나마 이런 보상도 시인성이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집니다.
이런 개인적으로 실수였다고 생각하는 서비스 형태를 보며 배우기도 하고 처음에는 Watopia 하나 뿐이던 맵 수가 늘어나고 또 코스도 점점 추가되어 한 맵에서 다양한 코스를 탈 수 있게 됨에 따라 나름 정들기도 하고 또 다양한 형태의 그룹 라이딩과 워크아웃 프로그램, 또 꽤 그럴싸한 주행 모델을 통해 인도어 라이딩을 하는데 큰 도움을 받아 왔습니다. 지난 코비드 기간에는 UCI와 계약해 버추얼 뚜르 드 프랑스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실제 선수들이 각자의 장소에서 인도어 트레이너로 달리기 몇 시간 전에 같은 코스를 자유롭게 달려 보며 프로 선수들이 같은 코스를 얼마나 강한 퍼포먼스로 달릴지 직접 느낄 수 있었고 또 미리 눈에 익혀 놓은 코스를 실제 선수들이 달릴 때 보니 훨씬 더 게임이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행사는 딱 한 번만 개최되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금을 제외하고 월 10달러이던 이용 요금은 월 16달러까지 올랐고 항상 달러에 비해 가치가 떨어지는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 이 요금 차이는 인도어 트레이닝 보조 프로그램에 지출할 금액을 월 만원 대에서 월 이만원 대로 올리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인도어 트레이닝에 열심인 다른 분들도 현재 금액은 너무 비싸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즈위프트 같은 서비스는 이 쪽에 경험이 별로 없는 누군가가 시작하기에는 생각보다 신경 쓸 것이 많은 비즈니스입니다. 일단 여러 디바이스에 걸쳐 그럴싸한 그래픽을 제공하고 또 여러 상황에 따른 주행 모델을 반영해야 하며 주행 결과를 웹에 피드 모양으로 제공해야 하고 사람들이 주로 트레이닝 결과를 업로드하는데 사용하는 스트라바 같은 외부 서비스와 연동해야 합니다. 또 인게임에는 여러 맵을 제공해야 하면서도 사람들이 너무 서로 다른 맵으로 흩어져 게임 전체적으로 볼 때는 접속자가 많지만 어느 한 맵을 기준으로 보면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보이는 상태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즈위프트 이용 요금이 지금은 좀 비싸다는 의견이 있으면서도 경쟁 서비스들이 잠깐 나타났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 데는 이런 예상보다 복잡한 비즈니스라는 사실을 늦게서야 눈치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Whoosh라는 또 다른 경쟁 서비스가 무료로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시간 정도 달려 봤습니다. 미래에는 당연히 유료로 바뀌겠지만 일단 지금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이제 10년 전에 서비스를 시작한 즈위프트에 비해 조금 더 현대적인 그래픽을 제공하며 코스에 따른 오르막, 내리막 시뮬레이션, 다른 인도어 트레이너들과 함께하는 그룹 라이딩, 경쟁 요소와 업적 메커닉, 그리고 웹을 통한 피드 제공과 스트라바 연동 등 즈위프트가 제공하던 거의 모든 기능을 처음부터 제공합니다. 다만 즈위프트는 애플티비를 지원해 저는 애플티비를 통해 즈위프트를 실행하고 있었는데 이 새로운 서비스는 아직 iOS, 안드로이드, 윈도우만을 지원하고 있어 아이패드에서 구동해야 했지만 다행히 아이패드를 가지고 있어 딱히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즈위프트가 여전히 훌륭하기는 하지만 슬슬 가성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가격 경계선에 도달했고 또 오랜 세월에 걸쳐 즈위프트를 사용하다 보니 코스에 익숙해진 것은 좋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좀 식상한 면도 없지 않아 마침 잘됐다 싶었습니다.
일단 즈위프트에 도전하는 새 서비스는 한 시간 좀 넘게 달려 본 경험으로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바랄 수는 없겠지만 즈위프트의 경쟁자로 등장한 이상 즈위프트와 비교할 수밖에 없고 즈위프트와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점들이 눈에 띕니다. 이런 훈련 보조 프로그램은 애니메이션이라고 해 봐야 자전거 페달 굴리는 애니메이션과 소수의 감정표현 애니메이션 밖에 없어 한 화면에 백 명 이상이 함께 달려도 거의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페달 굴리는 애니메이션 하나 뿐이라 하더라도 케이던스 - 1분 당 페달을 한 바퀴 굴리는 횟수 - 가 오르고 내림에 따라 페달링 하는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럽게 빨라지고 또 느려지기를 바랬지만 케이던스가 변할 때마다 페달링 애니메이션이 끊겨 보여 화면을 보는 제가 다 답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것 같기는 하지만 이 상태를 그대로 릴리즈 버전에 내보낸 건 좀 문제가 있습니다.
