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과 전체

우리는 전체를 만들지만 항상 부분만을 만들기를 요구받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전체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부분과 전체

예전에오픈월드 게임 개발에 지레 겁먹은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오픈월드 게임을 좋아해 어지간한 수준 이상이면 주변에 모든 할 일을 다 쓸어 없애느라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고 게임의 전체 스토리를 보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곤 했습니다. 가령 다른 사람들이 대략 스무 시간 정도면 엔딩을 볼 수 있었다는 데스스트랜딩은 80시간 넘게 플레이 하고 나서야 전체 스토리를 다 볼 수 있었고 얼마 전 마무리한 어쎄신크리드 발할라는 150시간 이상 지루한 플레이를 반복한 다음에야 신화 3부작에 의해 오랜 세월에 걸쳐 진행된 어쎄신크리드 세계관을 다시 한 점으로 모아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한번은 각기 다른 두 곳에서 거의 비슷한 질문을 받아 대답하며 서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게임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두 번 중 두 번째 자리에서 제가 오픈월드 게임을 좋아한다고 말하자 상대는 파크라이나 어쎄신크리드 같은 유비소프트 오픈월드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어쎄신크리드나 파크라이, 그리고 고스트리컨 시리즈로 대표되는 유비소프트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넓은 월드에 거의 같은 메커닉으로 만들어진 별 의미 없는 퀘스트로 가득하고 퀘스트 각각에 스토리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게임에서 수행하는 여러 행동이 게임마다, 또 같은 게임 안에서도 서로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 설명을 들으며 마음 속으로 세계를 잠시 떠나는 의식에 설명한 좀 덜떨어진 세계라도 그 세계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면 파크라이 뉴던 처럼 완전히 멸망한 멍청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면 어지간한 오픈월드 게임을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 상대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파크라이 시리즈 중 모던 파크라이로 분류되는 4, 5, 6에 많은 시간을 들여 재미있게 플레이 한 생각을 했지만 이를 입 밖으로 꺼내기는 좀 무리가 있다 싶습니다. 그런 게임이 고객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는지 이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미국 중부 어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파크라이 5는 그 배경 마저 마음에 들어 가솔린을 풀풀 태워 고작 몇 킬로미터를 달리는 삐걱이는 픽업 트럭을 타고 등에는 항상 엽총을 매고 있으며 집 앞에는 빛 바랜 성조기가 걸린 이미지를 즐기기도 했습니다.