또 가장 근본적인 주행 모델이 충분히 안정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게임 상에는 훈련에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수준의 오르막, 내리막을 포함한 코스들이 있는데 이들이 시각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고 인도어 트레이너에 저항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카메라를 조정해 1인칭으로 바꿀 수 있기는 하지만 3인칭이 메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인칭에서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잘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조금 더 과장해서 보여주는 트릭이 필요한데 아직 여기서는 그런 트릭의 존재를 잘 모르는 듯 곧이 곧대로 코스를 보여줘 화면 구석의 경사도 차트를 보기 전에는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 파악하기 어려워 인도어 트레이너에 저항이 걸린 다음에야 오르막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때서야 변속해 리듬이 흐트러지기도 했습니다. 또 속도가 빨라질 때와 느려질 때의 반응 역시 뭔가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를 모두 뭉뚱그리면 주행 시뮬레이션이 안정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즈위프트가 여러 디바이스에서 실행되더라도 중요한 정보와 덜 중요한 정보를 크기 차이를 통해 잘 정리하고 있는데 비해 새로운 경쟁 서비스는 언뜻 보기에는 정보가 잘 정리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 중요한 정보와 덜 중요한 정보가 비슷한 크기로 뒤섞여 있어 라이딩 중에 정보를 인식하기 더 어려웠습니다. 가령 인도어 라이딩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누가 뭐래도 파워, 케이던스, 심박의 세 가지입니다. 이 모두 인도어 라이딩을 하는 제 스스로가 내는 출력인데 아웃도어 라이딩이라면 속도나 경사도가 중요하겠지만 인도어에서는 앞쪽의 세 가지 정보가 시뮬레이션에 입력되어 인게임 상에서 제가 달리는 모습을 만들어내는 핵심 정보입니다.
즈위프트에서는 이 세 가지 가장 중요한 정보를 하나로 묶어 가장 크게 보여주고 그 다음으로 속도, 거리, 고도, 시간을 묶어 보여주며 지도, 경사표를 묶어 보여주고 또 주변에 있는 다른 라이더들의 정보를 묶어서 보여줍니다. 그런데 Whoosh는 화면 상단에 가장 중요한 정보를 보여주고 또 파워 하단에 파워를 몸무게로 나눈 숫자를 함께 보여주기도 하며 이 정보들이 UI를 처음 볼 때는 더 잘 정돈된 것처럼 보이지만 고심박에서 숨을 몰아 쉬며 달리는 도중에는 눈에 잘 띄지 않아 인도어 트레이너에 표시된 숫자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또 지도는 주변에 있는 다른 라이더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여기가 어디인지, 앞으로 어떤 코스가 나타날 예정인지, 오르막을 찾아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평지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새해 첫 날 첫 인도어 라이딩에 Whoosh를 사용해본 다음 이 서비스가 무료이기는 하지만 즈위프트를 당장 대체할 만 하지는 않다고 생각해 새해 두 번째 인도어 라이딩은 다시 즈위프트로 돌아왔고 한동안은 현재 체제를 유지할 작정입니다. 즈위프트는 이제 10년째 서비스 하고 있으니 여기 도전하는 서비스가 한 방에 이 모든 것을 따라잡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초적인 주행 시뮬레이션, 현대적인 그래픽 외에도 그저 보기 예쁜 인터페이스보다 정신 없이 숨을 몰아쉬며 페달질을 하는 상황에서도 핵심 정보를 즉시 인식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는 다양한 워크아웃 프로그램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특색 있는 다양한 코스 제공, 웹을 통한 피드와 스트라바 연동 같은 기초적이지만 핵심으로부터 약간 거리가 있는 기능에 앞서 보강해야 할 듯 합니다. 물론 즈위프트 입장에서도 이전의 여러 가상 라이딩 서비스처럼 화려하게 나타났다가 조용히 사라진 여러 서비스와 같은 운명을 맞게 될 지 알 수 없으니 슬슬 가성비 생각이 나는 낮지 않은 가격을 유지하며 현재 서비스를 개선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겁니다.
이번 주 37호에도 다른 다섯 가지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작년에는 운동 회고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운동에 소홀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연초에 인도어 트레이너에 올라 다시 측정한 퍼포먼스는 수 십 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퍼포먼스가 떨어졌다 해도 열심히 훈련하면 다시 원래 숫자를 회복할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전 보다는 나이를 더 먹었으니 그만큼 회복은 더디겠지만 올해는 열심히 해서 적어도 이전 상태 까지는 회복할 작정입니다.
2024년 올해에도 모두 건강하시고 또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